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 기업들은 수도권만을 고집하지 않고 지방 공단에 대규모 시설 투자는 물론 거점화를 시도했었다. 생산 시설의 입지가 직접적으로 비용절감과 고용을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관점에서 지방투자는 고려 대상에서 더욱 멀어져 가고 있다.
그 핵심은 인력 수급에 있다. 최근 게임회사들과 플랫폼회사는 물론 전통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고 있는 모든 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는 사회전반의 현상과 겹치면서 인재는 서울에만 몰리고, 혁신기업들은 서울이나 수도권을 떠나서 사업을 한다는 상상마저 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창업을 지원하는 강력한 정책과 재정을 지방에 투자 하고 있다. 하지만 앵커기업이 지방에 거점을 만들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그 문제를 해소하는 전면에 디지털 뉴딜을 선도하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윤성로)가 있다. 위원회는 특정부처에서만 다루기 힘든 관련 아젠다를 심의 조정하는 국가적 핵심기구이기도 하지만 특히 지방중심의 디지털뉴딜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방정부별로 특화된 디지털경제 전환 전략 수립을 제안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지역의 디지털기반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자체역량 만으로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원회의 강력한 리더십은 지방에 커다란 희망이 되고 있다.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면, 과기정통부가 지난해부터 지방의 인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관련 인재 10만 양병을 목표로 추진하는 이노베이션스퀘어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지역별로 교육 거점을 만들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디지털관련 인력을 단기간에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최소한 10년 정도의 기간을 정해 사업계획을 다듬고 지역마다의 특성, 지역 산업경쟁력이 반영되서 특화된 인력양성을 추진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주에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주최한 제3차 중앙-지방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지방정부의 전략과 사례들이 소개되었으며 특히 정부와 지역이 함께 추진 중인 광주광역시의 디지털 뉴딜 모델이 주목을 받았다. 지금 그 현장에 있는 한사람으로서 광주의 변화 한 단면을 알리고자 한다.
광주는 2018년부터 세계 10위권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관련 기업을 광주로 유치해 나가는 인공지능산업 에코시스템을 만들고 있는데, 10월 현재 인공지능 연관 기업 120개가 협약을 완료하였고 70개 기업이 광주에 둥지를 틀었다.
특히 광주는 인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3년 전부터 인력 양성에 도시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광주가 구축 중인 교육 시스템을 보면 광주시 교육청은 AI정보영재교육원을 신설하고 내년부터 초·중등학생 대상 인공지능 영재 프로그램으로 32명을 선발·교육한다. 광주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에서는 매년 80여명의 인공지능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광주지역 3개 대학에서는 전공학과는 물론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 3개 분야를 인공지능 기반 특화교육을 하며 광주과기원은 석박사급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재직자 직무전문성과 전환교육은 물론이고 기업의 실무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인공지능 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매년 180명의 인재가 배출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300명 수준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인공지능 인재육성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다.
광주광역시는 이런 도전이 차질이 없도록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인공지능산업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단기간에 가능했던 큰 이유는 인공지능도시 만들기가 광주광역시장의 제일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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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의 이런 과감한 도전이 성공해야 한다. 하나의 지방 도시에서라도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하며 4차위와 과기부의 강력한 리더십은 지방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 주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대규모 전문기업들도 광주에 관심을 갖기를 권한다. 지방을 선점한 기업이 ESG 경영 시대에 더욱 빛이 나고 손익에도 큰 기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