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정부, 새해에도 탄소중립 총력

[2022년 전망⑤-에너지·탄소중립] 탄소중립 R&D에 1조9천억 투입

디지털경제입력 :2022/01/04 15:04    수정: 2022/01/04 16:04

코로나19가 2년째 기승을 부리면서 IT업계에도 많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비대면과 원격근무에 이어 메타버스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은 2022년에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2022년 경제를 지배할 다른 키워드도 적지 않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여러 변수들이 내년 IT 경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디넷코리아는 '2022년 전망' 시리즈를 통해 IT 주요 분야별 경기를 전망한다. <편집자>

과거 정부 위주로 이뤄지던 탄소중립 정책이 올해부터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정부가 산업별 맞춤 탄소중립 지원책을 마련한 가운데도 역시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관련 실행전략을 발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주요 대기업은 올해부터 2050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을 준비하고 수소, 태양광 등 차세대 에너지원 산업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경영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영·홍보 청사진을 친환경 기업으로 설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도출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 메탄 감축 서약, 글래스고 기후합의 등의 과제 이행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평가다. 올해는 정부가 앞에서 끌고 산업계가 뒷받침하는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이 본격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 탄소중립 팔 걷어붙인다…탄소중립 위한 기업 유인책 제시

정부는 그간 산업계가 자율적으로 이행하던 탄소중립 사업에 조력안을 마련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부는 '기업을 위한 탄소중립 원칙'을 발표하고 탄소중립과 관련한 기업 연구개발(R&D)·투자 지원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기회로 도약할 수 있는 신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우선 수소경제 인프라, 친환경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 친환경 인프라에 투자하고 신기술을 확보해 초기 시장 창출을 지원한다.

정부는 올해 산업 부문 탄소중립 R&D에 1조9천274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형 예비타당성조사 추진, 탄소중립 중심 R&D 개편으로 투자를 이어간다. 2030년까지 산업 부문 R&D의 30% 이상을 탄소중립 R&D로 확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7일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탄소중립 분야 기술혁신펀드도 새롭게 조성하고, 민간 투자자의 선참여를 전제로 정부가 대응 투자하는 '투자연계형 R&D'도 추진한다.  세제·금융 지원을 위해 탄소 저감 효과와 실수요가 높은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한다.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되면 R&D 비용은 대·중견기업은 20~30%, 중소기업은 30~40% 공제된다.

대형·중장기 프로젝트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탄소가격 인센티브 방안과 함께 기업건의에 따른 탄소시장 개선방안도 검토한다. '탄소중립 규제혁신 TF'를 구성해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걸림돌 규제 제거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같은 탄소중립 정책을 필두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 탄소중립에 94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년 환경부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진행된 합동브리핑은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을 주제로 5개 부처(환경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가 함께했다.

이를 통해 2018년 기준 대비 2050년에 ▲재생에너지 전원 비중 3.6%→70.8% ▲청정수소 자급률 0%→60% ▲친환경·고부가 품목 비중 16.5%→84.1% ▲제조업 탄소집약도 10억원당 496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10억원당 68톤CO2eq ▲수출 순위 6위(2020년 7위)→4강 안착 등 목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22년 신년사에서 탄소중립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에너지·산업의 한발 더 빠른 전환을 통해 모두 함께 성장하는 탄소중립을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에너지 부문이 탄소중립을 리드하면서 우리 기업의 친환경 혁신을 확실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적정 이격거리 기준, 풍력 원스톱샵 등의 제도를 법제화하고 암모니아·수소 등 무탄소 발전 기술과 인프라도 확충하겠다"며 "NDC를 반영한 전력계통망 보강계획도 선제적으로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경영 청사진 친환경으로…탄소중립 힘 보탠다

산업계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엎고 올해 ESG 경영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보이는 곳은 단연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시종일관 글로벌 유력 인사들과 회동을 가지며 친환경 그룹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CEO세미나’에서 “2030년 기준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 정도인 2억톤의 탄소를 SK그룹이 줄이는 데 기여하고자 하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 탄소 감축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며 탄소중립 의지를 표명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SK그룹은 자체 ESG위원회를 구축하고 수소산업,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로 사업 체질을 전환 중이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한 데 이어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5년간 18조5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는 2025년까지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여타 국내 기업들 역시 수소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소는 탄소중립을 이행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임과 동시에 최근 불거진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타개할 대체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왼쪽부터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세홍 GS그룹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등을 포함한 10대 그룹은 지난해 9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에서 수소기업협의체를 공식 출범시켰다. 수소 산업을 개발하고 글로벌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동맹을 맺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수소 생산, 유통, 공급, 저장 등 수소 밸류체인 등 각개전투를 진행했지만, 이번 협의체 출범으로 글로벌 시장에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세부 역할을 분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가입해 ESG경영을 강화하고 친환경 메모리 기술, 탄소 포집 기술 개발(CCS)등 사업 영역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2'는 국내 재계의 탄소중립 산업 홍보전으로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행사 참여를 결정한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LG전자 등은 CES2022에서 차세대 에너지원, 소재·부품·장비 등을 주요 홍보 전략으로 잡고, 세계에 탄소중립 실현 의지를 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발전 공기업 탄소중립 협의체 출범민간 에너지 기업 차세대 에너지원 개발에 박차

탄소배출 주요 창구로 지목받아 온 한전 발전자회사들도 전국 석탄발전을 서서히 감축한다. 이들 에너지 공기업은 올해부터 탄소중립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공동 대응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산업부와 15개 에너지공기업(한국전력, 발전5사, 한국수력원자력, 전력거래소,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들은 '에너지공기업 탄소중립 협의회'를 올해 초 출범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기업별로 분산돼 있던 탄소중립 정책들을 통일하고, 에너지 부문 탄소중립 실천 방안을 논의한다. 에너지 전환 시대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한전 등 발전공기업은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함께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는 등 탈탄소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선 발전 5사(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가 기존 석탄발전을 LNG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시작한다. 동서발전이 지난해 폐지한 호남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지금까지 노후 석탄 발전소 10기가 가동을 멈췄다. 동서발전은 이 자리에 LNG복합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가스공사, 한수원 등도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플랫폼 구축, 저탄소 LNG 공급을 위한 준비를 올해부터 시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전 역시 지난해부터 수소터빈 설비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회사 조직 내에 탄소중립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에너지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편, 민간 에너지 기업도 차세대 에너지원 발굴에 팔을 걷어 붙인다. SK E&S는 수소 수소 생산, 유통, 공급까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하고 SK이노베이션과 합작해 부생수소·액화수소 생산을 시작한다. 또 탄소 포집 저장 기술(CCS)을 활용해 2025년까지 25만 톤 규모의 청정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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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은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해 친환경에너지를 제공한다. 한화큐셀에서 제공한 에너지는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이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데 이용된다. 수소가스터빈을 활용해 전력도 생산한다. 한화임팩트가 수소가스터빈발전소 구축을 담당한다. 가스터빈은 수소의 혼합 비율이 높을수록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드는데, 향후 100% 수소로 운전되는 수소가스터빈을 상용화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없애는 것이 목표다.

한편,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오는 2050년엔 수소 영역에서만 12조달러(1경4천조원)규모의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수소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시장규모는 2030년까지 최소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