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끝난 시점까지도 업계 예상을 뛰어넘는 통신비 인하 공약이 등장하지 않았다. 과거 경쟁적으로 쏟아지던 공약 중 하나로 꼽혔지만, 정치권의 인식 변화로 인해 관련 공약을 둘러싼 경쟁이 시들해졌다는 평가다.
7일 현재까지 발표된 통신비 공약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데이터 안심 요금제 도입 ▲군 장병 요금할인 상향 ▲5G 중간요금 도입 등을 내세웠고 다른 후보들의 관련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본료 폐지 등을 주장한 뒤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수준에서 기업들의 희생만 강요됐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통신비 부담 절감 방안을 내세웠지만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외에 공약 이행이 더딘 분야로 꼽힌다.
그럼에도 통신비 인하 공약이 줄을 이었지만, 20대 대선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공약이 많이 나온 반면 통신비에 대한 논의는 확 줄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보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통신 3사 요금제에 데이터 소진 후 일정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 반발이 적은 편이다. 군장병 반값 통신비도 재원을 민간에 넘기지 않고 정부 재원을 활용한다는 뜻을 밝혀 역시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기업 부담 전가와는 다른 편이다.
이를 두고, 통신업계에서는 시장의 영역인 민간기업과 주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뿐 아니라 실제 소비자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휴대폰 가입자가 내는 돈은 월 3만원대고, 고가 요금제는 최신폰을 구입하거나 OTT와 같은 서비스에 지불 의사가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이다”며 “월 3만원대에서 일부를 할인하더라도 폭이 크지 않고 정치권의 기대만큼 소비자에 효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6천만 명의 통신 3사 가입자 대상으로 정치권이 요금을 깎아주는 것보다 1천만 명이 이미 쓰고 있는 알뜰폰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통신비 인하 정책이 추진될수록 더 싸게 쓸 수 있는 알뜰폰이 힘들어진다는 학습효과도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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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인수위원회가 꾸려진 이후 통신비 인하 정책은 꼽히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디지털 전환 대응 정책이 각 후보 진영의 주요 기조로 통신비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이유다.
여러 국회 관계자들은 “통신 복지의 개념이 소비자의 비용에서 품질로 옮겨가고 있다”며 “보편적 접근과 함께 잇따른 장애에 따라 안정성을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고, 이를 포함해 디지털 정책 전반에 대한 접근이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