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토, 과학기술부총리, 디지털플랫폼 정부, 과학기술 중심국가...
20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주요 후보들이 내놓은 과학기술 ICT 분야 공약의 주요 키워드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같은 거시적인 정책 환경 조건에 따라 후보들의 공약이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미세한 차이도 보인다.
각 후보의 선대위 출범 이후 1호 공약이 디지털 전환과 과학기술에서 나온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기술과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새로운 리더가 국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미디어 분야를 비롯해 게임과 가상자산 등 미시적인 정책 비전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대선 후보 캠프마다 과학기술 ICT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추가적인 공약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공약이 계속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또 선거일에 이르러 표심 대결이 격화될 경우 새로운 공약 발표가 이뤄질 수도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정책 비전만 보면 과학기술 거버넌스 변화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대응 방안이 과학기술 ICT 분야의 공약에서 주요 골자로 꼽힌다.
■ 과기 부총리, 대통령 직속 전담조직, 靑수석비서관...
과학기술 분야 공약을 두고는 차기 정부의 관련 정책 거버넌스 구상에서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기술패권 대응이나 지역발전, 연구자 중심 R&D, 인재양성 등을 보면 표현이 조금씩 다를 뿐 정책 비전이 수렴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과학기술 정부조직 체계를 두고 주요 후보들이 서로 다른 관점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과학기술부총리를 내세웠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현 부처의 부총리급 격상보다는 청와대에 과학기술 사령탑 격의 대통령 직속 전담 조직을 둔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 도입을 주장했고, 안 후보는 과학기술부총리로 명명했다. 명칭의 차이를 넘어 이 후보는 과학기술혁신부총리에 단순 기획과 집행을 넘어 예산 권한까지 위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안 후보는 과학기술부총리에 예산 권한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 과학기술수석비서관, 대통령 직속 국가미래전략위원회까지 두고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 둔다는 방침이다.
윤 후보는 부총리급 격상에 반대 뜻을 보이고 있지만 청와대에 과학기술 정책 전담 조직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기능을 대폭 줄이겠다면서도 과학기술 정책은 필요성에 따라 대통령 직속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혁신 기구와 관련해서는 이 후보가 대통령 직속 규제갈등조정기구를 제안했고, 안 후보는 국무총리 직속 규제혁신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우주 정책 관련 별도의 거버넌스를 두고 이재명 후보는 우주산업전략본부,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항공우주청을 꼽고 있다. 경남과 대전 등 설치 지역을 두고 이견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 측이 다른 후보의 개별 부처와 달리 범부처 집행 기능을 강조하면서 대통령 직속의 본부를 제안한 점이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 디지털 대전환...데이터, 플랫폼, 4차산업혁명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정책 비전은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중요성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후보들의 공약은 거버넌스 개편에 그치지 않고, 산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 정책까지 이어진 점이 눈길을 끈다.
선대위가 출범한 뒤 첫 발표 공약으로 디지털 전환 성장을 발표한 이 후보는 디지털 대전환을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적 제도적 인적 인프라 구축 ▲전통산업 디지털 전환과 혁신창업 지원 ▲첨단기술 투자 ▲디지털 주권 보장 등의 4대 전략을 제시하면서, 디지털 영토를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구체적인 ICT 공약보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구축하겠다고 제시했다. 차기 행정부는 모든 부처를 하나로 연결해 민원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맞춤형 서비스 정부로 꾸린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를 일차적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 전환 부처로 꼽았다.
안 후보는 ICT 분야 정책비전을 G5 경제강국 진입전략이라는 1호 공약인 과학기술 분야에 녹여냈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주로 일컫는 초격차 전략을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지난 대선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 키워드를 내세운 것처럼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도 규제혁신과 인재양성 등에 집중했다.
요약해보면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이 후보 측은 인재 육성과 전략기술과 인프라의 집중 투자를 비롯해 디지털 접근권 보장과 같은 디지털포용 등 구체적인 ICT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플랫폼 경제로 전환하는 점을 고려해 고육과 행정, 공공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구상을 내놨고, 안 후보는 과학기술 ICT가 국력이라는 전제 아래 경제 성장을 비롯한 국가 생존 전략으로 접근했다.
데이터와 관련된 정책 비전을 보면 각 후보의 접근법이 상이한 편이다. 이 후보는 데이터 정책 전담 부처 신설을 제안했고, 윤 후보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행정 서비스를 제시했다. 또 안 후보는 국가와 공공기관 데이터를 개방하는데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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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재양성에 대해 ICT 분야에 중점을 둔 점이 주목된다. 이 후보는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 계획을 내놨고, 윤 후보는 기존 인력 50만의 전환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혁신인재 100만 양성 의지를 밝혔다. 안 후보는 초격차 핵심인재 50만 추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별 정책 방안으로 게임과 가상자산 분야에 대한 공약은 특정 세대의 표심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안 후보가 모두 확률형 게임 아이템 문제를 지적했고 이 후보는 P2E 게임 논의, 윤 후보는 게임 이용자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웠다.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는 비과세 한도 상향과 투자자 보호 등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