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차도남’ 창업가 박지웅 대표만의 ‘이기는 게임’

회사를 만드는 회사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좌충우돌 성장기 담아

인터넷입력 :2021/12/07 17:51    수정: 2021/12/07 17:56

스타트업 업계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이미지로 알려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가 책을 냈다. 정확히는 신기주 전 에스콰이어 편집장이 박지웅 대표를 인터뷰한 책이 출간됐다. 제목은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의 이기는 게임을 하라’(김영사)다.

오랜 시간 스타트업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박지웅 대표의 책은 여느 창업 관련 서적보다 눈길이 갔다. 대중 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따뜻한 인상의 창업가보다, 왠지 속마음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그의 얘기가 더욱 흥미로울 것 같아서였다. 글이 많지 않지만 250페이지가 넘는 책을 몇 시간 만에 완독했다. 기대만큼이나 실제로 재밌었다.

박지웅 대표는 개인적으로 2017년 직접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마주 앉은 그는 소문대로 딱딱했고, 표정 변함없이 일 얘기만 했다. ‘일벌레’란 소문이 괜히 난 게 아니구나 싶었는데, 당시 그의 취미였던 농구 얘기를 할 땐 소년 같이 살짝 웃는 모습도 엿보였다. 냉정한 기업가인 그도 좋아하는 취미가 있고, 그 때만큼은 마음을 놓는 보통의 사람이구나를 새삼 느꼈던 기억이 난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이 책은 그렇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을 것 같은 박지웅 대표의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좋은 집안, 좋은 대학, 이름난 투자사를 거친 엘리트인줄로만 알았는데,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그도 자신이 원한 학교에 진작하지 못한 경험을 했고 전공을 살리는데 실패(?)도 해봤다. 학연이나 지연을 이용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도 아니었다. 공정하지 못한 링 위에 서게 됐을 때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 평범한 청년이었다. 하고자 하는 분야를 끈질기게 공부하고, 주저 없이 전문가를 찾아 만나 조언을 구하는 열정이 그의 무기였다.

누군가 잘 되기만을 바라는 투자자 입장에서, 내가 직접 개입해 성공의 경험을 이어가고자 한 욕망이 현재의 박지웅 대표를 만들었다. 그 밑바탕에는 A부터 C~D 정도가 아니라 A부터 Z까지 빈틈없는 대안을 짜고, 누구보다 오래 일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한 그의 승부사 기질이 깔려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소통하는 버릇이 냉철해 보일 수는 있지만 객관적이고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런 얘기들이 책에 낱낱이 담겨 있다.

기자가 재미있게 본 이 책의 내용 중 하나는 그가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사업을 시작할 때의 일화다. 공유오피스에 들어갈 책상과 의자를 직원들이 직접 조립했다는 얘기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니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몇 명이 몇 날 며칠을 수작업에 동원된 풍경이 눈에 그려지듯 보였다. 그런 노력에도 아무도 입주하지 않으면 어쩌지 가슴 졸였다는 대목에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 같은 박지웅 대표가?”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낯설기도 했다.

또 성공한 엑시트(투자회수) 사례로만 알려졌던 헬로네이처와 푸드플라이 매각이 그 때는 최선이었지만, 지금이라면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도 흥미로웠다. 동일한 서비스인 마켓컬리와 배민라이더스의 성공을 봤을 때 헬로네이처와 푸드플라이더 더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때문이란다. 그도 후회하지만, 그렇다고 또 거기에만 너무 매몰되지는 않는구나를 알았다.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의 이기는 게임을 하라

이 책을 읽으면 실패란 없을 것 같은, 무조건 빠르고 확실한 길만을 갈 것 같은 박지웅 대표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하며 체력을 키운 창업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계속 자기만의 지도를 그리고, 끊임없이 수정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 어찌보면 뻔하지만, 박 대표의 입을 통하니 왠지 특별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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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책임 질 것이므로 때로는 독재자 같은 결단을 내리기도, 뒤에 가서 다른 말 하는 것보다 겸연쩍어도 앞에서 솔직함을 내보일 수 있는 사람과 끈끈한 연을 맺고픈 것이 박지웅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뻔한 성공법, 기운을 돋게 하는 멋진 말보다 박지웅 대표만의 경영 방식이 궁금한 창업가들게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