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인류가 기술로 확보한 새로운 시공간이다. 그곳을 유익하거나 재미있는 내용물로 채워 이용자 시간을 점유하기 위한 기업간 전쟁이 시작됐다. 그 한편에서는 그곳을 놀이터 삼아 놀면서 돈까지 버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과 놀이의 결합. 새로운 경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새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이들의 일상을 엿보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2년 전 석효주씨(20)는 고3 수험생이었다. 그 꼬리표만으로도 발걸음이 무겁던 당시, 코로나19까지 석씨 어깨를 짓눌렀다. 동네 도서관, 독서실 모두 문을 닫았다. 스터디카페도 마찬가지였다. 나 홀로 수험생활을 지속해야 했다. 석씨는 그게 싫었다. 다행히 인터넷을 잘 활용해 수험생활을 끝마쳤다. 대학생이 되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지겠거니 했다.
석씨는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21학번 신입생이 됐다. 하지만 세상은 그대로였다.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학생들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 생각이 미쳤다. 서울과 지방 간 교육격차는 더 벌어지고, 학생들의 학습 능률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석 씨는 판단했다.
“교육 불균형을 해소할 방법이 없을까?”
그 무렵 석 씨는 이런 질문을 부여잡고 있었다. 실제 세상에서 부딪히지 않더라도, 소통한단 느낌을 주며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석씨가 바라는 곳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우연히 메타버스를 접하게 됐다. 현실 세계를 그럴듯하게 옮겨놓은 또 다른 장소였다. 절로 '유레카'를 외쳤다. 정답을 찾은 듯했다.
곧바로 학생들이 공부하기 좋은 메타버스 발굴에 나섰다. 플랫폼 ‘게더타운’이 석씨 눈에 들어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할 때 밤늦게까지 집중해서 공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봤다. 시간이 흘러도 달라진 건 없었다. 후배들이 힘들어할 생각에 공부할 곳을 마련해주면 어떨까 고민했다. 해결책은 메타버스였다. 여러 서비스를 비교하고 분석했다. 게더타운이 알맞았다.”
캠과 음성 인식. 게더타운 기본 시스템은 오락실보다 스터디카페에 가까웠다. 25명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지난해 10월 석씨는 게더타운에 스터디카페를 개설했다.
생전 처음 이용해본 메타버스 플랫폼이 처음엔 낯설었다. 하지만 석씨는 서비스 내 온갖 기능과 설정을 만지작거리렸다. 어느새 그럴싸한 스터디카페가 꾸며졌다. 메타버스 학습의 장이 마련됐다.
한 명, 두 명 점차 학생들이 모였다. 곧 20명을 넘어 제한된 정원이 꽉 찼다. 스터디카페 이름은 ‘온스터디힐즈(ON_STUDYHILLZ)’, 석씨 닉네임은 연대생 겸 ‘꺄루타운’이다. 석효주씨는 관리자, 메타버스 스터디카페 주인, 선생님을 겸하고 있다. 실제 스터디카페처럼 1인·다인실로 구성됐다. 학생 성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도서관 좌석 잡으려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다. 가방에 책을 집어넣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옷 걱정도 없다. 그저 캠만 켜면 된다. 365일, 24시간 개방했다. 독서실 등 오프라인 학습 장소와 비교했을 때 운영 시간은 무제한. 학생들은 온스터디힐즈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석씨에게 출석을 확인받는다. 그는 한명 한명 인원을 검사한다.
“스터디카페와 독서실 이용엔 돈이 든다. 가정환경이 여의찮은 학생들에겐 이마저도 부담이 된다. 온스터디힐즈는 무료다. 게다가 편리하다. 1인실에서 혼자 공부하기도, 2·3인석에서 토론하며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 캠을 활용해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자 자극받고, 집중력은 올라간다. 학생들 학습 효율도 증대된다.”
대학생 석효주씨는 매일 메타버스 스터디카페로 출근한다. 부지런한 학생은 석씨보다 먼저 자리 잡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시험 기간 특히, 이런 열정적인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오전 8시께 공부를 시작한 학생들도 부지기수. 이때 집중이 잘 되는 배경음악을 삽입하거나 학생 공부 자세를 살펴보는 것도 그의 업무다.
질문 유형도 여럿. "인터넷 강의를 듣고 싶은데, 어떤 선생님이 좋나요"·"예비 고1인데 국어 공부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수시 전형, 어떤 게 저에게 알맞을까요" 등 공통으로 석씨에게 학생들이 묻는다. 스터디카페엔 재수를 경험한 대학생도, 실제 재수생도 있다. 이들은 경험담을 공유하며 '재수 성공기'를 만들어낸다.
"매일 출석하는 학생도 있다. 고등학생이 중학생에게 공부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어떤 인터넷 강의가 좋을지, 현재 고3 학생에게 적합한 대학교 입시 유형은 뭘지 등 학습 정보에 대한 모든 것이 우리 스터디카페에서 논의된다. 홀로이 해결하기엔 어려운 과제를 이곳에서 말끔히 풀어낸다."
입소문을 타 매일 스터디카페 정원이 꽉 차면서, 석씨에겐 고민이 생겼다. 학교생활을 병행해야 하는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 장소에 계속 상주할 수 없어 조교를 둬야 할 판이다. 어쩌면 행복한 근심일지도 모른다. 초창기 설립 취지에 들어맞는 방향으로 스터디카페가 운영되고 있어서다.
이달 초엔 '스터디 콘서트'를 개최했다. 전국 방방곡곡 50명을 웃돈 학생들이 참석했다. 소규모 메타버스 학습 설명회가 구현됐다. 정원 25명을 넘다 보니, 석씨는 따로 게더타운에 문의해 인원 허용 범위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본인 수험생활 때 애로사항은 여전히 학생들의 공통 숙제였다. 콘서트에서 질문하기 위해, 학생들은 줄을 서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현재 스터디카페 시스템을 확장하는 게 석효주씨의 새해 목표다. 멘토링, 질의응답, 진로 강연 등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서버 불안정과 모바일로 접속이 한정됐다는 점 등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다. 석씨는 다만, 메타버스에서 학습 불균형 간극을 좁혔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미 제한 인원을 넘어, 학생들이 스터디카페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혹 서버 에러로 출입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인스타그램 메시지(DM)로 대신 질문받기도 한다. 빠른 상용화와 함께, 메타버스 기술 발전이 수반해야 학생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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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카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석씨는 게더타운 이용 방법을 소개하는 강의 콘텐츠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다짐했다. 지금보다 규모가 커지고 학생이 늘어도 공간 이용료를 받지 않겠다고. 그러나, 강연자와 유명 연사를 초청하려면 비용이 든다. 따라서 환급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비즈니스모델(BM)을 고안하고 있다.
“즐겁다. 매일 보람을 느낀다. 올해 이 스터디카페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다양한 교육 경험을 선보이고자 한다. 학생 신분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단, 처음 스터디카페를 공개했을 때도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그리고 점차 극복해나갔다. 근래 몇몇 학원에서 연락이 와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기류다. 이를 발판 삼아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메타버스 공부방으로 자리매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