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 폐지, 강제 규제에서 가정 자율의 시대로

[이슈진단+] 강제적 셧다운제 10년만에 폐지

디지털경제입력 :2021/08/25 16:31    수정: 2021/08/26 11:03

정부가 게임산업의 대표 규제로 꼽히던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여성가족부(여가부)는 25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인터넷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게임 이용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게임시간선택제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문화체육관광부)

또한 이를 위해 청소년과 보호자, 교사의 게임이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가정 내 교육권을 존중하기 위한 방안이다.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대신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한 제도는 강화된다. 정부는 게임화 수업모델 개발을 위한 교사연구회 지원,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의 정례화와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을 발굴해 상담과 치유 지원에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게임 셧다운제 10년의 역사

일반적으로 게임업계에서 '셧다운제'로 칭하는 제도는 청소년보호법 제26조(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 조항을 근거로 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의미한다. 이번에 정부가 폐지 소식을 전한 제도 역시 강제적 셧다운제다.

이 제도의 핵심은 청소년보호법 제26조 1항에 기재된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0시부터 오전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안된다'라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8년 당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최영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여성가족위원장의 대안으로 병합된 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8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며 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됐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 10년만에 폐지된다.

해당 법안은 재적 299, 재석 201, 찬성 118, 반대 63, 기권 29로 재석의 과반이 찬성하며 가결됐다.

법안이 시행된 것은 10년이지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이전부터 이어져왔다.

2004년 10월에는 청소년보호위원회와 시민단체가 함께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명목으로 셧다운제 도입의 필요를 주장했으며 2005년 8월에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 김재경 의원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청소년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후 2008년에 청소년 관련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옮겨진 후에도 게임 셧다운제 도입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계속 이어졌다.

여성가족부는 2010년 12월부터 강제적 셧다운제를 법제화 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2010년 12월에는 19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제한하자고 주장한 끝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합의하며 연령은 16세 미만, 시간대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로 조율하기도 했다.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을 두고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양한 합의를 거쳤다.

또한 2011년 2월에는 온라인게임 외에 콘솔과 모바일게임 등 모든 플랫폼에 대한 강제적 셧다운을 주장하며 게임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처음 발의됐을 당시부터 게임업계와 이용자는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었다. 청소년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명목 하에 청소년의 자율권을 해치는 제도라는 점과 해당 시간에 온라인게임 이용을 제한 한다고 해서 청소년의 충분한 수면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또한 강제적 셧다운제 추진 과정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게임업계에 게임중독을 마련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그 자금 확보를 위해 게임사가 매출의 1%를 각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 실제로 이런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안소위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것도 강제적 셧다운제를 향한 비판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게임업계와 이용자의 비판과 달리 강제적 셧다운제는 게임업계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사진=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9명의 재판관 중 합헌 의견은 7명, 위헌 의견은 2명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결정문에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게임 자체는 오락, 여가활동의 일종으로 부정적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하며 게임산업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치열했던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노력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노력은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병관 의원이 2017년 11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도 되지 못 하고 제20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며 폐기됐다.

셧다운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수순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게임을 마약처럼 보는 부정적인 인식과 그릇된 규제 때문에 한국 게임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잃었으며, 규제를 풀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또한 당선 후에도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는 사후관리와 과몰입 예방 정책에 치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하며 눈길을 끌었다.

2019년 6월에는 정부가 제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의 단계적 개선을 예고하며 게임업계의 큰 관심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2021년에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국회 안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지난 6월 2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이 강제적 셧다운제 완전 폐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어서 7월 5일에는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전용기 의원이 발의한 안에 인터넷게임 제공자가 16세 미만 청소년 회원의 친권자에게 인터넷게임 이용시간을 알릴 의무를 지니도록 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인터넷게임 중독 용어를 인터넷게임 과몰입으로 개선하는 법안은 대표발의했다.

이어서 7월 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강제적 셧다운제를 완전 폐지하고 인터넷게임 과몰입 청소년과 그 가족이 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한 법안을 대표발의하며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강제 규제가 아닌 가정의 노력을 강조하는 시대로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됐지만 청소년이 마음껏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16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본인 혹은 부모 동의 하에 원하는 시간에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게임시간선택제가 적용된다.

게임시간선택제는 여성가족부와 청소년보호법의 영향을 받는 제도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산업법의 영향 아래에 있는 제도로 지난 2012년 1월 22일부터 시행되어 왔다.

현재 게임시간선택제는 연매출 50억 원 미만의 회사에 적용 중이다. 게임시간선택제가 적용된 게임은 이용자의 실명과 연령 확인 및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미성년 이용자가 회원 가입을 위해서는 부모 동의가 있어야 하며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면 부모에게 즉시 그 내역이 통보된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정책 개선 방향

다만 게임시간선택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게임사가 연령 확인 및 본인인증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제도의 일원화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반응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는 각 가정에서 자녀의 게임 이용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 보호자와 청소년이 게임이용 계획이 아닌 여가 계획을 함께 만들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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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고 게임시간선택제로 제도가 일원화된다는 점 그 자체에 의의를 두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게임시간선택제를 선택하면서 강제적 셧다운제의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의 손을 들어줬다는 이야기다.

게임 퍼블리셔 관계자는 "엄연히 게임산업법이 존재함에도 게임산업은 굉장히 오랜 시간 청소년보호법의 영향까지 받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게임시간선택제로 제도가 일원화된 것은 단순히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는 수준을 넘어 게임산업 내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결정이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