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국 韓, 1계위 망 사업자 부재 고민해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네트워크 정책 제안 발표..."CPND 균형과 상생 중요"

인터넷입력 :2022/02/22 18:24

최근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을 두고, 전문가들은 글로벌 1계위 사업자 필요성과 함께 통신사업자 개념을 재정의하는 등 정부 역할이 수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균형과 상생이 중요하단 의견도 제기됐다.

22일 국내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새 정부에 바란다! 대한민국 디지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 정책 제안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윤영찬,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영,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보기술(IT) 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이대호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성순 배재대학교 미디어 콘텐츠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들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CP와 망을 제공하는 SK브로드밴드 등 ISP 사이 근래 불거진 망 이용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보기술(IT) 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2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정책 제안 간담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ISP-CP 갈등, 국내 콘텐츠 업계에 악영향"

먼저,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ISP와 CP는 이용자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한단 점에서 경쟁보단 협력 관계”라며 “ISP가 자연 독점 사업 특성을, CP가 자유 경쟁 시장 성격을 각각 지녔단 게 차이점”이라고 했다. 이어 “인터넷 속성상 하나의 ISP에만 가입하면 연결된 서비스를 모두 누릴 수 있다”며 인터넷 상호접속 원리를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선 상호접속에 있어, 비슷한 규모의 ISP들은 상호 무정산(피어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체급 차가 나는 사업자 사이엔 대가를 지불(트랜짓)하는 시스템이다. 가령 국제적으로 2계위 망 사업자인 KT가 미국 버라이즌(1계위 사업자)과 상호접속이 필요하다면 별도 비용을 내야 하는 구조다.

단, 국내에선 피어링 속성에 어긋난 트랜짓 성격의 상호접속고시를 시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망 이용료 갈등도 이같은 기류 때문.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상호접속고시에 따라 넷플릭스가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의무가 없단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이런 의견차가 국내 콘텐츠 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김현경 교수는 내다봤다. 김 교수는 “(넷플릭스 1심) 법원 판결이 CP가 콘텐츠 관련 모든 ISP에 대가 지불 근거로 작용할까 우려된다”며 “이는 CP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하면서 소비자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례로 네이버, 카카오 웹툰이 KT를 통해 미국 ISP 이용자에게 서비스된다면, 네이버와 카카오 양사는 KT와 미국 ISP 모두 사용료를 내야 할 수 있단 지적이다. 김 교수는 아울러, CP와 ISP 갈등 근원을 국제망 부재로 평가하며 “인터넷 강국인 한국이 왜 1계위 망 사업자가 부재한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성순 배재대 교수 역시 “국가도, 사업자도 해외망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딘 실정”이라면서 “글로벌 콘텐츠를 누릴 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1계위 사업자 지위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사업자 투자 의지가 분명해야 하며, 동시에 정부의 외교 활동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박성순 교수는 진단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정책 제안 간담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네트워크 고도화, 정부 역할 必…CPND 경쟁보단 협력해야"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도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선 정부 역할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김민호 교수는 “분쟁 원인이 되는 네트워크 정책 대상에 대한 개념 자체가 불분명하다”면서 “병명이 뚜렷해야 치료 방법이 나오는데, 국회와 정부에선 사업자에 대한 정의조차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법적 정의와 책임이 광범위한 까닭에, 규제 방향이 모호하단 것이 김 교수 견해다. 현행법에선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 외 나머지로 정의하고 있다. 김 교수는 “범위 한정이 어려워 규제 적용에 제동이 걸리고, 이렇다 보니 특수 부가통신사업자까지 만들어낸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적용되는 시장 진입 시 신고, 불법 촬영물 등 유통 방지 등 규제는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적용하고 있다"며 "(부가통신사업자를) 별도 정의해야 할 법적 실익이 없어, 이에 대한 분류와 개념을 삭제하거나 다시 정의하는 등 인터넷 기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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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ISP와 CP 간 불협화음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새 정부에선 필수 설비 투자 비용을 지원하는 등 ISP에 대한 국가 지지가 필요하다"며 "국가가 직접 책임과 투자를 부담하는 형태의 네트워크 정책 대전환이 요구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ISP, CP가 경쟁보단 협력에 초점을 둬야 한단 분석도 있다. 이대호 성균관대 교수는 “동일한 인터넷 서비스 내 서로 다른 특성의 서비스와 규제가 공존한 탓에 충돌을 일으킨 것”이라며 “CPND 사이 균형을 이루며 고루 성장해야, IT 생태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