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부터 NFT 확산까지

[2021년 결산: 게임]자율규제 실효성 논란에 법적규제 필요성 대두

디지털경제입력 :2021/12/22 10:30    수정: 2021/12/22 10:45

다사다난. 올해 국내 게임업계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어다. 2021년은 지난 10년간 게임산업을 옥죄었던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된 기념비적인 한해이기도 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임 이용자의 반발이 목소리가 아닌 행동으로 표현된 한해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법적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으며 연말에는 4분기에는 NFT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게임업계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IT 업계 전반 뒤흔든 게임업계 임금인상 러시

지난 2월 넥슨이 신입과 기존 재직자 모두의 연봉을 크게 상향하며 게임업계 전반에 임금인상 바람이 불었다. 넥슨은 신입사원 초임 연봉을 개발직군 5천만 원, 비개발직군 4천500만 원으로 인상하고 기존 직원 연봉을 일괄 800만 원 인상했다.

넥슨이 신호탄을 쏘아올리자 이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게임업계에는 임금인상 소식이 줄을 이었다. 네오위즈(600만 원), 넷마블(800만 원), 게임빌(800만 원), 스마일게이트(800만 원), 조이시티(1천만 원), 웹젠(연봉과 성과급 평균 2천만 원), 크래프톤(2천만 원) 등이 임금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엔씨소프트는 연봉 상한선을 폐지하고 전직원 연봉을 1천만 원 이상 일괄 인상하며 눈길을 끌었다. 1월에 연봉협상을 마쳤던 펄어비스도 합류해 연봉 800만 원을 추가 인상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에 임금인상 신호탄을 쏘아 올린 넥슨.

게임업계 시작된 연봉인상 바람은 IT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IT업계에서도 큰 폭으로 연봉을 높이겠다는 기업 발표가 이어졌다. 높은 연봉을 이유로 게임업계로 향하는 개발자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다만 주요 게임사의 임금인상 소식에 중소게임사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신입 채용이 더욱 어려워졌으며 기존 개발자 이탈 우려하는 목소리가 중소게임업계에서 높아지기도 했다.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강제적 셧다운제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강제로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 10년 만에 폐지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지난 8월 25일 제15차 사회관계장관화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청소년의 게임 이용환경 변화를 반영해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자율적 방식의 ‘게임시간 선택제로 청소년 게임시간 제한제도를 일원화하는 동시에 청소년과 보호자, 교사 등에게 게임이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정책 개선 방향

게임 셧다운제는 지난 2005년 청소년 보호법 개정 법률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후 다양한 논의를 거쳐 2011년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다. 이후 숱한 실효성 논란을 남기며 게임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인식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제도를 일원화한다. 또한 게임시간 선택제의 인지도와 편의성을 높여 게임이용시간 제한을 원하는 청소년과 보호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공개하기도 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청소년에게 게임은 주요한 여가생활이자 사회와 소통하는 매개체이다. 게임 과몰입 예방제도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그리고 가정 내 교육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청소년들이 게임을 건강하고 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이 아닌 현실에 표출된 이용자 권리

올해는 그간 온라인에 머물던 게임 이용자 불만이 오프라인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그간 게임에 불만이 생기더라도 게임사가 사과문을 내걸고 보상을 제공하는 선에서 불만을 거둬들였던 이용자들은 소비자 권리를 더욱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각 기업 사옥으로 전광판을 설치한 트럭을 보내 항의문구를 띄워놓기도 하고 게임 이용을 외면하며 게임사 실적 저하를 이끌어냈다. 실제로 올해 거센 이용자 항의가 이어졌던 1분기에는 주요 게임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2021년에는 권리를 위해 국회에 여론을 전하는 이용자도 나타났다.

게임사가 아닌 국회를 향해 공론화를 시도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실제로 일부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 내 확률 조작이나 확률형아이템, 청소년 셧다운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실에 문제를 제보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용자 권리를 위한 움직임이 더욱 다양한 형태로 변하면서 국내 게임시장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마라톤 간담회를 통해 투명한 운영을 약속하는 게임사가 늘어났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확률형아이템 논란과 함께 기로에 선 자율규제

확률형아이템 논란이 이어지면서 게임업계가 시행 중인 자율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극에 달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적용기준을 유료와 무료 요소로 확대하고 강화형, 합성형 콘텐츠도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새로운 자율규제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자율규제가 아닌 법적규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는 확률형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 공청회를 앞두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정치권도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참석한 황희 장관.(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0월 2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아이템 구성 및 확률 정보에 대한, 게임산업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이용자 문화 및 건전한 게임문화 정책을 위해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주효 후보도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입장을 전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확률형아이템 정보의 불투명성과 아이템 구매에 들어가는 과도한 비용으로 이용자 불만이 매우 큰 상황이다"라며 "컴플리드 가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게임사의 확률 조작과 고의적인 잘못된 확률 제시에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확률형아이템을 편법으로 규제를 피한 도박에 비유하며 "확률형 아이템 뽑기의 확률은 공개되는 것이 맞다. 아울러 환불과 보상, 그리고 미성년자 결제 문제에 있어 게임사업자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주춤한 3N과 치고 나선 2K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 등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일명 '3N'이 주춤하는 사이 '2K'(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가 치고 나서며 국내 게임시장에 판도 변화를 이끌었다.

크래프톤은 올해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시가총액을 지닌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일 기준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약 22조 7천735억 원이다. 실적 역시 인상적이다. 크래프톤은 3분기 누적 매출 1조 443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 누적 매출 7천25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105%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을 이끈 오딘: 발할라라이징 대표 이미지.

카카오게임즈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72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5.3%나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22.7% 증가한 664억 원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 7월 오딘: 발할라라이징이 리니지M을 제치고 앱마켓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몇년간 고착화 됐던 모바일게임 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오딘: 발할라라이징은 리니지W에 다시 1위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약 4개월간 매출 선두자리를 유지하며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지난 2021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카카오게임즈에게 첫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기도 했다.

게임을 하며 돈을 번다...게임업계 NFT 확산

위메이드가 지난 8월 모바일 MMORPG 미르4에 NFT를 접목한 글로벌 버전을 출시한 후 큰 성공을 거두자 NFT는 단숨에 국내 게임산업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난 11월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엔씨소프트는 NFT와 블록체인을 적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으며 크래프톤도 NFT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 트렌드가 게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방법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미르4 글로벌 대표 이미지.

위메이드는 연일 자사 플랫폼 위믹스에 다양한 게임기업의 온보딩 소식을 전하고 있다. 향후 100개 게임을 위믹스에 온보딩 하는 것이 목표라고 공언할 정도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팔로워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의 비전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게임계 기축통화인 위믹스 입장에서는 많은 게임회사의 블록체인 적용 선언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위믹스는 그 게임회사들의 계획을 실현시키는 파트너가 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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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로 인한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사행성과 환금성 우려를 이유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NFT 적용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는 이유다. 게임위는 블록체인, NFT 게임에 대해 게임내 NFT를 가상자산으로 바꾸고 이를 현금화 할 수 있는 요소와 이에 따르는 사행성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게임업계가 반길만한 소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블록체인을 포함한 다양한 게임업계의 현안에 대해 교류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