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국가 대표 산업으로 키우자

디지털경제 핵심 인프라 디지털자산, 어떻게 키울 것인가(하)

컴퓨팅입력 :2021/10/05 13:01    수정: 2021/10/05 17:07

경제 활동의 중심 축이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이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참여자 간 신뢰 확보는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 만큼, 디지털 경제에 신뢰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블록체인·디지털자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산업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았다. 특금법이 산업 진입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되면 산업 전반이 건전화될 것이란 기대와 아직 태동기에 있는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산업을 디지털경제로 전환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균형있는 규제와 육성 방안이 무엇인지 진단하고자 이번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디지털자산은 투기라는 편견깨야 미래산업이 보인다(상)

기득권적 사고에 발목잡힌 디지털자산 산업(중)

디지털자산, 국가 대표 산업으로 키우자(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게리 갠슬러 위원장이 한 언론사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 ETF에 우호적인 발언을 내 놓으면서다. 갠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이 아닌 선물계약에 투자하는 것으로 투자자 보호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며 "담당 부서의 신청 서류 검토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SEC는 우리나라 금융위원회의 일부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다. 투자자 보호가 기관의 주요 역할인 점을 감안하면, 갠슬러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꽤나 파격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디지털자산 규제가 무조건 못하게 '막는 규제'가 아니라 법만 따르면 할 수 있게 해주는 '여는 규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SEC가 미등록 증권 판매로 판단한 리플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나, 필요한 라이선스를 취득한 페이팔이 비트코인 구매 및 결제 서비스를 문제 없이 제공할 수 있는 것 모두 동일한 규제 철학이 적용된 결과다.

미국뿐만 아니라 스위스, 싱가포르 등 금융산업이 강한 국가들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하고 규제만 따르면 사업을 할 수 있게 여는 규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전환기에 놓인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노동력으로 성장하는 시대 저문다...디지털금융 강국될 기회 잡아야

우리나라는 금융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 시점을 활용해 새로운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지금은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이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노동력을 이용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영국과 미국처럼 금융이 중심을 잡아야 경제가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행한 '한국경제의 구조변화와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의 실질 부가가치 증가율은 1970년대 18%에서 최근 3.5% 수준 수준으로 하락했다. 제조업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도 3.5%p에서 1.1%p로 떨어졌다.

서비스업의 경우 1970년대 이후 부가가치 비중이 60% 내외에 머물러 정체 상태다. 선진국은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치 못한 것이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은 뒤처져 있는데, 제조업의 성장까지 둔화돼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교수는 "우리는 지금까지 금융이 약했기 때문에 금융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못하지만, 디지털 금융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지금 새로운 기회가 왔다"며 "이 변화를 이용해서 선두를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별 경제성장 기여도(자료=국회예산정책처 한국경제의 구조변화와 대응전략 보고서)

디지털금융,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가 핵심

김 교수는 "디지털금융이 아날로그금융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성은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는 디지털화폐가 쓰인다는 점"이라며 "기존 아날로그화폐는 덤머니(멍텅구리 돈)지만, 디지털화폐는 스마트머니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미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탈화폐를 이용한 다양한 디지털금융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법정화폐를 디지털화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도 준비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기업들이 실제 서비스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김 교수는 "한국형 디파이 서비스 돈키를 개발한 체인파트너스는 서비스 개발 초기에 신뢰할 수 있는 코인 가격정보를 가져오는 오라클 서비스가 없어 고생하기도 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서비스를 만들어 봐야 무엇이 필요한지 보이고 우리의 경험이 쌓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도 디지털금융 산업의 중요한 부분이 될 전망이다. 국내 대표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위 업체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도 30여개 가까운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지난 3~4년간 운영 경험을 쌓았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임원은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우리나라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경쟁력이다"며 "증권사 주식 거래 앱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거래량이 발생하는데, 이 거래소들이 지난 몇 년간 서비스를 해오면서 트래픽 조정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엄청나게 쌓여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자산, 규제방식 바꾸면 시장 안정화될 것

디지털자산은 디지털금융으로 전환에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명확한 규제로 시장 건전화를 이루고 산업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디지털자산의 종류를 특성별로 나눠 각 관리하고,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시스템을 만들면 가격 산업 육성과 시장 안정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미 스위스, 싱가포르는 금융 당국이 나서 디지털자산을 ▲증권형 ▲유틸리티형 ▲지불형으로 이 같이 분류하고 있다. 미국도 SEC가 증권형 토큰을 등록하도록 하면서, 디지털자산의 종류를 구분하고 있다.

유틸리티형은 이용권, 상품권, 디지털쿠폰 같은 것이고 지불형은 선불지급수단이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가격이 오를 이유가 적어, 정확한 정보만 제공된다면 시장 안정이 가능하다. 증권형은 증권거래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면된다.

예컨대 어떤 테마파크가 완공 전에 이용권을 유틸리티 토큰으로 만들어 미리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용권은 완공 후 10만원에 판매될 예정인데, 이용권으로 바꿀 수 있는 토큰은 완공 전 1만원에 파는 것이다. 이 토큰은 거래가 가능해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10만원에 수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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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가격이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움직이려면,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어야 한다. 사업의 실현가능성과 개발 진척 사항을 적나라하게 평가하고 디지털자산에 대한 사자·유보·팔자 의견을 내는 신평사들이 생겨야 한다. 또, 공시제도 필요하다. 상장 기업들이 한국거래소에 공시하는 것처럼 일정 부분 자진 공시하게 하고, 허위공시하면 처벌하고, 공시요구에도 대응하게 해야 한다

구 변호사는 "토큰을 특성에 따라 분류하고, 토큰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게 하면 가격이 널뛰기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며 "큰 걱정 없이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