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멤버스가 전 직원에 '데이터 관리' 책임감 심은 방법

[인터뷰] 김남석 롯데멤버스 데이터거버넌스팀장

컴퓨팅입력 :2021/12/31 17:24

'데이터 경제'라는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경영진이 그리는 청사진은 대개 이럴 것이다. 사업 영역에서 다년간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를 직원들이 각자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전에는 얻지 못한 통찰력을 확보하고, 이를 비즈니스 성공의 원천으로 삼는 구상이다.

그러나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적절히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롯데멤버스도 이런 과제를 안고 있던 회사 중 하나였다.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필요한 데이터를 찾는 데에만 쓰곤 했다. 어렵게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결과가 석연찮아 원인을 파악해보니 데이터 분류 상의 오류가 나타나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김남석 롯데멤버스 데이터거버넌스팀장은 올해 이 과제를 풀어내는 데 주력했다. 전체 직원이 원하는 데이터를 손쉽게 찾아 활용하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롯데멤버스를 비롯한 롯데 전체 계열사에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점검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렇게 정리한 데이터를 토대로 데이터 포털 '디캣'을 11월 개시했다.

디캣의 핵심은 데이터의 내용에 따라 담당자를 지정, 관리하게 하는 체계를 적용한 점이다. 말 그대로 회사 데이터가 소재인 직원용 포털 사이트다. 직원들이 필요한 데이터를 디캣에서 찾고, 데이터에 대한 문의나 요청을 남기면 담당자가 대응하는 식이다. 각 담당자의 데이터 관리 역량에 대한 피드백도 오간다. 데이터 취합 및 개선 등의 업무를 데이터거버넌스팀과 IT개발팀이 중개해 처리하던 것을, 해당 데이터를 가장 잘 아는 담당자가 손볼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관리 업무가 낯설고 부담스러운 일반 직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특히 전형식 롯데멤버스 대표가 데이터 거버넌스 개편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이 부분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남석 롯데멤버스 데이터거버넌스팀장

-데이터 거버넌스를 바꾸게 된 이유는?

"데이터 포털을 구축하기 위해 전문 솔루션 회사인 엔코아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컨설팅을 받는 동안 회사 데이터들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이전하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회사 데이터들이 잘 정리돼 있는 줄 알았지만 잘못된 부분도 상당히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황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분류된 데이터도 많이 발견됐다.

데이터 통합 관리 제품과 데이터 모델링 도구, 데이터 품질관리 솔루션, 데이터 흐름 관리 솔루션, 데이터 포털 솔루션 등을 도입했는데, 데이터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 상에 존재하는 문제점들을 많이 밝혀냈다. 각사에 따라 같은 유형이어도 다른 방식으로 저장돼 있는 데이터들을 정리했다. 

가령 카드사별 결제 데이터 코드가 다르게 저장돼 있던 것도 일원화했다. 결제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하려 하면 이런 부분을 수작업으로 고쳐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개선한 것이다. 

같은 데이터를 "취급고", "매출" 등 회사에 따라 다르게 칭하고 있는 경우도 발견돼 이런 부분을 손봤다.

같은 단어인데 회사별로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었다. "인당 매출액"을 전체 매출액을 결제한 사람 수로 나눠야 하는 건데, 앱 방문자 수로 나누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의미로 사용되는 거라던지. 엘페이랑 엘포인트에서 취급고란 단어 쓰는데, 각각 의미하는 게 다른 경우가 많았다. 각 부서마다 로직을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터 포털 중심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면서 데이터 관리 업무를 '데이터 오너십'과 '데이터 스튜어드십'으로 나눠 분배했다. 어떻게 달라지나.

"데이터 오너십은 현업에서 해당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이 맡는다. 데이터 스튜어드는 IT 쪽 직원들이라 보면 된다. 데이터 오너십을 갖는 현업 쪽에서 어떤 요청을 받게 되면 그에 맞춰 데이터 관련 엔지니어링을 수행한다.

과거에는 IT 직원들이 이 두 가지 업무를 모두 수행했다. 이제는 각 데이터를 가장 잘 아는 현업 부서가 데이터 생성, 폐기, 관련 문의 대응 등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 코드가 잘못 기입돼 있다던지, 데이터 관리 상에서 발생하는 오류는 상대적으로 이런 현업 부서가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다."

데이터 오너십·스튜어드십

-직원들은 데이터 포털인 디캣을 통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게 되나.

"가령 디캣 내에서 어떤 사용자가 특정 데이터의 응용 방법을 댓글로 질문하면, 이를 아는 사람이 답댓글로 알려줄 수 있다. 댓글이 달리면 해당 데이터의 담당자와 저희 팀에 알림이 온다. 데이터 활용을 하려는 직원이 이런 도움을 얻을 수 있기도 하고, 데이터 활용법을 알려주는 댓글들이 포털에 남게 되면서 이런 정보가 또 데이터로 저장이 되는 셈이다. 

각 데이터에 대해 다른 데이터와의 관계들을 알려주는 개체-관계 다이어그램(ERD)과 데이터의 흐름과 수집 과정을 알려주는 데이터 플로우, 해당 데이터를 사용하는 프로그램 내역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영향도 등의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이를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다."

디캣

-다른 직원들은 그 동안 데이터 관리 업무를 맡지 않다가 디캣 개시와 함께 추가 업무가 부여된 셈인데, 마찰이나 고충은 없었나.

"이번 프로젝트 초기에 일차적으로 데이터 담당자를 정리해 안내했을 때, 데이터 관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 부담을 크게 느끼는 직원들이 많았다. 이런 부분을 잘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전형식 대표가 전 직원에 데이터 오너십을 할당하는 방식에 대해 많이 지지해줬기 때문에, 힘을 받아 잘 조정할 수 있었다. 데이터 오너십을 많이 가진 조직에 이익을 주고, 데이터 포털 활동 내용을 인사팀에서 파악해 이를 평가에 고려하는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 포털에 참여한 사람들은 포인트를 획득하는데, 월별로 이를 집계해 보상을 지원하는 체계가 있다. 또 데이터에 대한 설명글이나 키워드 등이 훌륭하면 '좋아요'를 주거나, '관심 데이터'로 등록할 수 있는데, 이런 반응이 발생하면 오너십을 가진 직원의 포인트가 올라간다. 

현재로선 데이터 관리 업무에 대해 잘 모르고, 부담을 느끼는 직원은 없는 것 같다. 여러 부서가 공통적으로 활용해 데이터 오너십을 특정인에게 배분하기 애매한 데이터는 저희 팀에서 관리하고 있다."

-내년 업무 계획은?

"현재는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쇼핑의 상품코드를 통합해 통합 직매입을 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 이를 마치면 통합 직매입으로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계열사별로 상품 추천 서비스의 품질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현재 구축한 데이터 품질 관리 시스템을 토대로 데이터 품질 진단을 꾸준히 하려 한다. 외부 계열사 데이터 중 수정이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 요청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현재 92% 정도인 데이터 품질을 99%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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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데이터는 데이터 포털에서 다루지 않고 있는데, 비정형 데이터 관리 체계도 준비하려 한다. 현재 일부 시스템에만 클라우드를 쓰고 있는데, 내년엔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일 큰 이유는 딥러닝 등의 데이터 분석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데이터 분석 시 필요한 데이터를 탐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주는 데이터 프리퍼레이션 솔루션도 도입할 예정이다.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하나의 테이블로 통합하려 할 때 필요한 엔지니어링 작업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