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시총 1조달러+천슬라' 어떻게 가능했나

분기실적 호조로 급반등…렌터카 특수로 한꺼번에 달성

인터넷입력 :2021/10/26 15:36    수정: 2021/10/26 15:5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시가총액 1조 달러와 주가 1천 달러를 동시에 달성했다. 실적 호조에다 ‘렌터카 특수’가 겹친 덕분이다.

25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2.66% 상승한 1024.86달러로 마감됐다. 덕분에 시가총액도 1조 270억 달러로 늘어나면서 ‘시총 1조달러 클럽’ 신규 멤버가 됐다.

그동안 미국 IT기업 중 시가총액이 1조 달러가 넘는 기업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3개 업체 뿐이었다. 테슬라가 네 번째로 가입한 셈이다.

일론 머스크 (사진=씨넷)

■ 내년까지 모델3 10만대 주문…테슬라 매출 42억 달러 추가 확보 

이날 테슬라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렌터카기업인 허츠 글로벌 홀딩스였다. 허츠는 보유 차량들을 전기차로 바꾸는 야심적인 계획의 파트너로 테슬라를 선택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허츠는 내년말까지 테슬라 모델3 10만대를 주문했다. 이 물량은 허츠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렌터카의 20% 수준이다.

허츠가 구입한 테슬라 차량들은 미국 전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특히 테슬라 렌터카들은 미국 내 테슬라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허츠는 전기차 충전소 수 천 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테슬라 모델3 (사진=테슬라)

이번 거래는 테슬라 뿐 아니라 전기차 단일 판매 물량으로도 가장 많은 규모다. 아마존이 리비안으로부터 10만대를 구매한 외에는 이만한 규모의 전기차 구매 계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테슬라는 허츠와 거래로 42억 달러 가량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테슬라는 렌터카 업체와 계약하면서도 별다른 할인 혜택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렌터가 회사들은 통상적으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데, 테슬라와 허츠의 계약은 정가에 근접한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물론 테슬라 주가가 폭등한 것은 렌터카 계약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주 공개된 3분기 실적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테슬라는 3분기 순익 16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분기 순익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결국 사상 최대 실적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대규모 렌터카 공급 계약까지 성사시킨 것이 '시가총액 1조 달러'와 '주가 1천 달러'란 두 마리 토끼 사냥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 테슬라에게도 렌터카 시장 공략 성공은 큰 의미  

이번 거래는 테슬라와 허츠 두 회사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에 초대형 계약을 안겨준 허츠는 최근 1년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해 6월 코로나19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상장 폐지됐다. 하지만 1년 만인 지난 6월30일 새 주인을 맞으면서 새로운 질주를 계획하고 있다.

때마침 코로나19 상황 진전으로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새 주인이 된 나이트헤드캐피털매니지먼트 등은 전기차 전환 프로젝트를 통해 또 다른 차별화를 괴하고 있다.

(사진=Hertz)

블룸버그는 “(허츠의 전기차 도입 프로젝트는) 변화 속도가 느린 몇몇 대형기업들이 지배하는 렌터카 시장을 뒤흔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허츠 입장에선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통해 경쟁 렌터카업체들의 테슬라 접근을 원천 봉쇄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번 주문 물량이 테슬라 연간 생산량의 10% 수준에 달하기 때문에 경쟁 렌터카 업체들이 테슬라를 상대로 비슷한 계약을 체결하긴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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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허츠의 전기차 전환 계획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번 계약 물량은 허츠가 전 세계에서 운행하고 있는 50만대에 달하는 차량의 20% 수준이다.

따라서 테슬라가 나머지 40만대 물량까지 모두 확보할 경우엔 안정적인 추가 매출원을 갖게 된다. 투자자들이 테슬라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은 이런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