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8일 스타트업 수장들과 만나 서로 모순된 말을 했다.
하나는 “정부 역할은 혁신과 창의가 온전히 발현하게끔, 자유로운 경쟁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도가 선보인) 공공 배달앱이 순항하고 있다…배달의민족이 공공 배달앱을 이겨내길 바란다”이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을 선보였다. 취지는 소상공인 보호와 배민, 쿠팡이츠 등 민간 배달앱 독점 방지다. 이 후보 말대로, 성과는 꽤 순조롭다. 최근 누적 거래액 800억원을 넘었고, 회원수도 60만명 정도다. 수수료가 낮아 소상공인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단, 다수 소비자는 배민, 쿠팡이츠 등과 비교했을 때 공공 배달앱 이용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보인다. 공급자(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배민보다 선택지가 현저히 부족해 불편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배민과 지자체 20곳 공공 배달앱 하루 이용자수는 각각 약 600만명, 19만명이다. 공공 배달앱의 이용자는 배민과 비교했을 때 3% 수준이다.
공공 배달앱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한 까닭에 사업계속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이윤 창출 목적으로 앱을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와 비교했을 때, 앱 운영 목표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앱 개발, 유지도 지자체가 아닌 외주에 맡기는 방식이다. 앱 유지와 서버 관리 등에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민간 앱이 일궈낸 배달 시장에 공공 배달앱이란 ‘이방인’이 등장했지만, 아직 “배민이 공공 배달앱을 이겨내길 바란다”는 이 후보 말처럼 같은 전장에서 경쟁하기엔 체급차가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이용자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이용 편의성에서도 마찬가지다. 배민은 연 1조원을 벌지만, 영업적자다. 번만큼 쓴다. 이용자 중심의 앱 개발에 특히 무게를 둔다.
배민은 하반기 개발자 채용을 예고했다. 자영업자를 위해 ‘배민 아카데미’를 만들고, 대출이자도 지원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점주들을 돕고자 지난해 800억원을 투자했다.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민간 기업의 움직임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 누적하면서 20조원 규모의 국내 배달앱 시장이 형성됐다.
공공 배달앱은 어떨까. 이용자를 위한, 혹은 시장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갖추는 데 동력이 약하다.
플랫폼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이 후보 말대로 혁신과 창의를 앞세운 탄탄한 기업들이 등장해야 한다. 공공 배달앱보단 사업 목적이 뚜렷한, ‘제2의 배민’을 표방한 스타트업 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 수억명 축구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무대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타국 리그보다 중계권도 비싸다. 왜그럴까. 이방인 때문이다. 자국 선수가 독점한, '그들만의 리그'였던 프리미어리그에 실력 있는 이방인들이 합류하면서 리그 경쟁력이 우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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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두고 서로 겨루는 행위다. 프리미어리그 운영을 전담하는 사무국이 애써 목적이 불분명한 선수를 육성하며 이방인을 만들어, 전장에 투입할 필요는 없다. '동일한 목적'을 가진 선수들이나 팬들이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리그 운영을 위한 유연한 정책을 마련해주면 된다.
이재명 후보 표현대로, 자유로운 경쟁의 장을 만들어 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