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 배달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배달 기사(라이더) 숫자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에선 라이더 안전과 근로 환경 개선 등에 힘을 주고 있는 가운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만큼 후보들이 라이더를 위해 어떤 공약을 내걸며 표심을 잡을지도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국 28개 배달 플랫폼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의무 이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바로고, 생각대로 등 배달업체에서 라이더를 위한 안전 체계를 마련했는지 파악한다.
이는 배달 근로자의 잇단 사망사고로 인한 안전 관리 필요성이 증대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지난해 배달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전년 대비 120% 이상 성장했다. 단, 배달 오토바이 사고율은 작년에만 212.9%로, 오토바이 1대당 연평균 2회 이상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라이더 근로 환경 열악…고용보험 확대 방안 모색"
배민, 쿠팡이츠, 바로고 등 업계 종사자 추이를 종합해보면, 현재 국내 라이더 숫자는 20만명을 웃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근래 정부가 라이더 안전 관리와 노동 환경 개선에 열을 가하는 만큼, 내년 대선후보들이 라이더를 위해 내걸 공약에도 시선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를 포함한 플랫폼 종사자들은 20대에서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면서 “이들을 두루 섭렵하기 위해 후보들이 펼칠 전략도 향후 배달 업계 방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달 경선 토론회에서 “배달 음식을 가끔 먹는다”면서 “라이더는 일반 근로자와 비교하면 (노동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소득, 처우가 일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당시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핵심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정책을 시행 중이다. 내년 1월부턴 라이더들도 적용 대상이다. 현 정부 정책과 맞물려, 윤 후보 역시 라이더 고용보험 가입을 장려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배달 시장에 꾸준한 관심…"라이더, 노동법 보호받지 못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우, 배달 시장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엔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경기도가 착수한 라이더를 위한 산업재해(산재) 보험료 지원 사업 역시 이 후보 작품이다. 해당 사업은 세 차례 모집 결과, 3천명 가까운 근로자들이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후보는 “배달 플랫폼 성장으로, 생애 첫 노동을 배달로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배달 경쟁이 과열되면서, 라이더는 더 빨리 달릴 것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더는 ‘특수고용’으로 분류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를 지낼 당시 라이더 안전 교육 사업을 추진하는 등 배달 노동 환경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 ‘취약노동자 휴게실 의무화’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노동이 존중받고, 약자들 권리가 침해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다”고도 이 후보는 말했다.
심상정 "라이더 안전 제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이른바 ‘라이더보호법’으로 불리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난 8월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배달사업자 등록제와 안전배달료를 도입하고, 알고리즘 정보를 공개하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한다. 라이더 안전 제고에 초점을 맞춰, 근로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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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후보는 “라이더는 우리 사회 필수 노동자가 됐지만, 고용과 소득 불안정 등 위험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죄인처럼 일하고 있다”며 “사고가 나도 배달 음식을 먼저 걱정해야 하고, 수시로 변하는 배달료 때문에 같은 노동량에도 수입은 지역별로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후보들은 라이더를 위한 실효성 있는 공약보단, 오토바이 소음 문제 등 업계 이슈에 대한 규제 강화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면서 "심 후보가 발의한 라이더보호법 방향대로만 (후보들의) 공약이 이행된다면, 배달 업계 환경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