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한국 인터넷을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다. 그 담장 안에 들어가면 뉴스를 비롯한 정보 뿐 아니라 오락, 상거래, 금융 같은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최종 목적지다. 네이버를 빼놓고는 한국의 인터넷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중요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한국 인터넷산업 대표주자라는 성공 스토리 아니면, 가두리 양식장이란 비판론 일변도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용진과 박서연이 공동 저술한 ‘메가 플랫폼 네이버’는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책이다. 네이버가 어떻게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는지에 대해 다층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인터넷 이용자의 검색 창구로 출발한 네이버는 지금은 ‘인터넷 생활의 환경(배경무대)’다. 저자들은 이런 변화를 ‘포털에서 플랫폼으로’란 말로 요약한다. 따라서 네이버로 대표되는 인터넷 문화를 알기 위해선 플랫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플랫폼이란 뭘까? 저자들에 따르면 플랫폼은 1)디지털 인프라이며 2)공급자와 이용자를 서로 연결하여 3)그 둘 간의 상호작용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30쪽)
이 책은 한국 사회 내 플랫폼의 선두 주자격인 네이버를 통해 플랫폼 성장과 권력의 정체를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푹스(Fuchs)의 전유모델을 분석틀로 활용한다.
전유모델에 따르면, 인터넷 상품 경제하에서 정보와 지식은 특정 인터넷 기업에 의해 전유된다. 인터넷 기업들은 생산 수단이자 유통 수단인 포털 또는 플랫폼과 기술을 소유하고, 그를 기반으로 막대한 가치를 창출한다. (72쪽)
저자들은 이런 분석틀을 토대로 한국 인터넷 발전 역사를 크게 세 개 전환점으로 나눈다. 2000년의 IT 버블 붕괴, 2006년 웹 2.0 기술과 담론의 확산, 2011년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의 보편화 등 세 개 국면이다. 이 세 가지 국면을 통해 네이버가 어떻게 포털에서 플랫폼으로 진화 발전해 왔는지 분석해주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첫째는 한국의 인터넷 역사를 비교적 상세하게 잘 정리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눈 밝은 연구자와, 부지런하고 젊은 감각을 가진 연구자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떻게 변화 발전해 왔는지 잘 정리했다.
둘째는 한국 인터넷 발전 과정에서 네이버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네이버가 포털에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학술적으로 잘 분석해주고 있다.
이 책은 “네이버는 은유다”는 인상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자들은 '네이버' 자리에 카카오, 구글, 텐센트가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다고 공언한다. 실제로 저자들은 네이버란 개별 기업보다는 21세기 인터넷을 이끌고 있는 플랫폼에 대한 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플랫폼을 분석하기 위해 활용한 보조관념”(7쪽)으로 사용됐을 따름이다.
따라서 '메가 플랫폼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의 주춧돌이 된 플랫폼의 성장 과정을 분석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플랫폼의 성장과 활갯짓 이면에 있는 공적 자금의 투여, 이용자들의 적극적 참여, 이용자와 전통적 미디어들의 콘텐츠 제공, 그리고 이용자의 정보 제공 같은 것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 인터넷 산업의 명암을 들여다보는 이 책은 네이버 등과 같은 인터넷 기업이 포털에서 시작해 메가플랫폼이 되기까지 소모해 버린 사회적 자원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다. 그 같은 기억을 되살리면서 플랫폼을 사회화하여 사회 내 공공 의제, 사회 운동의 대상으로까지 다루어 가자고 역설한다.
(원용진-박서연 지음/ 컬처룩, 2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