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스튜디오돌핀 "우리 경쟁 상대는 멍 때리기"

"플로와 협업해 MZ 세대에 오디오 콘텐츠 매력 알리는 데 집중"

인터넷입력 :2021/12/07 10:59    수정: 2021/12/07 17:38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보는’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최신 유튜브 동영상부터, ‘오징어게임’, ‘지옥’과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를 섭렵하려면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다.

이 때 듣는 콘텐츠인 팟캐스트 서비스로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선 ‘올드보이’가 있다. 그를 올드보이로 표현한 건 이미 국내 대표 팟캐스트 플랫폼인 ‘팟빵’을 10여년 간 이끌어왔던 경험을 가졌기 때문이다.

김동희 대표는 수백만 청취자를 지닌 팟빵에서 안정적으로 팟캐스트 시장을 이끌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파 지난해 스튜디오돌핀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팟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정치 위주의 방송을 좀 더 다양하게 확장시켜보고 싶은 욕구도 그가 회사를 나오는 데 한몫했다. ‘영상에 익숙한 젊은 이용자들까지 끌어안는 오디오 콘텐츠와 기획은 뭘까?’를 고민하던 끝에 그는 기존 제작 문법을 깨기로 했다. 제작 스태프들한데 분명한 방향만 정해주고 일체의 개입 없이 ‘그들이 알아서 만드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제작환경을 만든 것이다.

김동희 스튜디오돌핀 대표

나아가 회사는 올해 5월 SK텔레콤 자회사인 드림어스컴퍼니에 합류에 음원플랫폼 ‘플로’와 협업하는 구조를 갖췄다. 플로가 가진 젊은 이용층과 음원 등을 활용해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동희 대표는 앞으로 팟캐스트 전문 크리에이터를 육성해 스튜디오 돌핀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또 창작자와 팬들의 교류를 도와 이들이 더욱 끈끈하게 묶일 수 있는 구심점 역할도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크리에이터들이 좋은 콘텐츠로 합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동희 대표는 “팟캐스트는 유튜브, 넷플릭스, 웹툰 플랫폼 등과 경쟁 상대도 아니고 이용자들을 뺏어올 수도 없다”면서 “오디오 콘텐츠의 경쟁자는 아무 것도 안 하는 멍 하니 있는 시간이다. 보통 이 때 음악을 많이 듣는데, 이 시간과 함께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일을 해야 하는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돌핀 오디오 콘텐츠들이 꽉 채워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또 그는 “유튜브는 짧은 시간 특성상 정보 전달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팟캐스트는 오랜 시간 동안 이용자들에게 청취되면서 깊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MZ 젊은 세대들에게 오디오 콘텐츠의 매력을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플로 스튜디오

[다음은 김동희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스튜디오돌핀에 대한 소개와 기존 오디오 콘텐츠와의 차별점은.

“스튜디오돌핀은 오디오 콘텐츠를 전문으로 만드는 제작 스튜디오로, 돌핀의 주요구성원은 저를 포함해서 팟빵에서 활약했던 핵심 PD들로 구성돼 있다. 드림어스컴퍼니의 자회사로 편입, 오디오 콘텐츠를 강화하며 오더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는 플로(FLO)의 콘텐츠 개발·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플로와 함께 기존 팟캐스트에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음악과 결합한 오디오 콘텐츠를 강화해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오디오 시장에는 없던 새로운 고객(MZ세대)을 오디오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그에 맞는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나가는 중이다.

특히 플로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과 함께 개별 오디오 크리에이터를 섭외하거나 육성중이다. 돌핀이 가지고 있는 제작 노하우를 다양한 1인 크리에이터에게 공유해 오디오 크리에이터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돌핀의 역할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플로 오디오 생태계를 홈그라운드로 하는 크리에이터군을 형성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12월 중 스튜디오돌핀표 20대 타깃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들 공개 예정이다."

Q. MZ 세대들의 특징과 성향은 무엇일까.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는 기존의 콘텐츠와 어떻게 다른가.

“MZ 세대야 말로 특정하기 어려운 다소 광범위한 세대다. TV나 라디오를 접한 세대지만 그보다는 인터넷과 유튜브에 더 친숙한 세대이기에 기존의 미디어나 콘텐츠 제작 방식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대이기도 하다.

편성돼 일방향으로 송출되는 콘텐츠가 아닌 온디멘드 콘텐츠(유튜브, 팟캐스트 모두 이에 포함)는 소비자가 직접 찾아 듣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소비자에게 필요로 하고, 공감돼야 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음. 단순히 킬링 타임 콘텐츠로는 온디멘드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세대별로 공감 영역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콘텐츠 진행자, 게스트, 주제,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세대별로 다르다. 아직은 MZ가 적극적으로 오디오를 소비하지는 않으나 곧 소비에 참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유는 오디오는 세대를 넘어 멀티태스킹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연령에 상관없이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상황은 반드시 발생하는데,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MZ에게 일부러 찾아 듣고 싶은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Q. 플로와의 시너지는 어떻게, 얼마나 날까? 멜론이나 지니와 다른 플로만이 갖는 강점도 있을까.

“오디오 콘텐츠는 단순한 팟캐스트 플랫폼보다 음악이 제공되는 플랫폼이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플랫폼 환경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오디오 콘텐츠와 플로의 음악 클립이 목록화로 구성되는 방식으로만 제공되지만, 머지않아 오디오 콘텐츠에 음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때야 말로 완벽한 음악과 결합된 완벽한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플로는 음악 플랫폼 중에서도 일찍이 올 초부터 오디오 서비스를 도입했다. 스튜디오돌핀과 오디오 콘텐츠 제작용 자체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새로운 포맷·소재의 오디오 콘텐츠 발굴에 집중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메타버스 서비스인 SK텔레콤의 이프랜드(ifland)와 협력하며 메타버스 기반으로 오디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확장 가능성이 열렸다”

연애사수 제작 현장

Q, 크리에이터 육성 정책과 수익 모델에 대해 설명해 달라.

“돌핀은 이미 팟빵에서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수백 회의 교육과 수천 회의 컨설팅을 실시한 핵심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의 팟캐스트 크리에이터도 포함되겠지만, 유튜버, 틱톡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개인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그리고 영상 기반으로는 드러내기 어려웠던 환경의 크리에이터에게 오디오의 형태로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팬을 끌어모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크리에이터의 수익모델은 플로와 초기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모델이다. 크리에이터의 역량에 맞게 자신의 콘텐츠가 수익을 발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로는 기존의 광고모델에 국한하지 않고, 재생량 등 여러 지표를 기반으로 수익을 보전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다. 기존의 광고모델만을 벗어나 음원을 판매하는 것 같은 재생당 수익이 보전이 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오디오 크리에이터로부터 생겨난 트래픽이 플로의 음악을 더욱 재생시키고 플로의 이용자 증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플로 수익의 일부가 오디오 크리에이터에게 재투자 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수익모델 방식이어서 내년에 기대가 매우 크다.

장기적으로는 크리에이터, 아티스트들이 콘텐츠 생산자로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보다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고, 팬들과 소통하며, 수익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그들을 육성하고 협력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Q. 앞으로 공개할 새로운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을까

“MZ세대에 인기가 있는 유튜버 김유신, 최우선이 진행하는 ‘연애사수’는 이번 달 출시된다. 랄랄, 김진주씨가 진행하는 ‘과몰입연애톡’까지 20대의 연애 얘기를 다루는 두개의 프로그램이 시작한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의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았던 샤론최와 장도연씨가 함께 진행하는 폼나고 재미있는 영어표현 프로그램 ‘있어빌리티’(가제)가 연말에 출시될 예정이다. 또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인기를 끌었던 모니카, 립제이가 진행하는 ‘캡틴모립’도 연말에 나온다. 20대에게 자존감을 힘껏 불어넣어줄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있다.”

Q. 팟빵에서 스튜디오 돌핀 창업 계기, 또 드림어스컴퍼니에 합류한 계기는 무엇인가. 경쟁사는 이전 회사인 팟빵일까.

“2019년 팟빵에 있을 때 드림어스 이기영 대표가 찾아와 음악과 팟캐스트가 함께할 수 있는 방향이 있을지 선문답 같은 아젠다를 던지고 가신 것이 플로와의 첫 인연이다. 서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해보자는 정도의 미팅이었는데, 사실 팟빵의 팟캐스트에 음악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은 그 몇 년 전부터 고민해왔던 주제이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플랫폼 운영보다는 조금 더 확장성 있는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집중하고자 팟빵 대표직을 2020년 6월에 사임했다. 그해 9월에 팟빵의 PD 몇 명과 기가 막힌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스튜디오돌핀을 만들었다. 녹음실, 스튜디오도 없이 작은 5평짜리 오피스텔에 책상 3개를 가져다 놓고, 팟빵에서의 팟캐스트 품질보다 한단계 업데이트된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 무렵 이기영 대표가 콘텐츠 스튜디오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플로에서 상상했던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2019년에 음원과 오디오콘텐츠가 융합하는 큰 그림을 같이 그려 보기로 한 데 이어, 드림어스가 2021년 5월 스튜디오돌핀을 인수해 자회사 체제로 그 그림을 같이 그려 보기로 한 것이다. 플로는 든든한 조력자로 현재 훌륭한 스튜디오도 함께 만들고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 역량을 갖췄다. 이제는 정말 콘텐츠에만 집중해서 만들어내면 되는 상황이다.

우리의 경쟁자는 '멍 때리기'라고 할 수 있다. 오디오를 들을 수 있는 환경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분들에게 오디오의 매력을 전달하는 게 핵심인데 이걸 방해 하는 게 멍 때리기다. 멍때리기는 물러가고, 플로 음악을 듣던가, 음악 잘 모르면 플로에서 오디오를 골라 들어보고 공감되고 마음에 맞는 콘텐츠를 구독해주길 바란다. 장담하지만 잦은 멍 때리기로 시간을 보냈던 분들에게 플로의 오디오는 새로운 감동과 재미 그리고 덤으로 인생의 시간이 늘어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 중인 김동희 대표

Q, 팟캐스트 청취자는 많지만 기대만큼 수익을 많이 발생시키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성장하면 그 이상 성장이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에 대한 생각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간 팟캐스트의 수익은 시사정치 중심의 고관여 청취자를 중심으로 발생됐다. 이 부분에서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팟캐스트, 오디오가 30-50대의 정치 고관여층뿐 아니라 20대부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수익도 더 커진다. 광고로만 봐도 북미시장의 팟캐스트 청취자 통계를 보면 연령별로 10대부터 50~60대까지 정말 고루 분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30중반에서 50중반까지가 집중 청취자다.

이 연령층을 확대하는 것은 기존 팟캐스트보다 더욱 다양한 주제의 오디오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웹툰 플랫폼 등 너무나 볼 게 많은 시대인 것 같다. 그 안에서 귀로 듣는 팟캐스트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보는 콘텐츠 사이에서 듣는 콘텐츠가 앞으로도 '무엇'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미디어는 시간 점유의 경쟁이다. 영상이나 텍스트에 집중하지 못하는 다양한 멀티태스킹 상황의 시간 소비 패턴이 오디오로 대체되는 순간 오디오의 쓰임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오디오 콘텐츠는 화면을 볼 필요가 없어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무기다. OTT가 TV를 대체 했듯이, 오디오 콘텐츠도 라디오 등 기존 전통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원할 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얼굴 노출이나 조명 등 갖춰야하는 장비가 적어 콘텐츠 생산자의 입장에서도 진입장벽이 낮다.”

플로 스튜디오

Q. 회사 경영에 있어 올해 성과와 내년 목표는 무엇이며, 함께 하는 임직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오디오 콘텐츠를 익숙하게 듣지 않았던 MZ세대들에게 오디오 콘텐츠의 매력을 전하는 것이 내년의 목표다. 플로와 함께 새로운 고객, 새로운 크리에이터, 새로운 포맷을 중심으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다.

관련기사

이를 위해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포맷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출시하고 안정적으로 연재하면서 청취자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MZ가 좋아하는 진행자와,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제작 노하우가 내년에는 확실히 스튜디오에 내재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플로와 함께 20대에게 열정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이 부분은 아주 미묘한 디테일이 있을 것. 그 디테일을 우리 피디들과 작가들이 찾아내 주기를 바라며, 작은 성공부터 계단을 밟아 올라가면 빠른 시간에 더 넓은 연령층과 주제를 잘 다룰 줄 알고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끌어모으는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