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유럽에 이어 신흥 배터리 시장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큰 내수 시장과 현지 플랫폼 업체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힘 입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새로운 개척시장으로 떠올랐다.
그간 개도국 시장쯤으로 치부되던 동남아시아 시장이 전기차로 산업을 변화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지난해 기준으로 인구 6억6천739만명, GDP는 8조9천930억 달러 수준이다. 베트남(9천895만명)과 인도네시아(2억7천900만명) 등은 큰 내수 시장에 힘 입어 고속 성장 중이다.
인니 정부는 매연 등으로 인한 심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량 충전 인프라 구축에 팔을 걷어 붙였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인니 국영 전력회사 PT PLN에서 운영 중인 배터리 충전소는 166개, 전기 오토바이용 배터리 교환소는 74개다. 인니 정부는 오는 2040년까지 배터리 충전소 2천400개, 배터리 교환소 1만개 구축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니는 국내 산업계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인니 에너지광물자원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조성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오는 2026년까지 총 19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인니 정부는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 현지 공장 설립을 요청하는 러브콜을 보냈다. 아구스 구미왕 카르타사스미타(Agus Gumiwang Kartasasmita)인니 산업부 장관은 산업개발지역컨퍼런스(RCID) 개막식에서 이를 직접 언급했다. 인니 자동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은 '동남아판 우버' 그랩(GRAB)과 고젝(GOZEK)이 배달 오토바이 차량을 전기차로 변화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케빈 알루위 고젝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전기 차량 제조업체와 임대 계약을 체결해 2030년까지 플랫폼에 있는 모든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랩 역시 2025년까지 인니에 2만6천대의 전기차를 보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인니 택시 회사 블루버드(Bluebird)는 2025년까지 1만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버스 운영사인 트랜스 자카르타(Transjakarta)는 2025년까지 5천대의 전기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배터리 원료 공급 측면에서도 동남아시아는 유리한 점이 많다. 인니는 배터리의 주원료인 니켈, 코발트 생산국으로 전 세계 9천 4백만톤의 니켈 중 약 22%인 2천 1백만 톤이 인니에 매장돼 있다. 한-인니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가 발효되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제품,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대부분의 관세 철폐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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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배터리 3사 중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5월 현대자동차와 인니에 10GWh 규모 생산 거점을 증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15만 대분 이상에 달하는 생산량이다.
반면에 삼성SDI와 SK온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SDI는 양보다는 질적 팽창에 방점을 찍고 이미 증설키로한 배터리 생산 공장 증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SK온 역시 유럽·미국 등지에 확보된 생산 역량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