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마이닝' 암호화폐 랩토리움에 AMD 라이젠 프로세서 '몸살'

L3 캐시 클수록 연산 효율 높아...영국 시장에서 품귀현상

홈&모바일입력 :2021/11/15 16:32    수정: 2021/11/15 16:41

프로세서(CPU) 성능, 특히 내장된 L3 캐시 용량이 높을수록 채굴 연산도 가속되는 암호화폐가 영국에서 프로세서 수급난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년간 테스트를 걸쳐 올 초 정식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암호화폐 '랩토리움'(Raptoreum)은 L3 캐시 용량이 높을수록 채굴 연산량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인텔 코어 프로세서 대비 L3 캐시 용량이 큰 라이젠 프로세서 판매량이 상승했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가 암호화폐 채굴 수요로 영국에서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사진=AMD)

영국 등지에서는 아마존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AMD 라이젠 프로세서 품귀현상이 진행중이다. 반면 미국이나 국내 시장에는 현재까지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 GPU보다 프로세서(CPU)에 의존하는 '랩토리움'

암호화폐 '랩토리움'은 2018년 경 등장해 올 초 정식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전용 맞춤형 반도체(ASIC)나 FPGA에서 채굴할 때 높은 효율을 내는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PC 프로세서에서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랩토리움이 거래 내역을 암호화하는 알고리즘은 '고스트라이더'다. 고스트라이더는 특히 프로세서에 내장된 L3 캐시메모리가 크면 클수록 더 높은 성능을 낸다.

암호화폐 랩토리움 로고. (사진=랩토리움 웹사이트)

영국 암호화폐 전문매체 비트코인프레스는 "L3 캐시 용량이 큰 라이젠 9·스레드리퍼 등 AMD 프로세서가 랩토리움 채굴에서 더 높은 성능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L3 캐시 용량 클수록 채굴 효율은 상승

랩토리움 채굴 효율을 예측하는 '랩토리움 채굴 수익률 계산기'(RMPC)에 따르면, L3 캐시 32MB를 탑재한 라이젠 5 5600X 프로세서의 연산 효율은 1699h/s(초당 해시), L3 캐시 12MB를 탑재한 인텔 11세대 코어 i5-11400 프로세서는 751h/s다.

L3 캐시를 64MB 탑재한 라이젠 9 5900X의 연산 효율은 3627h/s, L3 캐시 30MB를 탑재한 인텔 12세대 코어 i9-12900K는 2375h/s로 L3 캐시 용량이 늘어날 수록 연산 효율이 높아진다.

랩토리움 채굴에는 코어 수나 작동 클록보다 L3 캐시 용량이 더 중요하다. 사진은 데스크톱용 라이젠 3000XT 프로세서 3종. (사진=AMD)

비트코인프레스는 "랩토리움 채굴자들은 16코어, 32스레드로 작동하는 라이젠 9 5950X나 라이젠 9 3950X 대신 코어 수가 4개 적지만 L3 캐시 용량은 64MB로 같은 라이젠 9 3900X 프로세서를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 랩토리움 채굴 수요, 영국 내 프로세서 품귀현상 부채질

비트코인프레스에 따르면 이미 영국에서는 랩토리움 채굴 수요로 AMD 라이젠 프로세서가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이더리움 채굴에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품귀 현상과 가격 폭등을 동시에 겪자 랩토리움 채굴로 돌아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프레스를 인용한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미국 내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 재고는 충분하며 현재까지는 랩토리움 채굴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유통사 관계자들 역시 "현재까지 특이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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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젠 5000 프로세서 CCD(오른쪽) 일부에 고성능 S램을 수직으로 탑재했다. (사진=AMD)

다만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AMD가 올해 컴퓨텍스 기간 중 공개한 새로운 프로세서다. AMD는 지난 6월 대만 TSMC와 공동 개발한 3D 칩렛 기술을 이용해 코어 위에 대용량 L3 캐시를 올린 라이젠 5000 프로세서 시제품을 공개했다

AMD는 연말연시를 전후해 대용량 L3 캐시를 적용한 라이젠 프로세서를 출시할 예정이다. AMD는 이 프로세서의 출시 의의를 게임 성능 향상에 두었지만 원래 용도인 게임이 아니라 랩토리움 등 채굴에 동원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