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대체불가토큰(NFT)이 정치 자금 조달 수단으로 각광을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발행된 NFT들은 디지털 콘텐츠 업계에서 비롯된 경우가 주를 이룬다. 복제가 용이한 디지털 파일도 소유권을 보장해주면서 창작자와 소비자가 투명하고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기대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후원자에게 정치 자금 펀드 참여 증서로서 NFT를 제공하는 식의 활용이 나타나고 있다.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등 신기술 수용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상대적으로 기술 트렌드에 밝은 젊은층을 지지자로 유인하고자 이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몇 차례 모금이 진행됐던 해외에 이어, 국내 정치권에서도 이런 사례가 등장해 주목도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9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대통령 선거 후보 측은 내달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 자금 모금을 위해 후원자에게 NFT를 제공하는 '이재명 펀드'를 개시했다. NFT에는 이재명 후보와 정책의 비전을 알리는 일러스트 작품들을 활용한다.
이번 펀드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차후 또다른 사례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목표액이었던 350억원을 오전 중 달성, 현재는 펀드가 마감됐다. 서영교 민주당 선대위 총괄상황실장은 "이재명 펀드 입금자가 1만명을 넘겼다"며 "오후 1시30분 기준 모금액이 675억원을 넘어섰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는 NFT로 자금을 모금함으로서 IT 활용 역량이 우수한 젊은층을 지지자로 포섭하는 효과를 노려 시도됐다. 최근 NFT가 투자 상품으로 젊은층에게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 상황에 착안한 것이다.
이재명 펀드를 기획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소개하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 고민 중인 2030세대에게 보내는 이재명 후보의 응답”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이번 펀드 결과에서도 이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서영교 선대위 실장도 "특히 2030 젊은 세대의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는 해외 사례에서도 비슷했다. 지난해 말 미국 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로 나선 슈리나 쿠라니는 선거 자금 기부자를 대상으로 NFT를 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젊은층의 지지를 구하기 위함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모금된 액수는 6천610 달러(약 792만원)에 그쳤다.
IT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내려는 목적에서도 NFT가 발행됐다. 이재명 후보 측은 NFT 펀드 추진 배경으로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성장 정책에 대한 의지를 국민과 공감하려는 방안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과세 유예 및 손실 이월공제 정책을 공약하는 등 수용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NFT로 정치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이 후보 사례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의뢰를 거쳐 진행됐으나, 해외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투명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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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정치 자금 규제를 손쉽게 회피할 수 있다는 의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ABC뉴스는 "NFT는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다"며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나 주 차원에서 실시되는 정치 캠페인 대부분은 후원자 신분을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