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옴니채널·AI·데이터 전략으로 리테일 혁신 이어가야

사미르 딩그라 구글클라우드 아태일본지역 리테일 및 소비재 부문 총괄

전문가 칼럼입력 :2022/02/25 09:01

사미르 딩그라 구글클라우드 APJ 리테일 및 소비재부문 총괄

리테일 업계는 지난 2년간 다른 어떤 산업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왔다. 오프라인 매장의 폐업과 영업 제한으로 인한 수익 손실 등 리테일 산업은 팬데믹의 영향이 가장 심각했던 분야 중 하나였지만, 기업들은 빠른 이커머스 전환과 AI, 클라우드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며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사미르 딩그라 구글 클라우드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 지역 리테일 및 소비재 부문 총괄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업계 전반의 디지털 도입 수준은 지난해보다 향상됐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국가 대부분의 리테일 기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숙기로 접어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가 최근 IDC와 한국, 일본, 홍콩, 인도, 싱가포르 등 아태 지역 8개 국가의 리테일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테일 산업의 디지털 현황' 연구에 따르면 한국 리테일 기업의 53%가 디지털 도입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로드맵 부재와 운영 및 고객 데이터에 대한 가시성 부족으로 인해 혁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테일 기업은 장기적인 혁신 목표나 전략 없이 단편적으로 기술 도입만 반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진정한 회복력을 갖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과 기업 데이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오늘날 리테일 기업이 디지털 전략의 방향성을 성공적으로 설정하고 운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트렌드를 소개한다.

리테일 업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 전략으로 ‘미래의 매장’을 새롭게 정의하게 될 것이다. 구글이 지난해 진행한 소비자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 이상이 쇼핑을 할 때 온라인을 거친다고 답했으며, 특히 신규 고객의 경우 80%가 디지털 접점을 통해 쇼핑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소비자가 구매를 온∙오프라인 어디에서 하든 상관없이 디지털이 쇼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며 리테일 산업이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은 팬데믹 시기에 얻은 교훈과 검증된 전략을 기반으로 온라인 매장의 편의성과 오프라인 매장의 정서적 유대감을 결합해 두 영역의 장점을 모두 제공하며 고객 경험을 향상시켰다. 모바일 구매, 당일 배송, 매장 내 픽업 등은 옴니채널 전략이 제공하는 고객 혜택 중 일부에 불과하다. 리테일 기업은 이러한 혜택을 디지털로 원활하게 제공해 고객의 구매 행동과 선호도, 관심 상품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 맞춤형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대표 리테일 기업 중 하나인 홈플러스는 구글 클라우드와 협업해 기존 리테일 마케팅의 한계를 뛰어넘는 온·오프라인 통합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을 구축했다. 홈플러스는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빅쿼리를 도입해 여러 접점에서 발생한 고객 경험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발굴해 다양한 채널별 고객 참여 전략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옴니채널 전략이 불러올 ‘미래의 매장’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의 디지털 기술 도입 방향성에도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리테일 산업은 고객 중심적인 비즈니스를 추구하며 일찍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인화 솔루션 개발에 집중해왔다. 2022년에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이 고객 응대 영역을 넘어 공급망 혼란을 비롯해 물류 및 운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제조에서부터 보관, 배송에 이르는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다. 이외에도 모든 기업이 파트너, 재고, 매장 위치 등 저마다 고유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급망 중단이 기업과 고객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객을 이해하는 데 활용되었던 AI, 머신러닝 등의 디지털 기술이 기업을 이해하는 데에 사용된다면 현재의 공급망 문제가 두 달 후 고객 배송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현지 날씨와 배송 시간, 새로운 인력 구인 및 채용 전망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갖게 된다. 기업은 내부 상황과 외부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기업과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결국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리테일 기업의 마지막 열쇠가 될 것이다. 데이터 역량의 중요성은 이제 모든 산업에서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업계 선도 기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수익률(ROI)을 산정할 수 있는 명확한 지표와 기회가 있는 분야에 뛰어들고 있으며 2022년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테일 기업은 대규모 데이터 관리를 통해 운영 효율성, 직원 배치, 재고 추적 등의 다양한 운영 영역에서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나아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고객이 브랜드와 새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장려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기업 활동에 대한 정확한 분석 프로필을 개발해 고객 맞춤형 전략과 비즈니스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다.

전통 리테일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대규모 데이터 관리에 주목하고 있는 이마트는 구글 클라우드 빅쿼리를 도입하고 높은 확장성과 비용 효율성을 갖춘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상품 개인화 추천과 같은 고객 맞춤형 전략 수립부터 수요 예측을 통한 자동 발주, 진열 최적화, 개인화 동선 개입에 이르는 기업 맞춤형 영역까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쿼리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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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점점 더 많은 리테일 기업이 옴니채널 전략을 채택하며 미래형 매장을 새롭게 정의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고객은 물론 기업에 초점을 맞춘 개인화 분석과 AI,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성숙도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기업의 도전 역시 계속될 것이다.

이제 리테일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경쟁은 두 번째 단계로 접어들었다. 기업은 전략, 기술, 인력, 데이터, 프로세스 등 디지털 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는 혁신 지표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각 부분별로 기업이 직면한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자사의 디지털 성숙도를 서둘러 파악해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로드맵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디지털 회복력을 갖춘다는 것은 기업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중단 없이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한 해 보다 많은 리테일 기업이 지금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디지털 회복력을 강화하고 성공적인 비즈니스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