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자, 방역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은 맞는 말이고, 반은 틀린 말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감염 경로를 차단하고 신규 감염자 수를 줄이는 방식의 방역 정책을 편 것은, 많은 수의 국민들이 그런 방식의 방역이 옳은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권위를 잘 받아들이고 불편함을 잘 감수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볼 때 리스크를 극도로 피하려는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최근 한국 사회의 변화를 보면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다. 높은 의대 입시 경쟁률이나 그보다 더 치열한 공무원 시험 경쟁률, 민간기업 보다는 공기업이 취업준비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 이 모든 것이 안정적인 직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다보니 생긴 현상들이다. 이러한 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바람이다.
문제는 리스크를 회피코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손실이 커지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폭까지 좁아지게 된다.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는 아이러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 중에서도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서 결국 우울증까지 진행된 분들이 많다. 치료 과정에서 우울증이 어느 정도 개선된 다음 목표 설정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환자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야 한다는 속박에서 벗어나면, 남아있던 우울 증상이 급속도로 호전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치료를 종결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이렇듯 우리 삶에서 리스크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생각의 유연성이 커지고 리스크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방역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19 종식이라는 리스크를 극단적으로 줄이려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다른 문제들은 외면한 측면이 있다. 사람들은 지쳐가고, 특히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당초 막으려던 리스크는 통제불가로 점점 커지고, 다른 리스크까지 동반되다보니 갈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 최초 코로나19 종식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면, 확진자 수 증가가 정책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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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의 유행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변이가 나타났기 때문에 무조건 차단해야 한다는 방역 방식은 이전의 실패와 같은 결과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오미크론 변이가 전파 속도는 빠르지만 병원성은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망률은 더 낮아지고 델타 변이를 대체하고 있다는 해외 연구 보고도 속속 전해진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리스크를 무조건 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조절하려는 방향과 목표의 전환.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방역 정책에도 필요한 게 아닐까?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