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창업가에게 1년은 혹독한 시간이다.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 신설법인은 12만 개에 이를 정도로 창업이 활성화됐지만, '죽음의 계곡'을 넘어 생존한 비율은 높지 않다. 국내 스타트업이 5년 차에도 생존할 비율은 29.2%에 그친다. 열 곳 중 일곱 곳은 5년 내 문을 닫는다는 소리다.
그중에서도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가는 스타트업이 있다. 기자는 올 한해 모빌리티, 커머스, 헬스케어, 오디오 기술 분야 등 창업가를 만나 인터뷰하며 ‘올 한해 목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해가 끝나가는 현재, 이들의 목표는 얼마나 달성됐을까.
기자의 첫 인터뷰 기업 ‘술담화’ 운영사 담화컴퍼니는 최근 30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달 인터뷰한 전자기기 커머스 서비스 ‘테스트밸리’도 최근 60억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설립된 여성 헬스케어 플랫폼 ‘닥터벨라’는 이달 기준 누적 다운로드 3만5천건을 기록, 7억 규모 후속 투자 유치를 마무리 중이다.
지난 5월 인터뷰를 진행한 이웃 간 카셰어링 서비스 ‘타운카’는 10월 경기도 하남시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했다. 7월 인터뷰 당시 연말 고객 100만 명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한 아이엠택시는 코로나19로 목표 수치의 40% 가량만 달성했다.
메타버스 오디오 전문 기업 가우디오랩은 10월 네이버 D2SF,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113억원 규모 시리즈 B투자를 받았다. 인공지능(AI) 작곡 기업 포자랩스는 내년 3월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술담화·테스트밸리·닥터벨라…한 분야 집중 ’버티컬 서비스’ 활발
첫 인터뷰 기업은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를 운영하는 담화컴퍼니다. 담화컴퍼니는 이달 30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술담화는 전통주 버티컬 커머스로, 전문 소믈리에가 엄선한 2~4병 전통주를 매달 큐레이션 카드와 함께 정기배송해 인기를 모았다. 술담화 직원 수는 지난해 12월 15명에서 현재 30명으로 일년간 두 배 늘었다.
술담화는 내년 전통주 버티컬 커머스에서 '술자리 버티컬 커머스'로 거듭날 계획이다. 전통주뿐 아니라 술안주, 술잔, 숙취해소제 등 술자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함께 취급할 예정이다. 이재욱 담화컴퍼니 대표는 “내년은 전통주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큐레이션으로 전통주를 잘 모르는 소비자에게 다가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주 버티컬 커머스에서 술자리 버티컬 커머스로 거듭나 ‘술자리’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인터뷰한 스타트업 비엘큐는 전자기기 커머스 서비스 ‘테스트밸리’ 운영사다. 테스트밸리 서비스 특징은 전자기기 구매를 결정 전,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제품을 미리 빌려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스트밸리에서는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과 갤럭시탭, 갤럭시 워치 등 삼성 제품을 포함한 총 500개 이상 제품이 등록돼있다.
테스트밸리는 최근 60억원 규모 시리즈 A투자를 유치했다.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테스트밸리는 내년 리퍼브(Refurb)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리퍼브 공장은 체험 후 다시 테스트밸리에 들어온 제품이 재판매될 수 있도록 가공하는 역할을 한다. 홍솔 비엘큐 대표는 “내년 리퍼브 공장 설립과 함께 월 거래액 기준 100억원을 기록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7월 인터뷰한 여성 건강 버티컬 헬스케어 닥터벨라는 ‘산부인과 전문의 상담’, ‘여성 건강 AI 캘린더’, 병원 리뷰, 커뮤니티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닥터벨라 운영사 모션랩스는 지난해 1월 설립된 초기 스타트업으로, 올해 6월 3억원 투자 유치에 이어 최근에는 총 7억원 규모 후속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 중이다. 닥터벨라 누적 다운로드는 올해 2월 6천500건에서 12월 3만5천건으로 증가, 누적 상담은 4천300건에서 1만5천건으로 늘었다. 제휴 병원도 2월 기준 40개에서 이달 75개로 확대됐다.
닥터벨라는 내년 산부인과 비대면 의료 서비스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우진 모션랩스 대표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성, 안정성에 초점 맞춘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며 “또 누적 다운로드 20만건, 누적상담 10만건, 제휴 병원 150개를 달성하는 것이 내년 목표”라고 강조했다.
택시 중개 '아이엠택시’·개인간 차공유 ‘타운카’, 코로나19에도 성장
올해 7월 인터뷰한 택시 중개 플랫폼 아이엠택시는 택시업체 2세 경영인 이성욱, 조창진 대표가 설립한 진모빌리티가 운영한다. 아이엠 택시는 전 좌석 리무진 시트, 기아 4세대 신형 카니발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차별화 전략으로 꼽았다.
당시 이성욱 대표는 연말까지 서울시내 택시 수 1천여 대, 고객 100만명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진모빌리티는 “이달 기준 아이엠 택시 수, 고객 수치는 목표 대비 40~50%를 달성했다”며 “인터뷰 때 언급했던 목표는 코로나19가 해소될 것을 감안해 설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초기 설정 목표와는 거리가 있지만,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빠른 성장세”라고 덧붙였다.
진모빌리티는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전역에서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1천 대 수준으로 차량 수를 확대하고, 이후 수도권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간 차량 공유 서비스 타운카는 인터뷰 당시 7월 출시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목표보다 3개월 가량 지연된 지난 10월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당시 타운카는 경기도 하남시에서 서비스를 시작, 내년 중순까지 성남시, 남양주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당분간은 하남시 서비스에 집중할 방침이다. 또 타운카는 목표했던 '사고율 0'도 달성했다고 밝혔다. 타운카 운영사 타운즈 인력은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했던 5월 8명에서 현재 14명으로 늘었고, 내년 초에는 20명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윤진 타운즈 대표는 “많은 이웃분들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어 대여 건마다 생성되는 후기를 볼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한동안은 하남시에 집중할 생각이다. 우선 미사강변도시를 시작으로 하남시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라며 “현재까지 아주 작은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웃들이 타운카를 ‘내 차’처럼 소중히 아껴줬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올해 ICT-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에 선정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내년에는 타운카를 하남시 전체로 확산해 하남시민이 사랑하는 ‘하이퍼로컬’ 서비스로 거듭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가우디오랩, 메타버스 시대 맞아 성장...AI작곡 '포자랩스', 음원 서비스 출시 준비
오디오 기술 기업 ‘가우디오랩’은 지난 8월 인터뷰 진행 후 두 달 뒤 네이버 D2SF,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13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가우디오랩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필요한 공간음향 기술을 제공한다. 회사는 올해 4월 첫 상용 기술로 AI기반 가사·자막 동기화 솔루션인 GTS(Gaudio Text Sync)를 NHN벅스를 통해 공개했다.
가우디오랩은 내년 공간음향, AI 오디오 기술 고도화와 함께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다수 국내 플랫폼에 가우디오랩 솔루션이 탑재될 예정”이라며 “해외 시장 진출과 핵심 인력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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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9월 인터뷰를 진행한 AI 작곡 스타트업 포자랩스는 인터뷰 당시 올해 안으로 콘텐츠 제작자 대상 음원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출시 계획을 내년 3월로 미뤘다.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올 한해 AI를 통한 음악 생성 결과물이 작곡가가 만든 음악 수준으로까지 질적 향상을 이뤘다”면서 “기업간거래(B2B)로 음원 판매를 시작했고, 고객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내년 포자랩스 목표로 “본격적인 음원 서비스 출시로, 기업 고객뿐 아니라 개인 이용자들도 AI 음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