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이룬 스타트업은 어떻게 데스밸리를 넘었나

[신간소개] 창업가의 답

인터넷입력 :2021/12/13 13:5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마이크로소프트(MS) 전성기 때 어떤 기자가 빌 게이츠에게 물었다. “가장 두려운 상대는 누구인가?”

아마도 기자는 그 무렵 잘 나가는 기업을 떠올리면서 이 질문을 했을 것이다. 오라클 같은 기업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대답은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금도 어딘가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뭔가를 개발하고 있을 친구들이 가장 두렵다.”

성호철과 임경업이 공동 저술한 ‘창업가의 답’은 요즘 핫한 창업가 12명을 소개하는 책이다. 빌 게이츠의 표현을 빌자면 ‘어딘가에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낸 친구’들이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성공한 창업자의 스타트업 회고록’이 아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치열하게 고민 중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이 다루는 스타트업의 면면은 화려하다. 당근마켓부터 래디쉬, 퍼블리, 뤼이드, 정육각, 뉴닉 등 MZ세대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업들이다.

저자들은 이들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 있는 스타트업은 어떻게 데스밸리를 넘었나’는 질문을 던지고, 또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무엇보다 “될 때까지 도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늘의집 이승재 창업가는 “계속 도전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진짜 스타트업”이라고 강조한다. 이 말 속에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원칙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저자들은 또 창업가들의 도전은 큰 문제점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어려움에서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런드리고는 세탁 월 구독 서비스를 위해 세탁 공장을 만들었다. 뉴닉은 대화에 더 잘 끼어들기 위해 뉴스레터 서비스를 창업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미처 인지하지도 못하고 지나가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발견하고, 작은 일이라도 해결에 애쓴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의 가치가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만나게 될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또 다른 특징은 “끝까지 몰두한다”는 점이다.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 출신인 래디쉬 이승윤 창업가, 카이스트 대학원 석사까지 마친 임재원 창업가, 정육각 김재연 창업가 등은 일반인들의 기준으로 보면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미래를 변화시키기 위해 집념을 갖고 끝까지 몰두했다. 이런 덕목 덕분에 이들은 쉽지 않은 스타트업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은 ‘성공한 사업가의 후일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스타트업’의 치열한 분투기라는 점이다. 이들 중 어떤 기업들은 제2의 네이버, 카카오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이들 중엔 반짝 하다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현실 속에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던져준다.

이 책에서 접한 많은 스타트업 중 유독 뉴닉에 눈길이 갔다. 아마도 저널리즘 현장에 몸 담고 있는 개인적인 위치 때문일 것이다. 뉴닉이 던진 질문에 관심이 확 쏠린 것도 그 때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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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닉의 질문은 글쓰는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며 때때로 저널리즘이라는 게 진정 무엇이냐는 본성에 대한 의구심을 찔러댄다. 신문사를 위한 시도가 아닌, 오히려 뉴스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를 묻고 있는 것이다. 종이신문이 뉴스 소비자에게 충실히 텍스트 콘텐츠를 제공하는지, 아니면 시대에 뒤처진 낡은 방식에만 얽매이는 통에 뉴스 소비자는 제대로 뉴스 소비를 못하는 답답한 상환인 건 아닌지를 묻는다. 저널리즘 스타트업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이다.” (231)

(성호철·임경업 지음/ 포르체, 1만6800원)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