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앞당길 엑시톤 입자 무손실 조절 기술 개발

유니스트 박경덕 교수팀, 차세대 나노 반도체·광통신 소자 개발 활용 기대

과학입력 :2022/02/07 15:56

빠르고 발열이 적은 차세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고효율 엑시톤 제어 기술이 나왔다.

UNIST 박경덕 물리학과 교수 팀은 엑시톤 입자(준입자)를 손실 없이 조절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엑시톤(exciton)은 절연체나 반도체 소재 안에서 음전하(-)인 전자와 양전하(+)인 정공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준입자다. 전기적으로 중성을 띄기 때문에 전자 대신 활용하여 더 빠르고 발열이 없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기존 반도체 칩은 성능을 높이기 위해 소자를 많이 집적할수록 불필요한 전기장 간섭이 생기는 반면, 엑시톤은 전기적으로 중성이라 소자를 집적해도 이러한 간섭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엑시톤 입자는 쉽게 소실되는 문제가 있다. 엑시톤 기반 반도체를 만들려면 반도체 소재를 구부리는 기계적 변형 방식을 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변형이 충분치 못하면 열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소재 내 엑시톤 입자가 사라지고 만다. 또 너무 강하게 구부리면 소재 자체가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연구팀은 나노 틈새 구조를 갖는 나노 갭 소자를 만들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틈새 구조 위에 걸쳐진 얇은 2차원 반도체 소재가 틈새 사이로 말려 들어가 있는 형태다. 이 틈새의 길이가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엑시톤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2차원 반도체 소재의 단위 길이당 변형 크기를 뜻하는 변형률이 커야 한다.

이 상태에서 연구진이 앞서 개발한 ‘능동형 탐침증가 광발광 나노현미경’의 얇은 팁으로 2차원 반도체 소재를 누르면 2차원 반도체 소재 안에 생기는 엑시톤 입자의 움직임을 더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연구그림] 탐침증강 광발광 나노현미경을 이용하여 나노스케일의 엑시톤 거동을 관찰하고 있는 것을 묘사한 그림 (자료. UNIST)

능동형 탐침증강 광발광 나노현미경의 팁은 단면적이 10㎚ 정도로 좁기 때문에 2차원 반도체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기가파스칼(GPa)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압력이 높아질수록 변형률이 높아진다. 탐침을 제거하면 가해졌던 기계적 변형이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도 이 기술의 장점이다.

이번 연구는 이형우·구연정 UNIST 물리학과 대학원생이 주도했다.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나노 스케일에서 엑시톤 거동 현상을 이론과 실험을 거쳐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엑시톤 거동 제어 연구의 한계였던 효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기존의 엑시톤 거동 제어 연구의 통념을 깨는 새로운 연구”라고 설명했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에 선보인 엑시톤 기반 소자는 자유자재로 제어가 가능한 동적 소자”라며 “다양한 엑시톤 기반 나노 반도체, 광통신 소자 등의 개발과 성능 향상 연구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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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 사용된 나노 갭 소자는 주혁 삼성전자 부사장 연구팀과 박형렬 UNIST 물리학과 교수팀이 제작했으며, 2차원 반도체 물질 제작에는 김기강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팀이 참여하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월 4일자로 출판됐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UNIST, IBS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