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경쟁에 인텔 가세...파운드리 3강 구도

올해 역대급 파운드리 시설 투자 경쟁 돌입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1/24 16:30    수정: 2022/01/24 22:20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인텔이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3강 구도가 전개될 전망이다. 3사는 파운드리 시장 선점을 위해 올해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에 나섰다. 특히 인텔은 최근 20조원 규모의 추가 시설 투자 발표를 했고, 미국 정부가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면서 향후 빠른 시장 진출이 예상된다.

반도체 웨이퍼(사진=TSMC)

인텔, 향후 10년간 약 119조원 반도체 투자…"파운드리 왕좌 되찾겠다"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인텔은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약 23조8천5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2개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여기엔 파운드리 라인도 포함이다. 신규 공장은 올해 후반에 착공해, 2025년부터 반도체를 제조할 전망이다.

새로운 생산 시설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 외곽에 위치한 리킹 카운티 404만㎡ 부지에 세워진다. 이 곳은 총 8개의 반도체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면적이다. 인텔은 향후 10년간 1000억달러(약 119조원)를 들여 최대 규모로 확장하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오하이오 주의 대학, 커뮤니티 칼리지, 미국 국립 과학 재단과 제휴해 향후 10년간 약 1억달러(약 1천194억원)를 투자한다.

인텔의 이번 투자 발표는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 이후 1년도 안 된 시점에 새로운 발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인텔은 애리조나주에도 200억달러(약 24조원)를 들여 2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고, 해당 공장은 지난해 9월 착공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에는 뉴멕시코주에 35억달러(약 4조1천8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후공장(패키징) 공장 시설을 확충하고, 이스라엘에 반도체 연구·개발(R&D)를 위해 6억달러(약 67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었다.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 주에 건립할 새로운 반도체 생산 시설 조감도. (사진=인텔)

여기에 더해 인텔은 최근 반도체 미세공정 필수 장비인 ASML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트윈스캔 EXE:5200' 계약을 삼성과 TSMC 보다 먼저 체결하며 장비를 확보했다. 해당 장비는 2024년 말부터 공급돼 2025년부터 18A(옹스트롬) 공정에 사용될 예정이다. 옹스트롬(1A=0.1nm)은 인텔이 지난해 3월부터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존 파운드리 시장에서 썼던 ‘나노’ 등의 명칭 대신 써온 수치다.

인텔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왕좌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목표다. 현재 인텔은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삼성과 TSMC 보다 기술적으로 뒤쳐져 있는 상황이지만,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2024년부터 앞서 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불어 최근 바이든 정부까지 반도체 제조업 리더십 확보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인텔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30년전만 하더라도 미국은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했으나, 오늘날에는 단 1%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라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에 520억달러(약 62조100억원)를 지원하는 '미국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과 애플·퀄컴·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인 미국 기업 간 협력이 이뤄진다면 중장기적으로 파운드리 시장은 TSMC, 삼성, 인텔 3강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업체별 점유율은 TSMC(53.1%), 삼성전자(17.1%), UMC(7.3%), 글로벌파운드리(6.1%), SMIC(5%) 순으로 차지했다. 상위 5개 파운드리 업체 중 4곳이 동아시아에 위치하며, 현재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TSMC, 삼성전자 공격적 투자로 입지 강화 나서…올해부터 3나노 공정 진입


대만의 TSMC와 국내 삼성전자도 역대 최대 규모로 파운드리 제조시설에 투자하며 경쟁에 나섰다. 인텔의 가세에 적극 대비하겠다는 움직임이다.

TSMC는 지난해 말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14조3천4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일본에도 70억달러(8조3천7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달 초 TSMC는 4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파운드리 시설에 사상 최대 규모인 440억달러(52조4천7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TSMC는 올 하반기 3나노 양산화 준비를 완료해 선단 공정에 앞서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왼쪽부터) 존 코닌 상원의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또한 TSMC를 뒤따라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더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20조3천200억원)를 투자한 미국 테일러 반도체공장을 올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가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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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해 경기 평택캠퍼스의 3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P3' 공장이 완공되고, 4번째 생산라인 'P4' 착공도 연이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 올해 4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TSMC 보다 앞서 3나노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는 27일 4분기 컨콜에서 올해 반도체 투자 규모를 발표할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