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구글 정부론'은 정말 위험하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삼프로TV' 발언 비판

데스크 칼럼입력 :2021/12/26 14:55    수정: 2021/12/28 07: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밴더빌트대학의 더글러스 슈미트(Douglas Schmidt) 교수는 2018년 ‘구글 데이터 수집(Google Data Collection)’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구글이 이용자 개인 정보를 얼마나 치밀하게 수집하는 지 적나라하게 폭로한 논문이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크롬 브라우저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슈미트 교수는 구글의 개인정보 수집 방법도 소개했다.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는 플레이 스토어에서 각종 앱을 다운받는다. 그런데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내려받으려면 구글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구글 계정을 만들 땐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이게 개인정보 수집 관문 역할을 한다. 구글 페이 같은 서비스에 등록할 때는 신용카드, 우편번호, 생년월일 정보를 수집해 간다.

(사진=삼프로TV 캡처)

■ 구글, 안드로이드·크롬으로 이용자 정보 24시간 수집 

크롬 브라우저는 이용할 때 로그인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구글이 정보를 가져가지 않는 건 아니다. 이 때는 자동완성(autofill) 기능 등을 통해 핵심 개인정보를 긁어간다. 자동완성은 신용카드를 비롯한 결제정보나 패스워드뿐 아니라 방문했던 사이트의 URL까지 알아서 채워주는 기능이다.

구글 이용자는 좀 더 편리한 활용을 위해 구글 계정으로 크롬에 로그인하면 동기화(sync) 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정보들이 그대로 구글 서버로 전송된다.

크롬에 로그인한 상태에서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어떻게 될까? 브라우징 이력을 비롯해 패스워드, 쿠키, 웹 사이트 접속 정보, 다운로드 이력 등 각종 정보가 곧바로 구글로 전송된다. 사실상 이용자의 모든 활동 이력을 실시간 추적한다. 

이용자들이 크롬에서 개인정보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크릿 모드'로 설정해 놓을 경우에도 구글의 추적은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한바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기기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이용자들이 어떤 앱을 까는지, 그 앱을 언제 어떻게 이용하는지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파악하고 있다.

일반적인 구글 서비스 이용자의 하루.

구글의 개인정보 감시 수집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선 이 문제로 조사를 받거나,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조금 심하게 비유하자면,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구글의 개인정보 추적은, 거의 '빅브라더' 수준의 감시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에게 개인 정보는 비즈니스의 원천이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개인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막대한 돈을 번다. 단순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플랫폼 사업자들은 ‘건전한 공론의 장’ 보다는 ‘이용자 반응 극대화’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하원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의무화하는 ‘필터버블 투명성법’을 추진하고 있다.

■ 윤석열 후보가 생각하는 '구글 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서두가 좀 길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최근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에 출연해 ‘정부의 플랫폼화’를 주장했다.

윤 후보는 토론 막판에 “정부의 시스템 자체도 AI화, 플랫폼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말도 했다.

“얼마전 의협을 갔더니, 병상이 생겨도 누구를 보내야 할 지 판단이 안 선다고 하더라. 병상에 누구를 보내야 할 지 자동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를 가공해서 쓸 수 있도록 데이터화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이 사람 대신 긴급 환자의 병상 배정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지는 좀 더 따져볼 문제인 것 같다.

구글(사진=씨넷)

그런데 그 상황을 설명하면서 윤 후보는 "구글 정부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AI 기술을 기반으로 플랫폼화 되어 있는 정부를 의미하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제1 야당의 대선 후보가 플랫폼화된 정부를 이야기하면서 '구글 정부'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구글이 어떤 기업인지, 어떤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결코 쓸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구글 정부'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국민의 모든 활동을 추적하는 무시무시한 감시 정부'란 이미지를 떠올릴 가능성이 많다. 

만약 미국에서 어떤 대선 후보가 “시스템화 되어 있는 구글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으면 어떻게 될까? 난리가 났을 것이다. ‘구글 정부’란 말은 빅브라더 같은 감시 정부와 거의 동의어로 받아들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윤 후보가 생각하는 것이 ‘빅브라더 같은 감시 정부’는 아닐 것으로 믿는다. 21세기에 그런 정부를 표방할 리는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윤후보가 어떤 의미로 구글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는지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약 윤 후보의 의도가 ‘시스템화된 정부’ 정도 수준이라면 적어도 구글 정부는 적합한 용어는 아닌 것 같다. 그런 의구심을 갖고 있을 많은 유권자들에게 윤후보가 직접 명확하게 해명해줬으면 좋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