네이버 대표직 내려온 한성숙...글로벌·미래기술 발굴 큰 공

실검·스포츠-연예 뉴스 댓글 폐지 등…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

인터넷입력 :2022/03/14 20:35    수정: 2022/03/14 23:33

안희정, 김성현 기자

“그러면 저는 (이만)…앞으로 또 얘기할 기회가 있겠죠.”

14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2017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최수연 신임 대표와 함께 주주총회장을 나오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최수연 신임 대표에게 지휘봉을 건넨 한성숙 전 대표는 5년간 이어온 대표직을 이날 내려놨다. 재작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등으로 네이버 경영 쇄신 목소리가 이어진 데 따른 책임 경영의 일환이다.

한성숙 전 대표는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한 후 4년 동안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기자로 활동했다. 인터넷 산업이 태동할 무렵부터 현재까지,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엠파스 검색사업 본부장으로 10년간 일한 한 전 대표는 2007년 네이버에 합류했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

2017년 대표직에 오른 한 대표는 네이버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 하는 데, 또 소상공인과의 상생 경영에 집중하면서 미래 기술 개발에 지난 5년의 시간을 경주한 것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실검' '스포츠-연예 뉴스 댓글' 없애는 등 과감함

네이버에서 서비스 본부장, 총괄 이사를 지낸 그는 2017년 3월 김상헌 전 대표로부터 배턴을 넘겨받았다. 당시 네이버는 “사용자 작은 목소리와 서비스 구석구석까지 살피는 섬세함, 시장 흐름을 읽어 서비스로 빠르게 엮어내는 과감한 실행력으로 네이버 서비스 변화를 주도해왔다”고 한 전 대표를 평가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한 전 대표는 네이버가 PC에서 모바일로 무게를 옮겨가는 데 큰 공적을 세웠다. 동영상 플랫폼 ‘브이 라이브(V-라이브)’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동력을 마련했으며, 특히 크리에이터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스마트스토어, 인플루언서 검색 등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임기 중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스포츠-연예 뉴스 댓글’을 없애는 과감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대표직을 맡기 전부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기준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2019년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개편, 사용자가 스스로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네이버는 지난해 초 16년 동안 운영해 온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유통 커머스 사업에도 '무게'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 입지를 견고히 하는 데도 힘써왔다. 한 전 대표는 국내 1위 포털 사업자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단 포부를 수장직에 자리하기 전부터 표명해왔다.

험로 속에서도 라인(LINE)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울러 기술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한 전 대표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자율주행, 그리고 데이터센터 설립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이런 기류로 취임 1년 후 라인 파이낸셜을 설립, 금융 사업 확대 기반을 다졌다. 네이버페이 성공과 함께 최근 현대카드와 협력해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유통 커머스 사업 역시 한 전 대표가 일궈낸 성과로 꼽힌다. 재작년 10월 CJ대한통운과 6천억원 규모 지분 교환을 진행, 직접적인 투자 대신 택배 업계 선두 사업자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운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신세계와도 작년 3월 2천500억원 규모 지분 교환을 통해 협업 물꼬를 텄다.

최근 네이버웹툰의 가파른 성장세 역시, 한 전 대표가 힘을 실어 온 결과다. 지난해 북미, 국내 웹소설 선두 플랫폼 왓패드와 문피아를 차례로 인수하며 콘텐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이보다 앞서 현재 국내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발돋움한 제페토 출범도, 한 전 대표 취임 기간 일어난 일이다. 지난해 네이버 연간 콘텐츠 매출은 6천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났다.

한 전 대표 취임 3년차인 2019년, 네이버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 처음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네이버랩스가 연구개발(R&D) 중이던 스마트폰과 자율주행 기기를 활용한 신기술, 시제품 시연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졌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직장 내 괴롭힘' 사고…"전체 문화 바꾸는 데 집중"

한 전 대표는 재작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회사는 재선임 이유를 두고, “네이버가 국내 1위 인터넷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서 “경영 현안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최고경영자로서, 네이버를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대표로 취임한 해, 스포츠 뉴스 배열 조작 의혹으로, 홍역을 앓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측이 불리한 기사를 보이지 않게 배치해달라고 네이버 측에 청탁했고, 네이버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한 전 대표가 직접 사과했으며, 뉴스 서비스 운영·배열 조직을 분리하는 등 투명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작년 5월엔 네이버 직원이 사내 업무 압박과 괴롭힘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줄곧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해온 네이버 방향에 어긋난단 지적이 잇따랐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플랫폼 기업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네이버 전체 (근로 환경 등) 문화를 바꾸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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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디넷코리아)

한성숙 전 대표 취임 해였던 2017년 네이버 매출은 4조6천억원 안팎. 이듬해 5조원을 웃돈 매출은 2019년 6조원을 돌파했다. 라인 실적을 제외한 재작년 네이버 매출은 5조3천41억원, 이어 지난해 연간 매출액 6조8천17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작년 영업이익도 1조3천255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네이버 글로벌 사업 첨병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올 초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5년 동안 대표로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면, 새 경영진은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도전’을 하게 될 것”이라며 “(네이버의) 글로벌 성장 스토리에 끊임없는 응원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퇴장하는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오른쪽),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