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올해에도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의 일등공신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반도체 수출액이 1천300억 달러를 넘으며 신기록을 쓸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한국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반도체 수요는 급증했다. 공급이 부족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8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을 이끌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가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부회장과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상황에도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올해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이 1천390억 달러(약 172조원)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9% 늘면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또한 역대 최대 규모인 1천2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3.2% 증가한 5천837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을 지난해보다 8.8% 늘어난 6천15억 달러로 내다봤다.
한국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1위다. 최근에는 반도체 위탁생산(Foundry·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수출 역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와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면서 정보기술(IT)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다.
지난해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 관련 산업이 영향을 받았다. 올해 반도체 공급은 어떨까.
반도체 생산 능력이 향상되면서 세계적인 공급 부족 사태가 올해부터 2024년까지 점점 해소될 것 같다. 새로 투자된 공장에서 실제로 가동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국가가 반도체와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반도체 생산 시설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는 1천54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36%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24% 증가한 1천904억 달러로 예상된다. 주요 기업이 발표한 투자 계획이 진행되면 2025년 파운드리 생산 능력이 2021년보다 약 32%, 메모리는 약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에도 이어지는 코로나19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정치적 문제 탓에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다. 지난해에는 일부 지역에서 지진·화재·한파 등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 차질을 빚었다. 다행히 한국 반도체 기업은 재난·재해에 대비해 위기를 잘 관리하고 있다.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일본의 움직임과 중국의 추격이 심상치 않다. 이들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한국은 20년 동안 D램·낸드에서 선전하며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다만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서는 후발주자로 설계 분야 경쟁력이 부족하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발전하고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제조 기업과 소재·부품·장비 기업, 파운드리와 설계 기업이 협업해야 한다.
반도체 설비 투자 여건을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게 해야 한다. 과감한 인세티브와 세액공제 같이 국내 반도체 제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양강 체제에 미국 인텔이 뛰어들었다. 경쟁 양상이 어떨까.
인텔이 자체 파운드리 사업 계획을 내놨지만 생각대로 양산까지 할지 미지수다. 과거 미세 공정 기술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양산이 내년에나 시작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졌다. 삼성전자로서는 대형 고객을 수주하고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해 TSMC를 추격해야 한다. 상반기 삼성전자가 3나노급 양산을 TSMC보다 먼저 시작하는 것으로 예정됐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태생이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TSMC처럼 전문 파운드리 업체의 고객 지향 서비스를 갖추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식재산(IP)과 설계 환경, 생산 관리를 따라잡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K-반도체 전략’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우수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학령인구가 줄고 국가·산업간 인력을 유치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 선호 현상으로 반도체 중소·중견기업의 인력난은 더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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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내 반도체 분야 채용 인력은 1천500명이 부족한 8천700명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는 약 1만500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여전히 학사 이상 인력이 부족하다. 장비·설계·메모리 분야 순으로 심각하다.
정부는 반도체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반도체 학부 전공을 개설하고 석·박사 인력 양성을 확대한다. 반도체협회는 취업준비생과 재직자, 타 산업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반도체 이론·실습을 교육하는 반도체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