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러-우크라 사태로 원자재·물류비 추가 상승...수익성 비상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 가격 인상 우려…세트 출하량 감소 전망

홈&모바일입력 :2022/02/28 16:15    수정: 2022/03/01 08:06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전업계가 비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전업계는 원자재와 운송비, 반도체 가격 인상으로 영업이익이 악화돼 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르면서 가전업계 수익성은 더 악화될 위기다.

가전제품은 철강, 구리, 플라스틱 등의 원자재와 반도체 비중이 큰 품목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전체 생산원가 인상으로 전체 수익성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격 변동과 인상에 민감하다. 또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철(사진=뉴시스)

원자재·유류·반도체 가격 이미 인상...추가 인상 전망

원자재 가격은 이미 급증했다. 28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규모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지난해 11월 이후 약 4개월만에 철광석 가격이 50.5% 올랐다. 같은 기간 알루미늄 가격은 23.6%, 니켈 23.4%, 코발트 19.2% 등도 크게 올랐다.

미국과 서방 국가가 러시아에 경제 및 금융 제재를 강화할 경우 산업 금속 가격은 더 인상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세계 철강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9%, 1.1%이다. 러시아의 철강재 순수출은 약 2천500만톤으로 7% 수준이며, 전세계 공급에서 알루미늄 6%, 니켈 7%, 코발트 4%, 구리 3.5% 등을 담당한다.

최근 국제 유가도 급등하면서 물류비도 빠르게 인상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국제 유가는 2014년 이후 처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팬데믹 이후 유가는 점진적인 수요 회복과 타이트한 공급 영향으로 상승세가 지속됐으나 이처럼 급격하게 인상된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영향이 크다. 러시아는 2021년 기준 글로벌 석유 생산의 11%를 차지하는 2위 산유국이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2008년에 기록한 최고가인 배럴당 150달러 근방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개시로 서방 국가의 러시아산 석유 제재가 실행될 경우 현재 타이트한 공급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유가 상승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반도체 가격도 인상될 위기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네온가스의 70% 이상을 생산한다. 특수가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노광 공정에 쓰이는 네온가스 가격이 최근 전년 대비 최대 200%까지 상승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미 특수가스 재고를 축적해 놓은 상태여서 단기 수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장기화될 우려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반도체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장기화되면 소비자가격 인상, 세트 제품 출하량 감소 전망 

원자재, 물류비, 반도체 가격 인상은 가전제품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올해 또 다시 가전제품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전체 세트 출하량 감소에도 영향을 준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원자재와 반도체 가격 상승을 반영해 가전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LG전자 2021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원재료인 철강, 레진, 구리 등 평균가격이 전년 보다 각각 24.6%, 21.2%, 14.6% 증가했다. 삼성전자 또한 같은 기간 보고서를 통해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8% 올랐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은 약 10%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그 결과 3분기 LG전자의 TV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2.2% 상승했고, 모니터는 17.4%, 냉장고 및 세탁기는 6.3%, 에어컨 9.6% 각각 가격이 인상됐다. 삼성전자의 3분기 TV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약 29%, 스마트폰·태블릿(HHP) 가격은 전년 보다 5% 각각 올랐다.

LG전자가 지난해 11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현지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오브제컬렉션 출시행사를 가졌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철, 레진 가격과 해상 및 항공 운임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H&A(홈, 에어컨) 본부 수익성 악화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4분기 컨콜에서는 "원자재 가격 인상 영향을 만회하기 위해 매출 확대를 지속 추진하고 있고, 지역별 판가 인상도 상향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에 수익성 개선 위해 TV 사업운영센터를 신설해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최적화 운영 전략을 수립,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원재료와 물류비 증가 리스크라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각 제조 거점별 경쟁력을 면밀히 점검하고, 이를 통해 지역 생산성을 높이고 오퍼레이션 개선 등으로 전체 공급 경쟁력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28일 하건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에 서방의 국지적 제재가 일어날 경우 미국의 자국 기술 제품 수출 규제로 러시아의 스마트폰, 가전 등 세트 출하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 연구원은 이어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 연간 판매량의 4%에 해당된다"며 "스마트폰 수출 차질 시 국내 서플라이체인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또 "LG전자 또는 삼성전자 생산 차질로 인해서 패널과 TV 수요도 부진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