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권봉석 기자] 매년 새해 1월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를 참관하는 업계 관계자나 매체 종사자, 혹은 출전 기업 담당자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행사장간 이동 수단을 꼽는다.
우버나 리프트 등 차량 공유 서비스는 유독 내가 호출할 때만 연결이 되지 않고,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면 도로는 항상 막히기 마련이다. 기자 역시 공항으로 출발하는 시간이 불과 10분 늦어졌는데 한 시간 늦게 도착해 공항 터미널을 숨도 못쉬고 내달렸던 적이 있다.
■ "컨벤션 센터 지하에 땅굴을 파라"
특히 가장 많은 기업이 모이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사이를 신속하게 옮겨 다니기란 쉽지 않다. 수 많은 사람에 치이며 행사장을 메뚜기처럼 돌아다니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야말로 진이 다 빠진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벌인 기행의 결과물이 바로 라스베이거스 지하에 땅굴을 뚫는 회사, '보링 컴퍼니'(Boring Company)다. '천공작업'과 '지루함', 두 가지 의미를 한 몸에 담은 단어 '보링'을 회사 이름에 넣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보링 컴퍼니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지하에 길이 2.73km 길이 터널, '컨벤션 루프'를 운영하고 있다. 웨스트 스테이션, 사우스 스테이션, 노스 스테이션 등 3개 정류장에서 테슬라 차랑 62대를 이용해 방문객을 실어나른다.
■ 전시장 사이 테슬라 타고 '순간 이동'
3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 홀에 있는 '베이거스 루프 센트럴 스테이션'을 찾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자 '사우스 스테이션', '웨스트 스테이션'이라는 행선지가 보인다.
이동할 차량이 없어 잠시 기다리고 있자 테슬라 모델X 한 대가 도착했다. 기사에게 "웨스트 스테이션에 가고 싶다"고 말한 뒤 뒷좌석에 앉자 좁은 터널 안을 시속 40마일(약 65km/h)로 내달렸다.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속도가 일정하게 올라가는 전기차 특성 탓에 순간 시트에 몸이 파묻히는 느낌마저 든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면서 따로 챙겨온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던 순간 벌써 목적지인 웨스트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각 역에서 행사장까지 오르내리는 시간이 약 1분, 역 간 이동 시간이 약 1분, 총 3분만에 목적지까지 이동했다. 각 전시장 사이를 걸어다닐 때보다 시간이 크게 절약되고 지하에 따로 파 놓은 전용 도로이기 때문에 교통 체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 향후 3년 후 공항에서 컨벤션센터까지 5분만에 이동
보링 컴퍼니는 지난 해 10월 말 컨벤션 루프를 총 47km 길이인 '베이거스 루프'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2020년 12월 라스베이거스 시 당국에 제안했던 내용이 10개월 만에 승인된 것이다.
이 터널이 완공되면 약 47km 길이의 터널과 51개의 정류장을 통해 네바다 주 엘리전트 스타디움과 네바다 대학 사이 주요 거점을 연결하게 된다. 시간당 최대 5만 7천여 명이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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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데이비스 보링 컴퍼니 회장은 프로젝트 초기 6개월 이내에 5~10개의 정류장을 건설하고 그 이후에는 매년 15개~20개의 역을 세우고, 3년 안에 완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이동하는 요금은 무료다. 그러나 노선이 확장되면 공항에서 컨벤션센터까지 5분간 8km 이동하는데 약 10달러(약 1만 2천원)를 받을 예정이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 때문에 택시나 우버·리프트 등 기존 운송수단 대비 경쟁력도 충분히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