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규제하는 메타버스산업 진흥법안

[이승민 칼럼] "규제 강화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전문가 칼럼입력 :2022/01/21 20:52    수정: 2022/01/22 18:39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최근 '메타버스산업 진흥법안'('법안')이 발의되었다. 법안의 명칭이나 제안이유를 보면 상당히 그럴 듯하다. 메타버스는 그간 XR(확장현실) 또는 가상융합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이외에도 SNS, 온라인 쇼핑, 전시, 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향후 그 사회문화적 영향력이나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잠재력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타버스를 산업적 측면에서 진흥하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폄하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어떤 법에 진흥이라는 표제가 붙는다고 하여 그 실질이 당연히 진흥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인데, 이 법률은 그 제목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상당히 강력한 규제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번에 발의된 법안도 게임산업법만큼은 아니지만 결국은 규제 강화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먼저, 전체적인 측면에서 이번 법안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위 법안의 구조상 다른 법령에 따른 기존 규제는 그대로 적용되는 상태에서 위 법안의 규제적 요소가 더해짐에 따라 전체적으로 볼 때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

둘째, 위 법안에 따라 도입되는 규제는 그 적용대상에 차등을 두지 않고 있어서,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도 대기업과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되어 그 성장·발전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셋째, 위 법안은 메타버스 이용자에 대해서까지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여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이용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넷째, 위 법안은 기존 법체계와 상충되어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이하에서 몇 가지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기로 한다.

우선, 법안의 “메타버스” 개념부터 살펴본다. 법안에서 “메타버스”는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장치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입체환경으로 구성된 가상사회에서 가상인물 등을 통하여 다양한 사회적·경제적·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가상의 공간”으로 정의되어 있다.(제2조 제1호)

여기서 “입체환경”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현재 메타버스의 대표 서비스로 소개되고 있는 '제페토'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이것이 반드시 AR이나 VR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에 한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

또한, “다양한 사회적·경제적·문화적 활동”이라는 표현도 그 범위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게임의 경우에도 일정한 커뮤니티 또는 거래 기능을 갖춘 경우에는 여기에 포함될 수 있어 보인다. “문화적 활동”이라는 표현에 주목한다면 입체환경이 구축된 게임은 모두 다 포함될 수도 있다.

결국, HMD나 AR글래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위 정의에서 말하는 메타버스에 해당할 수 있고, '제페토', '점프', '호라이즌 월드'와 같은 비게임형 혹은 생활형 메타버스는 물론, 3D 이미지가 구현되어 있는 다수의 게임들도 이번 법안의 메타버스 개념에 포함될 수 있게 된다.

또한, 법안 제2조 제5호는 “메타버스화폐”를 “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되어 발행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서 메타버스에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지급수단”으로 정의하면서, 가목에서 “메타버스에서 메타버스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메타버스에서 이용되는 저작물 그 밖의 콘텐츠를 구입하는 대가를 지급하기 위하여 사용될 것”, 나목에서 “메타버스에서 창작된 저작물 그 밖의 콘텐츠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거나 메타버스상품을 매입하는 대가를 지급하기 위하여 사용될 것”이라고 구체화하고 있다.

그런데 위 법안의 메타버스의 개념에 주요 게임들이 포함된다면, 위와 같은 메타버스화폐의 정의에 따라 게임머니나 아이템도 여기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제페토'의 '젬' 같은 경우도 메타버스화폐에 포함될 것이다.

문제는 위 법안 제21조 제1항에서 메타버스화폐의 발행·유통에 대해 여러 가지 제한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는 “이용자와의 약정에 따라”서만 메타버스화폐를 발행할 수 있고, 이용자 1인당 발행 최고한도에도 제한을 받으며, 메타버스화폐의 환전을 위한 안전한 시스템 구축 의무, 메타버스 내에서 도박 등 사행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할 의무, 미성년자들의 거래에 대하여 미성년자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의무, 그밖에 메타버스화폐의 건전하고 원활한 유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받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위 법안 제4조에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위 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기존에 타 법률에 존재하던 규제들은 여전히 적용된다. 즉, 위 법안 제21조 제3항이 메타버스화폐의 환전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위 법안 제4조에 의해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면, 게임형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여전히 게임산업법의 규제가 적용되므로 게임산업법에 따른 게임머니·아이템에 대한 환전 금지 규제도 그대로 유지되고, 따라서 게임형 메타버스에서의 메타버스화폐를 통한 이용자들의 수익 실현은 여전히 불가능하다(즉, '미르 4'와 같은 P2E는 여전히 금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타버스화폐의 발행·유통에 관한 각종 규제와 제한이 추가되어 게임사업자로서는 오히려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페토'와 같은 비게임형 메타버스의 경우에도 '젬'과 같은 메타버스 내 거래수단에 대해 기존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규율에 더하여 위 법안에 따른 추가적인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이용자의 행동강령에 관한 위 법안 제27조는 더욱 우려스럽다. 이에 따르면,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는 메타버스 내의 질서유지와 법령 위반 방지를 위해 행동강령을 제정할 의무를 부담하고(제1항), 이용자가 이러한 행동강령에 동의하고 준수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제2항), 이용자는 행동강령에 따라 메타버스에서 활동할 의무, 행동강령에 위반하는 사실을 발견한 경우에는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에게 이를 신고할 의무를 부담하고(제3항),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가 이러한 신고를 받거나 위반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관계 법령 및 행동강령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제4항).

그런데 여기서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는 “메타버스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이고(제2조 제7호), 메타버스서비스는 “메타버스에서 정보를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서비스”로서 그 범위가 매우 넓다(제2조 제3호).

따라서 이러한 문언만 놓고 보면 메타버스와 관계되는 활동을 하는 영업자는 물론 각종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들도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게 된다. 그렇다면 매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운영자도 아닌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영업적 이용자'(business user)나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들이 행동강령을 제정할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위 법안 제2조 제8호에서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하는 메타버스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이용자”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는 여기서 제외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는 이용자의 지위와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의 지위를 겸유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어느 경우든 해석에 따른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위 법안은 제2조 제6호에서 “메타버스제작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메타버스를 기획하거나 복제하여 설계하고 제작하는 자”를 메타버스제작자로 보고 있는데,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와 달리 메타버스제작자에게는 행동강령에 관한 어떠한 의무도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은 메타버스제작자의 정의만 놓고 보면 메타버스 플랫폼 운영자는 메타버스제작자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 여기서 메타버스 플랫폼 운영자가 메타버스제작자인지,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인지, 아니면 양자의 지위를 겸유하는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설령 위 법안에서 말하는 메타버스서비스가 (그 표현의 부적절성은 별론으로 하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의미하는 것이고 따라서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가 메타버스 플랫폼 운영자를 지칭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위 규정은 여전히 문제이다.

행동강령은 동종 또는 유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협회나 단체 또는 자율규제기구 등을 통해 논의하여 제정하는 것이 보통이며, 특정 플랫폼 운영자가 해당 플랫폼의 이용에 관한 규율을 정하는 것은 대개 이용약관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번 법안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을 비롯한 메타버스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자들이 각자 별도의 행동강령을 제정해야 한다.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메타버스 이용자들이 행동강령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 이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로서 어느 정도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것인지 막연하기만 하다. 이용자가 행동강령에 위반하는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의 행동강령 위반에 대해 대체 왜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 한단 말인가? 이 규정을 보고 국가보안법 제10조의 불고지죄가 떠오른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주목할 것은 이 법안에 따라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가 부담하는 모든 의무는 강제성이 있다는 점이다. 위 법안 제33조는 과기부장관이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의 위 법안 위반행위 또는 의무불이행에 대해 시정권고 또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제34조에서 이러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법안은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에게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의 자율규제에 관한 제30조 내지 제32조의 규정들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서는 과기부장관이 단체의 구성, 자율규제의 기준 및 절차, 재정 능력 등 요건을 심사하여 메타버스자율규제단체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30조 제1항, 제3항), 이러한 지정을 받지 못한 자는 자율규제단체의 명칭 또는 그와 혼동하기 쉬운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제4항).

또한, 과기부장관은 자율규제단체의 지정 후에도 지정요건이 적합하지 않게 되거나, 자율규제단체가 행정처분, 형벌, 과태료 등을 받은 경우에는 그 지정을 취소할 수 있고(제5항), 자율규제단체에 대해 각종 감독을 할 수 있다(제32조).

그러나 자율규제는 말 그대로 민간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이 본질이다. 물론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규제(화)된 자율규제' 또는 공동규제라는 형식도 많이 활용되고 있고 위 법안도 이러한 방식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위 법안의 내용은 너무 과하다. 규제(화)된 자율규제나 공동규제를 하더라도 순수 민간의 자율규제가 금지되거나 제한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부의 지정을 받지 못하면 '자율규제단체'라는 명칭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여 자율규제단체에 대해 정부가 통제권을 지니는 것은 자율규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정부가 사업자 단체나 협회를 지정하고 감독하는 것은 그에 대해 일정한 공적 권한을 위임하거나 위탁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부는 자율규제를 권고, 장려하고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위 법안 제31조에서 자율규제단체의 업무를 보면, 표준운영규칙 제정·보급, 메타버스서비스에서 고충의 신고 접수·처리, 불법정보 유통 규제, 분쟁 해결 등이다.

여기서 공적 권한을 위임 또는 위탁받았다고 할 만한 것은 불법정보 유통 규제인데, 사실 메타버스를 포함한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불법정보 유통에 관한 일체의 내용규제 권한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 권한이다. 이번 법안 제31조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한을 박탈하고 이를 자율규제단체에게 수여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 조항은 법체계상으로도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불법정보 유통 규제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위 법안 제31조에 규정된 자율규제단체의 임무는 공적 권한이라고 볼 것은 없고 본래 민간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정부가 자율규제단체의 지정과 같은 사전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기초로 각종 통제권을 갖도록 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 밖에도, 메타버스서비스제공자가 PC 등 정보통신설비의 보수점검, 교체 및 고장, 통신두절 등으로 서비스 제공을 일시 중단하는 경우 사전통지에 관한 내용(제28조 제1항, 제2항)은 이용약관에서 정하여도 될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법률에 규정을 두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영업양수시 이용자에게 저장정보 이전에 관해 고지할 의무에 관한 내용(제29조)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27조에 유사한 내용이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개인정보 보호법'을 보완하거나 개정할 일이지 위 법안에서 별도로 규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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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이 법안에 지적할 부분이 더 있으나, 지면 관계상 여기서 줄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메타버스와 같이 발전 단계에 있는 신기술·신산업에 대해서는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법을 만드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이 관련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비롯한 다각도의 검토가 요구되며, 규제적인 측면이 더해지는 경우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기술·신산업의 영역에서는 해당 기술이나 산업이 사회에 현저한 해악이나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 한 규제가 기술·산업 발전에 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