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채굴 방식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이더리움 확보 지분에 따라 보상을 받는 '지분 증명'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더리움 재단은 최근 '지분 증명' 방식으로 작동하는 새 이더리움 네트워크 '킨츠기'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이더리움 채굴은 주로 그래픽칩셋 연산 능력으로 블록체인을 검증하고 이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작업 증명'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더리움이 '지분 증명' 방식으로 전환하면 현재 채굴 방식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게임이나 콘텐츠 제작 대신 암호화폐 채굴에 동원되었던 그래픽카드 수급도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단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전망했다.
■ 이더리움 채굴에 GPU 대거 동원 이유는
이더리움은 지금까지 거래 내역을 저장하는 블록체인의 위·변조 여부 검증을 블록체인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맡겼다.
이용자들이 직접 프로세서나 그래픽칩셋(GPU), FPGA나 ASIC(맞춤형 반도체)를 동원해 암호화 연산을 처리하면 그 보상으로 이더리움(ETH)을 제공했다. 이 방식을 '작업 증명'(PoW, Proof of Work)라고 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증명에 쓰이는 알고리듬은 PC용 프로세서보다 그래픽칩셋에서 더 빠르게 작동한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은 초당 101.58Mh(메가해시), AMD 라데온 RX 6800은 61.01Mh를 처리한다. 반면 PC용 프로세서는 AMD 스레드리퍼 2950X를 동원해도 고작 6.1Mh에 그친다.
■ 내년 상반기부터 은행처럼 이자 받는 '지분 증명'으로 전환
이더리움 채굴에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대량으로 동원되었고 이는 자연히 그래픽카드 수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 조립PC 수요 감소, 국내외 대형 PC 제조사의 완제PC 판매량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더리움 재단은 지난 2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작업 증명'이 아닌 '지분 증명'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더리움 2.0 출범이 머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지분 증명'(PoS, Proof of Stakes)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자신의 토큰을 담보로 맡기고 지분을 보유한 사람에게 채굴 기회가 돌아가는 방식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일정 시기마다 이자를 받는 방식과 비슷하다.
이더리움 재단은 개발자들이 이더리움 2.0 전환에 앞서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 '킨츠기'(Kintsugi, 金継ぎ)를 구동하고 "개발자의 피드백을 PC용 소프트웨어에 반영하고 최종 조정을 마치면 이더리움 역시 '지분 증명'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채굴 업자들, 다른 암호화폐로 옮겨갈 것"
이더리움 재단은 원래 올해 안에 '지분 증명' 방식으로 전환 예정이었지만 이 일정은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전환이 완전히 끝나면 그래픽카드를 이용한 이더리움 채굴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취재에 응한 그래픽카드 제조사·유통사 관계자들은 "'대장주' 격으로 꼽히는 이더리움 채굴 방식이 변화하면 그래픽카드 수급 상황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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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채굴에 그래픽카드가 더 유리하다는 사실은 이더리움 뿐만 아니라 다른 암호화폐에도 유효하다. 암호화폐 채굴 업자들이 이더리움 2.0 전환 이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레이븐코인'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크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채굴 업자들은 지분 증명 방식에서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마지막까지 이더리움 채굴에 매달릴 것"이라며 "그래픽카드 부족 현상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