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업계 지각변동…올해 배터리 업계엔 무슨 일이?

[2021 결산: 이차전지] LG화학·SK이노 소송전 마침표…글로벌 생산기지 확보 전쟁 패권 경쟁 격화

디지털경제입력 :2021/12/10 08:32    수정: 2021/12/10 17:45

산업계 패러다임이 친환경으로 재편되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기차가 '탈 것'의 미래로 대두되면서 배터리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비용 가운데 4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부품이다. 시장은 글로벌 공룡 배터리 기업의 패권전쟁으로 숨가쁘게 흘러갔다. 그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K-배터리, 세계를 차지(charge)하다'에서 행사에 앞서 관련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특히 올해는 K-배터리 3사의 송사가 차고 넘친 해였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소송전, 그리고 두 회사의 자회사 분리, 글로벌 생산기지 마련을 위한 글로벌 완성차들과의 합종연횡 등 지디넷코리아는 올 한 해 굵직 굵직했던 배터리계의 핫 이슈들을 모아 정리했다.

■LG화학 vs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2년 전쟁 마침표 찍다

지난 2019년 촉발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전의 여진은 올해 역시 계속됐다. 이번 소송전은 지난 2019년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전신, 2020년 11월 28일 배터리 부문 분사)이 미국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며 시작됐다.

당시 LG화학 측이 제기한 혐의는 영업비밀 침해였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2차전지 관련 핵심 인력을 영입하며 상당수 영업비밀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소송을 제기하며 SK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에 요청했다.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한 소송전 끝에 지난 2월 ITC는 최종적으로 LG화학 측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인정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CI. (사진=각 사)

ITC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거부권 시한이 60일 남은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막판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SK 배터리가 미국에서 발을 빼면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무산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결과적으로 미국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가 하면, "수입금지 처분은 SK이노베이션이 신속히 합의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며 바이든 행정부 설득에 나섰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 직전 마침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2년간의 소송전 끝에 최종 합의했다. 합의금액은 2조원이었다.

애초 SK측이 1조원과 LG측이 3조원 + a를 주장하던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양사 간의 모든 소송이 취하됐다.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2조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해야 하지만 미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됐다.  SK이노베이션의 소송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지난 3월 12일 2차전지 관련주들은 동반 급등했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전지부분 분사로 승부수 띄웠다

지난해 연말 이차전지 업계를 뜨겁게 강타한 배터리 부분 분사 이슈 역시 올해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 LG화학은 자사의 전지사업본부 분사를 확정했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LG화학은 전기차 분야에 진출한 지 약 10년이 됐지만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LG화학은 자사의 전지 부분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분사를 결정한 것. 

LG화학은 분사 발표 당시 “배터리 사업의 실적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 내 전지사업본부로 존재하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1월 말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LG화학발 이차전지 부분 분사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분 물적분할로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날로 확대되는 이차전지 업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분사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SK이노베이션 측은 지난 9월 임시주주총회을 열고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사업(E&P)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을 통과 시켰다. 애초 소액주주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발이 있던 터였지만 업계 관측을 깨고 비교적 무난하게 분사 절차를 완료했다.

10월 1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계열사 SK온이 출범했다. 신임 사장엔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인 지동섭 사장이 발탁됐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SK온은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고, 가장 오래가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시장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독자 경영 시스템을 구축, 사업 전문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전기차 배터리 산업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온은 분사를 계기로 2030년까지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현재 세계 생산거점에 연간 40GWh 규모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2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SK온을 두고 시장에서는 내년 중 IPO를 통해 투자 여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 사장은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K-배터리 3사-글로벌 완성차, 합종연횡 전선구축하며 생산거점 확보 전쟁 

배터리 산업의 무게중심이 전기자동차 분야로 옮겨가면서 완성차 그룹과 동맹을 맺은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한해였다. 특히 K-배터리 3사는 최근 미국을 자동차·배터리 기업의 핵심 전초기지로 삼는 등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를 위한 아귀다툼을 벌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확실한 동맹관계를 맺으며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오하이오주에 35GWh, 테네시주에 35GWh 공장을 건설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의 첫 대형 전기트럭에 탑재하는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 걸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함께 미국에 배터리 공장 3곳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두 지역에 배터리 공장과 전기차 조립 공장을 짓는 데 총 114억달러(13조102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드 118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 투자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배터리 공장 투자 건 가운데 최대 규모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대규모 투자로 미국에서 배터리 선두 기업으로 떠오를 것이란 평가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단독으로 짓는 공장까지 포함하면 미국에서만 연간 150GWh 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 가장 늦게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10월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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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는 미국 현지에 들어설 공장 후보지 검토에도 나섰다. 구체적인 투자금액과 합작공장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최소 조 단위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합작법인은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최초 연산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게 된다.

한편, 현재 북미 배터리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GM에 이어 스텔란티스까지 포섭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계획하는 미국 내 생산 규모만 연 185GWh에 이른다. 전기차 물량으로는 300만대 수준이다. 포드와 대규모 합작에 나선 SK온은 150.5GWh로 LG에너지솔루션을 바짝 뒤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