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규제 권한 달라"...美 SEC-CFTC 경쟁

컴퓨팅입력 :2021/10/28 17:06

미국 금융 규제 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규제 주무 기관 역할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로스틴 베남 CFTC 의장 대행이 27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암호화폐에 대한 CFTC의 권환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디크립트, 코인데스크 등 암호화폐 전문매체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남 CFTC 의장 대행은 이날 상원 농업·영양·임업 위원회에서 "의회가 권한을 확대해준다면, CFTC는 암호화폐 부문에 대한 주요 연방 규제 기괸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베남 CFTC 의장 대행은 비트멕스, 테더 등의 사례를 들며, CFTC가 이미 공격적으로 암호화폐 시장 조작과 사기 방지를 위한 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스틴 베남 CFTC 의장 대행과 개리 겐슬러 SEC 의장

CFTC는 지난 8월 미등록 파생상품 거래소 운영을 문제 삼아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비트멕스에 1천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이달 중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테더에 잘못된 예치금 정보를 제공했다며 4천250만 달러의 벌금을 물렸다.

그는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2조6천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트멕스와 테더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위원회가 CFTC에 권한 확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호화폐 규제는 파생 상품 규제 기관으로서의 우리의 기존 역할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암호화폐 부문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투자자와 금융 안정성 모두에 잠재적인 위험이 있다"며 기관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암호화폐 규제 권한을 확대하려는 SEC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개리 겐슬러 SEC 의장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겐슬러 SEC 의장이 법정 통화에 고정된 암호화폐인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더 많은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금융시장 워킹그룹에 로비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SEC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권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개리 갠슬러 SEC 의장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증권에 해당하는 토큰을 상장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암호화폐 거래소도 SEC 관할 아래 규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 석상에서 이미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을 놓고 SEC와 CFTC가 관할하는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역할이 겹치거나 규제 공백이 생긴 부분이 존재했다. 

SEC는 증권거래를 규제하는 기관으로 암호화폐가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증권법 위반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증권이 아니라고 규정해, 산업의 상당부분에 대한 영향력을 놓치게 된 측면이 있다. 암호화폐 거래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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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TC의 경우 2015년부터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비트코인 등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진 않다. 비트코인 선물 같은 파생상품을 규제할 순 있지만 상품 자체에 대한 규제 권한은 없다.

따라서, 미국에서 현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명확한 규제 기관은 없는 상황이다. 이제 암호화폐 규제 주무 기관 자리를 놓고 두 기관이 경쟁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규제 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