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범유행(팬더믹) 이후 게임 관련 산업이 성장하며 키보드, 마우스 등 액세서리와 고성능 게임용 하드웨어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퓨쳐소스에 따르면 지난 해 게임용 주변기기 판매량은 적게는 17%에서 많게는 40%까지 늘었다.
그동안 빈번히 일어났던 게임용 주변기기 업체 관련 M&A(인수·합병)에도 큰 변화가 있다. 기존에는 규모가 비슷한 동종업체가 서로간의 몸집을 불리거나 취약 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M&A에 나섰다.
그러나 올해는 PC 제조사나 음향기기 제조사 등 대형 업체의 인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HP가 지난 2월 말 게임용 주변기기 브랜드 '하이퍼엑스'를 5천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GN그룹이 스틸시리즈를 1조 3천600억원에 인수했다.
■ HP, 5천억원에 하이퍼엑스 인수
HP는 지난 2월 말, 미국 메모리 제조사 킹스톤이 소유한 게임용 주변기기 브랜드 '하이퍼엑스'를 4억 2천500만 달러(약 5천억원)에 인수했다.
하이퍼엑스는 2003년 런칭 이후 게임 특화 고성능 메모리와 SSD, 키보드·마우스·헤드셋 등 액세서리를 생산해왔다. 지금까지 헤드셋은 1천만 개 이상, 키보드는 100만 개 이상 생산했다.
HP는 지난 6월 초 하이퍼엑스 인수를 마무리하고 HP 브랜드 중 하나로 편입했다. 킹스톤은 메모리와 SSD 등 반도체 기반 제품을 HP에 공급할 예정이다. 인수는 올해 2분기 안에 완료될 예정이다.
■ '자브라' 보유 GN그룹도 스틸시리즈 인수
음향 주변기기 브랜드 '자브라' 등을 보유한 덴마크 GN그룹은 이달 초 게임용 주변기기 업체 스틸시리즈를 12억 달러(약 1조 3천6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스틸시리즈는 2001년 설립된 미국 회사로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 게임용 주변기기를 생산해왔다. 지난 해에는 고성능 컨트롤러 업체인 컨트롤프릭, 입체음향 솔루션 업체인 나히믹을 인수했다.
인수 절차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 될 예정이다. GN그룹은 인수 이후 스틸시리즈를 브랜드가 아닌 독립 사업 부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HP, 내년부터 하이퍼엑스 본격 전개
두 업체가 새로 인수한 브랜드나 업체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특히 HP는 2006년 캐나다 고성능 PC 제조사인 부두PC 인수 이후 자체 브랜드인 '오멘'(Omen) 브랜드로 각종 키보드와 마우스를 판매중이다.
소병홍 HP코리아 상무는 지난 21일 진행된 게임용 노트북 '오멘 16' 출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하이퍼엑스 인수를 계기로 내년부터 주변기기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GN그룹 역시 스틸시리즈를 독립 사업 부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같은 음향기기지만 영상통화나 화상회의, 혹은 아웃도어 무선 이어폰에 강점을 가진 자브라, 입체음향과 각종 입력장치에 중점을 둔 스틸시리즈의 정체성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 "게임용 액세서리 시장, 2025년 4조원대로 성장"
게임용 주변기기 업체의 M&A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지난 해 코로나19로 폭발한 게임 관련 수요와 큰 관련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퓨쳐소스는 지난 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촉발된 원격근무와 자가격리가 게임 용도 뿐만 아니라 원격근무 수요로도 확대되었고 헤드셋과 스피커, 키보드와 마우스 출하량은 2020년 한 해 9천780만 개에 달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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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쳐소스는 또 "2019년 대비 제품별 판매 수량 성장률은 게임용 헤드셋이 40%, 키보드가 17%, 마우스는 20%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 업체인 마켓리서치퓨쳐는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게임용 주변기기 시장이 2025년까지 40억 4천만 달러(약 4조 7천17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연간 성장률은 9.68%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