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에도 ESG 바람 불어

수익·사회적 가치 창출 함께 고려하는 '임팩트 투자' 이어져

인터넷입력 :2021/11/16 08:38    수정: 2021/11/16 12:54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시대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ESG 차원에서 완전히 새롭게 혁신하는 스타트업 DNA가 필요하다.”

김종윤 야놀자 클라우드 대표는 지난주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 2021 A-STREAM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ESG와 임팩트 투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친환경 스타트업 혹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에 대한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는 기업형 액셀러레이터 D2SF를 통해 한국축산데이터, 누비랩 등 친환경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카카오는 기업형 액셀러레이터(CVC) 카카오벤처스를 통해 스마트 공기살균정화 개발 업체 어썸레이, 에너지 운영관리 기업 씨드앤에 투자하는 동시에 지난 8월에는 SK텔레콤과 ‘ESG 공동펀드’를 조성했다. 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는 임팩트 투자를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환경, 농식품,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분야에 집중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사진=Pixabay

네이버•카카오, ESG 스타트업 투자... 펀드 조성 하기도

네이버는 기업형 액셀러레이터 D2SF를 통해 ESG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 200억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축산테크 스타트업 '한국축산데이터'는 지난해 네이버 D2SF가 초기 투자를 진행한 곳이다. 한국축산데이터의 주요 서비스는 가축·농장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사육법을 제공하는 솔루션 ‘팜스플랜’이다. 

농가는 축사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인공지능(AI)으로 가축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혈액에서는 면역력 데이터를 수집한다. 농가는 팜스플랜을 통한 맞춤형 사육법으로 약품 비용 및 가축 폐사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

팜스플랜 솔루션 서비스 화면

네이버 D2SF는 지난 7월에도 음식물 데이터 분석 솔루션 개발 업체 ‘누비랩’에 신규 투자한 바 있다. 누비랩은 음식물 쓰레기 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식사 전후 음식 이미지를 비교 분석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누비랩 인공지능(AI)은 이용자의 음식물 섭취량을 기록, 분석해 식자재 과잉 생산을 막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D2SF는 초기 기술 스타트업의 기술적 가치와 성장성에 주목해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지표인 ESG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테크 스타트업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t 카카오 esg 공동펀드

카카오는 ESG 스타트업 투자는 물론, 이들을 위한 펀드까지 출범시켰다. 카카오는 지난 8월 SK텔레콤과 ‘ESG 공동 펀드’를 조성했다. 양사는 각각 100억원씩 출자해 총 200억원의 ESG 펀드를 먼저 출범하고, 재무적 투자자 유치로 250억원 이상으로 펀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모인 자금은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산업 기술과 우수 ESG 경영 환경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될 전망이다.

카카오벤처스 또한 ESG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속 단행 중이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9월 에너지 운영관리 기업 '씨드앤'에 5억원을 투자했다. 씨드앤은 AI를 활용해 건물 공간을 분석하고 온도를 제어하는 기술인 ‘리프’를 개발했다. 이용자는 리프 기술을 활용해, 기존 냉난방기 설정 온도 제어 방식과 비교해 평균 17% 이상 높은 에너지 효율을 낼 수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해에도 스마트 공기살균정화 장치 개발 업체 '어썸레이'에 투자했다. 어썸레이는 탄소나노튜브 기반 초소형 X-선(X-ray)을 개발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한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씨드앤은 에너지 관리 기술을 통해 불필요한 도심 에너지 낭비를 막는 데에 기여한다. 어썸레이는 공기 순환 기술을 보유한 ESG 스타트업”이라고 덧붙였다.

소풍벤처스 ‘임팩트투자’ 강조…동구밭•위미트•리하베스트 투자

위미트 비건 치킨 (출처= 위미트 홈페이지)

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는 ‘임팩트 투자’를 강조하며, 친환경 화장품 제조업체 '동구밭',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 버려지는 식품 부산물을 재활용해 그레놀라바 등 식품을 만드는 '리하베스트'에 투자했다.

대체육 개발 스타트업 위미트는 지난 8일 소풍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위미트는 자체 식물성 단백질(PBP, Plant Based Protein) 기술로 ‘비건 치킨’, ‘비건 꿔바로우’ 등을 제품화했다. 대체육 개발 기술은 가축 사육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절감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소풍벤처스는 지난해 푸드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에도 투자한 바 있다. 리하베스트는 버려지는 맥주 부산물로 만든 대체 밀가루 ‘리너지 가루’와 이로 만든 ‘리너지바’ 등을 개발했다. 또 소풍벤처스는 2016년 친환경 비누바, 샴푸바 등 고체 화장품 생산 기업 동구밭에도 투자했다. 동구밭은 월 매출이 증가할 때마다 발달 장애인 사원을 고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올해 기준 동구밭 직원 51명 중 26명이 발달 장애 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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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베스트 리너지바(출처=리하베스트 홈페이지)

소풍벤처스 관계자는 “임팩트 투자는 ESG보다 능동적인 개념으로, 재무상 관점에서 수익 창출 뿐아니라 실제 사회적 영향을 창출하고 있는지까지 고려하는 투자다. 임팩트 투자는 기후 위기와 같은 풀기 어려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구밭은 친환경 비누를 만들기도 하지만, 발달 장애인을 고용하면서 더 직접적으로 사회적 영향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리하베스트 역시 순환경제에 기여한다. 대체육 스타트업은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기르는데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속 가능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