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휴대폰부터 확인하는 세상, 음식 배달부터 업무, 부동산까지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IT 기업들은 메타버스, 콘텐츠, 공유 플랫폼 등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 출시하는 중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사람과 기술을 잇는다'는 의미인 '잇고'(ITgo)를 통해 기자가 직접 가서(go) 체험해본 IT 서비스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미션. 토끼를 전진시켜 오른쪽으로 한 칸 이동시켜 봅시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 정치외교학을 졸업한 ‘찐 문과’ 출신 기자가 코딩 교육 기업 엘리스 기초 과정인 ‘금요일에 코딩하는 토끼’ 프로그램으로 코딩을 배워봤다. 대학에서는 코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초등학생도 코딩을 배우는 시대지만, 그보다 살짝 앞서 사회에 나온 기자에게 코딩은 멀게만 느껴졌다. IT매체에 몸담고 있는 만큼, 업계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기자도 코딩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스 아카데미 홈페이지에 접속 후 로그인하니, 무료 프로그램인 ‘금요일에 코딩하는 토끼’를 쉽게 실행할 수 있었다. 첫 미션은 토끼를 오른쪽으로 한 칸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잠시, 코드 rabbit.move()를 복사해 옆면에 작성된 코드 11번째 줄에 붙이라는 안내 표시가 보였다. 그대로 실행하니, 토끼가 정말 한 칸 옆으로 움직였다.
제출 버튼을 누르니, 백점 토끼 캐릭터가 팔을 휘두르며 ‘총 100점’을 알렸다. ‘이것은 한 마리 토끼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당신에게는 위대한 도약입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는 안내가 나왔다.
이후에는 ‘토끼를 좌회전시켜 오른쪽으로 한 칸, 위로 한 칸 옮기기’, ‘토끼가 우회전할 수 없는 전제 아래 전진과 좌회전을 이용해 토끼를 위로 한 칸, 오른쪽으로 한 칸 이동시키기’ 등 미션이 나왔다. 코드 rabbit.turn_left()와 rabbit.move()를 이용해 토끼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코드를 실행할 때마다 백점 토끼가 나와 응원하며 성취감을 북돋아 주니, 점점 흥미가 붙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쉬운 코딩’을 표방한 엘리스를 설립한 김재원 대표가 궁금했다. 28일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엘리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창업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재원 대표와 일문일답]
Q. 엘리스는 어떤 기업인가.
“엘리스는 코딩이 어려워서 실패한 모든 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실습 플랫폼을 제공한다. 기업명 엘리스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저를 가르쳤던 지도 교수님 성함이 엘리스였다.
또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의미도 담겼다. 이 동화 결말이 뭔지 아나. 전부 꿈이었다. 토끼와 이상한 굴에 빠지고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꿈이고 별것이 아니었다. 코딩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형상이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별것 아니다.”
Q. 엘리스 창업 배경은.
“카이스트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며 연구실에서 인공지능 교육을 어떻게 확장할까 고민했다. 당시 카이스트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공과 상관없이 프로그래밍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학교였다. 그때 조교로 활동하며 500명~6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위한 대규모 소프트웨어 교육 운영 솔루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조교 활동, 연구를 하며 여러 박자가 맞아 플랫폼을 개발했고, 실제 카이스트에서 바로 활용했다.
당시에는 종이 시험으로 시험을 봐야 해서 다양한 채점 방식을 적용할 수 없었다. 엘리스 플랫폼 도입 이후에는 학생들이 접속 후 다양한 형태로 문제를 풀고, 채점은 자동화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교수, 조교도 반복적인 채점과 클레임 안내가 아닌, 시험 문제를 만드는 것에 훨씬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전공과 상관없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대학이 많이 생겼다. 카이스트에서 5년 전 겪었던 문제를 지금 이들이 똑같이 겪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습 중심 교육 플랫폼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Q. 직접 ‘금요일에 코딩하는 토끼’ 프로그램을 수강해보니, 문과 출신임에도 코딩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었다. 실제로 문과 출신 코딩 수강자가 늘고 있나.
“늘어난 정도가 아니라, 수강생 70%가 문과 출신이다. 전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보편적으로 필요한 교육이 된 것이다. 영어가 글로벌 소통을 위해 필요하듯, 코딩은 기계와 소통하는 데 필요한 도구다.
대학에서 산업이 원하는 교육 수준을 따라잡기가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KDT)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산업과 대학의 간극을 효율적으로 채우려고 한다.
초보자는 코딩에 보이는 영어 단어 자체가 두려울 수 있는데, ‘금요일에 코딩하는 토끼’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일단 시작하고, 쉬운 프로그램으로 접하다 보면 이 안에서 논리와 규칙에 점차 적응할 수 있고 이후에는 복잡한 코딩에도 차츰 도전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이 없던 시절에는 직접 파이썬, 에디터를 직접 설치해야 한다. 또 라이브러리 버전 업데이트도 굉장히 빠른데, 버전이 안 맞아서 첫 번째 코드를 작성해 실행했는데 작동을 안 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러다 보면 포기하게 되기 마련이다. 플랫폼에서는 수강자가 몇 번 실행 후 포기했는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한 건지 확인이 되니 피드백을 정확하게 줄 수 있다. 엘리스는 실습 중심이다 보니 이용자 질문이 많이 생기는데, 1:1 튜터링 시스템을 통해 답변을 준다. IT 서적을 보며 개인 노트북을 통해 배우는 기존 방식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Q. 포스코, LG화학 등 대기업과 카이스트, 서울대 등 대학교, 정부 기관에서도 엘리스 코딩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엘리스 코딩 교육의 차별점이 무엇인가.
“엘리스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기업, 기관마다 가지고 있는 문제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게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일반 교과 과정의 어떤 부분에 1~2주만 할당하고, 다른 부분을 더 많이 넣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면 그렇게 맞춰 제공한다. 중간중간 평가 테스트를 넣어달라고 요청하면 그것도 넣어준다. 회사마다 다 다른 문화를 보유하기 때문에, 회사 맞춤형 교육 운영 환경을 플랫폼에서 다양하게 세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Q. 코딩 교육 기관 디랩 투자, 카이스트 발전 기금 3억원 기부도 인상 깊다. 투자나 기부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산업이 발전하며 굉장히 많은 협업이 필요할 것이 필요하다. 투자, 기부 등 다양한 형태로 산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그들과 협업을 해나가려 한다. 구체적으로 디랩에서는 엘리스 플랫폼을 활용해 초중고 교육을 하고 있고, 카이스트에서도 우리 플랫폼을 활용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Q. 베트남 하노이에도 진출했는데, 또 다른 해외 국가 진출 계획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영역에는 국경이 없다. 한국도 다양한 국가 인재와 협업할 수 있어야 하고, 먼저 그 인재를 양성하고 발굴할 수 있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재 엘리스는 하노이 대학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하고 있고, 그 외에 다양하게 확장하려 노력 중이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실제로 해당 국가에 가서 현장 상황에 맞게끔 커스터마이징을 하고, 현장에서 교육적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더뎌진 상황이다.”
우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집중하려고 한다. 두 국가 인구만 합쳐도 약 4억명이고, 젊은 층 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 저임금 기조 속에서도 개발자는 나름 고연봉을 받고 있어, 코딩 교육과 평가 제도 필요성이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판단했다.”
Q. 2015년 엘리스를 창업하고, 연 매출 100억원, 시리즈 B 투자 유치 규모로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김 대표가 꿈꾸는 노년의 모습이 궁금하다.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러 국가의 자연도 즐기면서 업무도 하고, 성취와 가치를 함께 느끼고 싶다.”
Q. 2022년 엘리스 목표와 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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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교육 과정 최종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매출은 부가적으로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 2~3배 더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엔지니어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소프트웨어 강국으로서 더 좋은 엔지니어를 배출하기 위한 주춧돌 역할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