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2년째 기승을 부리면서 IT업계에도 많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비대면과 원격근무에 이어 메타버스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은 2022년에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2022년 경제를 지배할 다른 키워드도 적지 않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여러 변수들이 내년 IT 경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디넷코리아는 '2022년 전망' 시리즈를 통해 IT 주요 분야별 경기를 전망한다. <편집자>
'은행은 지금처럼 운영될 수 있을까.'
은행은 물론이고 전 금융사와 핀테크가 하는 고민 중 하나다. 이미 은행 지점은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불편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월계동 지점 폐쇄를 둘러싼 주민 간 은행 갈등은 은행의 점포 효율화 전략이 은행의 판단대로만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은행 본연의 자금 중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사회적 책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제3자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해 은행을 둘러싼 환경은 은행업 성장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스몰 라이선스와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관리업)으로 소매(리테일) 금융의 패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은행은 영업점이 아닌 모바일이 대세가 된 만큼 플랫폼 전략과 비금융서비스를 확장하며 플랫폼을 맹렬히 추격 중이다.
제판분리 가속화...막을 수 없어
은행업은 핀테크와 다양한 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소매 금융의 접점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 대출을 받기 위해 여러 은행 지점을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플랫폼에서 대출 상품을 비교해주면 그 곳서 대출을 받는 행위가 자연스러워진 것이 한 예다. 은행 모바일 뱅킹을 통해 이체하기보다는 토스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전자금융업자 서비스를 택하기도 한다.
고객 접점의 이탈은 은행의 제판(제조-판매)의 분리를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은 상품을 팔기 위해 방대한 영업점 조직을 활용했지만 이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 2021년 3분기 신한은행의 경우 수신 상품의 디지털 채널 비중이 68.4%, 여신 상품은 61.0%로 2018년 수신(55.2%), 여신(39.8%)에서 대폭 늘어났다.
모바일로 옮겨 간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제판분리를 막기 위해 자체 플랫폼으로 고객을 끊임없이 유입시켜야 한다. 그러나 한 은행만의 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뱅킹에 접속하기보다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플랫폼에 유입되는 고객이 더 많다.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는 953만명이지만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는 2천44만명이다.
스몰 라이선스·디파이, 업태 바꿀 가능성 高
현재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업을 흔들어놓을 가능성이 높다.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 이를 다른 고객에게 빌려주는 '여신 창출'이라는 근간의 기능을 하지 않더라도 이체나 자금 중개 등 은행의 일부 기능만을 대신해줄 수 있는 스몰 라이선스가 이 개정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바탕으로 한 블록체인의 활용도 확대는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개인 간 개인, 특정 그룹 간 거래를 꼭 은행이라는 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니 중개자의 역할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다만, 대체불가토큰(NFT)이나 디파이(De-Fi)에 관한 규제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점은 변수다. 금융은 자금이 움직이는 만큼 자금의 이동 경로, 출처가 중요한만큼 규제당국 입장서는 전통적인 금융업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은행 특화 서비스·비금융으로 경쟁 구도 개편
은행은 소매 금융은 신기술을 접목하며 비용을 줄이며 동시에 빅테크가 하지 못하는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인공지능(AI) 기반 은행원과 온·오프라인 채널 간 협업을 꾀하는 옴니채널이다. 고객으로부터 들어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자동화 처리하고 이를 통해 불완전판매를 막는 기술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은행은 플랫폼과 비교해 '더 안정성 있고 신뢰도 높은 거래'를 제공한다는 포지셔닝을 지속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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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융당국이 은행의 비금융서비스 진출을 일부 허용한 만큼 은행의 비금융서비스 제공도 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신한은행은 배달 서비스를 KB국민은행은 부동산과 자동차 등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기업 금융은 빅테크가 진출하지 못하는 만큼 은행은 소매보다 기업 금융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기업 금융은 소매 금융에 비해 규모가 큰 데다 디지털화가 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기업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가장 잘, 먼저 이뤄낸 은행이 승기를 가져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