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좋니’

[백기자의 e知톡] 뒤탈 있는 예전 비즈니스 파트너 된 韓 플랫폼

인터넷입력 :2021/09/30 07:32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네이버, 카카오, 야놀자,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의 대표들이 증인으로 줄줄이 소환될 예정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골목상권을 침탈하고, 이용자 편익을 저해했다는 시각입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끌 미래 주역으로 주목받던 기업들이 현 정권 말미에 시장을 독과점하는 악덕 기업으로 눈 밖에 난 것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 강한승 쿠팡 대표, 배보찬 야놀자 대표 등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은 상태입니다. 디지털전환으로 한국형 뉴딜 정책을 완성하겠다는 국정 계획과 철학은 어디 갔는지, 플랫폼 기업들이 전통 산업에 불러일으킨 혁신은 사라지고 반역자로 낙인 찍힌 모습입니다.

(제공=이미지투데이)

약 4년 전까지 인터넷 기업들은 인터넷 산업에 있어 전문성과 진정성이 결여된 박근혜 정부 시절을 힘겹게 버텼습니다. 그러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네거티브 규제체제로의 대전환과 ‘나쁜 규제’를 없애는 정부가 되겠다”는 공약을 아직도 못 잊을 만큼 뜨거운 지지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달라진 문재인 정부의 플랫폼 기업 옥죄기에 대형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조차 견디기 버거워 하는 모습입니다. 지나친 규제 정책에 억울해 하고, 스타트업 생태계까지 무너지는 것 아닐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기업 규제의 10분의 1만이라도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감시하고 형평성에 맞는 규제에 우리 정부가 힘써주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소상공인 및 시민 단체 등 일각에서는 “거대 기업을 겨냥한 고작 몇 가지 규제에 유난 떠는 거냐”며 눈총을 보내지만, 스타트업들은 “국회에 발의된 수십 개 발의된 규제법안에 이어 10월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때리기가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다”며 ‘기업 길들이기’란 입장입니다. 분명 플랫폼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바랐고, 이를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이 경쟁력을 갖춰주기를 당부했던 정부와 국회의 싸늘해진 눈빛에 서운해 하는 모습입니다. “국정감사와 선거 시즌을 앞두고 표심 모으는 데 이용해먹기 좋은 표적으로 플랫폼 기업을 점찍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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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디지털경제협의회 포럼에서 벤처지원을 위한 규제 철폐를 약속했다(제공=머니투데이방송 캡처)

플랫폼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은 어차피 여야 정권이 바뀌어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기조는 바뀌는 게 없었던 지난 경험을 상기하며, 딱 알맞게 기대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새 정부는 다르겠지”, “규제 혁파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서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겠지”란 생각부터가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이번 국정감사에 불려 나온 플랫폼 기업 수장들은 사회적 책무 강화의 목소리에 수긍하면서도, 국내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중복 규제, 글로벌 기업들과의 규제 형평성 부분을 강하게 어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현 국회와 정부와 눈과 귀에는 안정적인 정권 유지에 발목 잡는 ‘뒤탈 있는 예전 비즈니스 파트너’로만 보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