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떼다 붙이는 조직개편은 그만…기능효율화 고민할때

[대전환 시대의 정부 거버넌스 ⑨] 기후에너지부 신설 vs 직제 총량제

디지털경제입력 :2021/11/12 11:21    수정: 2021/11/13 08:51

10년만이다.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진다면 그렇다. 부처 개편은 상수다. 그동안 대선후보와 캠프의 언급을 보면 불가피하다. 문재인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 좌우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통상적인 정부 조직개편 없이 출범한 배경이다. 당시 조직개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차산업혁명과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화두였다. 업계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분산돼 있는 C-P-N-D 기능을 하나의 정부부처로 통합하길 원했다.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도 당연시 하는 분위기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용이다. 5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과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대전환’을 화두로 소환했다. 이번에는 대선 캠프와 각 부처 주변에서 회자되는 개편론을 회차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산업통상자원부. 업종별 산업과 통상·무역, 그리고 에너지·자원 정책을 책임지는 행정부처다. 명칭에서부터 거대 조직임을 알 수 있다. 맡은 분야가 넓다 보니 업무영역이나 이해관계가 걸려있지 않은 부처가 없을 정도다.

평상시에도 유관부처의 시샘에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 선거가 있거나 새 정부가 들어설 때면 가장 먼저 개혁(?) 대상에 오른다. 어느 부문은 어느 부처로 떼어서 보내고 또 다른 부문은 어디랑 합쳐야 한다는 논의 끊이지 않는 부처가 산업부다. 바람 잘 날 없다.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전경

산업부는 전통적으로 무역과 통상 업무를 맡아 온 부처다. 1948년 11월에 설치된 상공부가 모체다. 1977년 상공부 안에 있던 동력·지하자원·열관리 부문을 분리해 동력자원부가 만들어졌다.

1993년에는 다시 상공부와 동자부가 합쳐져 상공자원부로 개편됐다. 1996년 부처명을 통상산업부로 바꿨다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엔 다시 산업자원부로 이름을 바꿨다. 이 때 통상업무를 당시 외무부로 넘겼고 외무부는 외교통상부로 이름을 바꿨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IT) 산업정책과 우정사업본부를 넘겨받고 옛 재정경제부에서 경제자유구역 등을 받아 지식경제부라는 거대 부처로 거듭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는 정통부에서 받은 IT산업정책과 우정사업본부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되돌려 주고 외교통상부에서 통상부문을 다시 받아 지금의 산업부가 됐다.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산업부를 둘러싼 조직개편 이야기가 무성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대선캠프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등의 조직 개편 검토를 시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캠프는 고용부·교육부·산업부·중소기업벤처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의 조직을 언급했다. 두 캠프의 정부 조직개편설에 공통으로 포함된 부처 역시 산업부다. 양당 후보 경선과정에서는 더 혁신적인 주장들이 오갔다. 정의당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더욱 적극적이다.

현재로선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대기 업무를 떼어내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안이 캠프 주변에서 돌고 있다. 통상부문도 다시 외교부에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도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지구적으로 닥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물결을 유연하게 타고 넘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반면에 기존 직제를 유지하면서 직제 총량제나 대부처 제도를 도입해 조정기능을 활성화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야권에서 제기한 조직개편설 중 눈에 띄는 주장은 중소기업벤처부와 산업부의 통합론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내세운 중소기업벤처부의 통합은 '원상회복'이란 의미 이상으로 읽혀지고 있다.

세간에는 산업부의 핵심 기능 중의 하나인 통상 기능이 빠질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산업이 통째로 옮겨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명박정부의 지식경제부 모델이다. 

■ 기후에너지부 신설해야?

어찌됐든 여야를 통틀어 비중있게 거론되는 안은 기후에너지부 신설론이다. 연원도 오래다. 2009년 말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2010년 4월 시행되면서의 일이다. 기후변화에너지를 전담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시엔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사이에 기후변화업무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양상 정도였고, 새로운 부처 출범까지는 가지 않았다.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전경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역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화두였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결론적으로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환경부에 힘을 실어주는 형태로 정리됐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에 정부 조직개편을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탓이다. 대신에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고 국토교통부와 나눠 갖고 있던 물관리 업무와 미세먼지 대책 업무가 환경부로 조정됐다.

당시 산업부는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에너지 업무가 떨어져 나가는 데다 외청으로 있던 중기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독립해서 나가고 통상업무도 외교부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위기의식이 상당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무산되고 통상업무가 이관되지 않으면서 산업부는 현재의 모습을 유지했다.

하지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담은 한국형 뉴딜이 추진력을 얻고 기후위기 극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또 다른 상황을 맞게 됐다. 2050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부는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비롯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배경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7월 공약 발표에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산업부·환경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업무를 하나로 묶어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유지를 포함한 에너지 대전환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에너지 관련 업무가 분산돼 있는 상황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로 갈 통합 정책을 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탄소중립 보다 과감한 기후변화 대응 공약을 꺼내 들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비롯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50%로 늘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달 열린 산업부와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기후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산업부 종합감사에서 “탄소중립은 더는 피할 수 없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됐고, 이 같은 국가 어젠다를 이행하려면 정부 차원의 보다 강력한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대한 산업부의 입장을 물었다.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전경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탄소중립과 같은 새로운 어젠다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과거보다 추가해서 산업과 에너지가 서로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면서 “다만 부서신설에 대해 검토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 국감에서도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산업부에서 에너지를, 환경부에서 기후변화대응 업무를 떼어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며 “한 장관은 동의하느냐”고 질의했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조금 유연하게 움직일 필요는 있다”면서도 “기후에너지부 또는 다른 방식으로 가능한지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 직제 총량제 등 통한 조정기능 강화해야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회의적인 입장이 강한 편이다. 본래 정부 조직개편은 전체 청사진을 보면서 유기적인 관계나 기능을 따져봐야 하는데, 아직 대선 후보 캠프에서는 개편안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S대학의 A 교수는 “정부 조직개편은 부처 이름만 바꾸거나 큰 부처 몇 개를 통폐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실제로 그 안에 있는 기능과 실국과 등이 어떻게 연계되고 기능하는지 면밀히 살펴보면서 종합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 교수는 또 “최근엔 학계에서도 이름만 바꾸는 형태로 부처를 떼었다 붙이는 정부 조직개편은 이제 그만하자는 쪽으로 컨센서스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박근혜 정부도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안전을 중요시한다고 했지만 행정 효율보다는 이름 하나 바꾸고 명함부터 심벌 등 불필요한 교체비용만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7일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 교수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마다 시그니처 부처를 내세워 지난 정부와 차별화하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게 이명박 정부의 지식경제부와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였다”고 전했다.

최근 대통령 내정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다. 경제 활성화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보니 항상 산업부가 중심에 서서 떼었다 붙였다 하는 레고블럭 신세다. 부처 주변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H대 C 교수는 “대선 후보자들은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기후에너지부 같은 새로운 부처를 공약을 내걸지만 큰 부처들이 합쳐졌을 때 실제 조직 간에 화학적 융합이 일어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C 교수는 “환경부는 환경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개발을 최소한으로 해야 하지만 산업부는 산업진흥을 최선으로 해야 하는 등 각자 조직의 목적이 있게 마련이다”면서 “두 조직이 갈등할 때 총리가 조정해야 하지만 공무원 조직을 움직이는 예산이나 직제라는 무기가 없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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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대 S교수는 “요즘 부총리제와 함께 생각한 게 직제 총량제”라며 “지금은 행안부에서 부처 실국과 등의 정원을 관리하는데, 이걸 총량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장관 재량에 맞게 유연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교수는 이어 “최근 일본 수출규제 등 중대 사안이 발생하면 당장 TF 형식의 임시조직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들어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재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