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탄소중립 과속스캔들이 해피엔딩이 되려면

그린플레이션 위기 '상존'... 에너지 리스크 관리 방안 '필수'

전문가 칼럼입력 :2021/12/07 16:42    수정: 2021/12/07 22:08

장국진 아주대 대학원 박사과정
장국진 아주대 대학원 박사과정

기후 변화가 심상치 않다. 재난, 산불, 홍수 등 세계 곳곳에서 연이어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여파는 지역을 불문하고 인간 세상을 덮치고 있다. 가히 재앙 수준이다.

경고를 넘어 위협 수준이다. 오죽하면 네덜란드 해양역학 전문가인 헨크 데이크스트라 위트레흐트대학 교수가 지구 온난화 방지의 데드라인을 2035년으로 선언했겠는가. 이른바 ‘돌아올 수 없는 임계점’이다. 오는 2100년 지구 기온상승을 2도 내로 묶어두기 위해서는 극단적일 정도로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는 어떤가. 국제사회는 지금 탄소배출 감축 합의에 따라 신재생·청정에너지 체제로 전환을 가속화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는 보조금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들을 앞세워 신재생에너지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국가별로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짐에 따라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을 천명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자료 : 글로벌 인사이트.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력통계(2021.2월), 각국 발표 정책

■ 그린플레이션 공포 현실화 한다

때마침 복병이 등장했다. 지구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힘을 모아가는 와중에서 나온 동장군(冬將軍)이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다.

그린플레이션의 어원은 녹색을 의미하는 '그린(Gree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녹색 경제를 건설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의미한다.

맞바람 성격이다. 급격한 친환경 전환은 에너지 대란이란 예기치 않은 또 다른 상황을 초래한 형국이다. 미·중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적 현상이다.

풍력과 태양광을 과신한 탓이 크다. 올해는 유난히 유럽 서북해 지역에서 바람이 불지 않았다. 흐린 날도 많았다. 북해 상의 수많은 해상풍력 발전소의 가동이 멈춘 날이 적지 않다. 태양광도 시원찮았다.

유럽이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을 늘린 이유다. 친환경 전략으로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늘렸는데 변수가 생긴 것이다.

석탄 값이 올랐다. 천연가스 가격은 아예 폭등했다. 천연가스가 탄소 배출량이 적은 탓이 크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음이 강한 유럽의 특성상 천연가스의 의존도는 타 에너지원을 압도한다.

천연가스의 러시아 의존도는 안보 문제와도 직결된다. 규모에 관한 한 미국에서도 수입하지만 러시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유럽의 경고음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친 이유 중 하나다.

천연가스의 가격 폭등은 유럽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손쉬운 천연가스 에너지원을 선호한데 따른 여파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책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부양은 곧 생산과 소비를 전제로 한다. 공장을 돌리려면 에너지 수요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치솟았다.

국제 유가도 오르고 있다. 근래 7년 만에 최고가를 넘어섰다. 기후변화의 주범이라 비판받는 석탄의 가격도 1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린플레이션의 충격파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리스크에 약하다. 호주발(發) 중국 석탄 에너지 대란의 여파인 ‘요소수 사태’를 보라. 온 나라가 시름을 앓을 정도다.

기후변화 문제와 탄소중립의 방향성은 맞다. 당연히 에너지 위기관리 대책이 기저에 깔려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신재생 에너지 운운해도 에너지 비상 수급 대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불과 일주일 만에 전국의 화물차가 멈추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일주일만 공장과 가정에 전기가 안 들어온다면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료 :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EU통계청

■ 다시 주목받는 원전 에너지... 비상 수급 대책론도 ‘유효’

당장의 에너지 위기를 진화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각국이 이미 발표했던 이상적인 에너지 정책 및 추진 방향이 무색할 정도다.

먼저 유럽이다. 프랑스, 핀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유럽 10개국 경제·에너지 장관들은 최근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움직임에 동참했다. 각국 주요 일간지에 원전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공동 기고문까지 실었다.

원자력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최상의 무기라는 찬사까지 더해졌다. 원자력은 더욱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독립적인 자원이라는 것이다. 연말까지 EU의 친환경 에너지 분류 목록에 원전을 포함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프랑스는 아예 한발 더 나갔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에너지 대란과 관련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을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린뉴딜의 핵심이 원전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는 원전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 역시 마찬가지다. MS 사직 후 테라파워를 창업한 빌 게이츠는 원전 기술 혁신으로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공언했다. 원전기술 혁신으로 핵폐기물을 다시 원료로 사용해 최대 95%까지 사용 후 핵연료를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탄소 중립화를 위해 국제 표준을 따라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우리 기업은 탄소배출권 도입에 따라 허용된 배출량을 넘기면 무거운 세금과 수출 규제 등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유럽과 미국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RE100’ 기준을 준수하고 또 유도한데 따른 조치다.

미국과 유럽에서 ‘RE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걸 의미한다. ‘RE100’을 선언한 기업들과의 거래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거래 업체 또한 이를 준수해야 한다.

해외 업체들이 ‘RE100’을 선언하기 쉬운 이유는 따로 있다. 재생 에너지 단가가 화석연료 단가(그리드 패리티)보다 싸기 때문이다. 재생 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길도 열려 있다.

■ 에너지 리스크 관리 남의 일 아니다

우리 기업의 현실을 보자. 이상은 고사하고 현실적인 여건이 녹록치 않다. 우리 기업의 생산현장과 아웃소싱을 맡기고 있는 아시아 각국 기업은 아직도 재생 에너지가 비싸고 제도적 제약도 많다.

우리 기업들은 ‘RE100’으로의 전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당장 부담스런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 한전의 독점적 에너지 수급체계 하에서 재생 에너지를 선택적으로 구매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재생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거래 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우선 해외에서는 'RE100' 준수를 선언하고 국제 기준을 따라가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필요한 신재생 에너지를 구매할 방법도 인증할 방법도 없다.

자료 : 한국형 RE100 이행 수단

우리 정부는 이제 시작이다. 이와 관련한 ‘RE100’ 이행 방안이 그것이다. 현행법상 발전사업자가 전기를 직접 파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전을 발전사업자와 계약을 맺도록 해 프리미엄을 제공하거나 신재생 공급인증서를 구매하면 친환경에너지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부담스럽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유럽보다 비싼 가격에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은 방향성에 당연히 동의한다.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과 준수 얘기다. 온난화 방지를 위한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는 필수다. 기술 개발과 법·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지금으로선 재생 에너지의 공급을 늘리고 가격은 낮추는 유럽식 정책과 제도의 안착이 중요하다. 현장의 상황은 기업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

과연 우리의 탄소중립 선언은 가능한가. 조건이 있다. 올해의 세계 에너지 대란을 교훈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풍력 이용률이 24시간 중 50%인 반면 한국은 25%에 불과하다. 태양광 역시 일조량이 변수다. 에너지 리스크 관리가 이 시대의 필요충분 조건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