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하락 쇼크가 이틀 연속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7일 금융당국이 온라인 플랫폼 금융 서비스에 대한 법 적용을 검토한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여기에 더해 같은날 더불어민주당에서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이라는 이름으로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를 열어 불을 지폈다. 플랫폼 기업이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플랫폼 규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시장에 충격을 줄 만큼 영향이 컸던 것은 중국 당국의 플랫폼 규제를 지켜봐 온 외국인과 기관들이 심상치 않은 기류에 발을 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크다.
중국은 최근 자국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 규제를 하고 있다. 반독점, 게임, 금융 등의 분야에서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주가는 지난 6개월 동안 힘을 못 쓰고 있다. 규제 당국의 이런 기조에 해외 투자자들은 당분간 중국 기업을 투자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국감·대선 앞두고 플랫폼 규제 목소리 거세지나
그렇다면 정부와 국회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는 걸까.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새 국회가 만들어졌을 때의 규제 혁파 목소리는 어디 간 것일까.
시기상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고 불리던 '인앱결제 방지법'이 통과되고 나서 그 화살이 국내기업으로 돌려진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사실상 국감과 대선정국을 앞두고 으레 있어왔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각 정부부처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서로 하겠다고 나서면서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과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을,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기존 법안에 포함된 내용이거나 중복 규제라는 비판을 받는다. 플랫폼의 갑질을 막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기존 법안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법안들은 규제 정당성, 실효성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 아직 법안 통과와 관련해 규제 당국의 특별한 제스처는 없다"며 "다만 최근 중국 규제와 국내 정치권의 플랫폼 때리기 등을 봤을 때 더 부각될 순 있다"고 내다봤다.
국감을 앞두고 플랫폼 정치권이 플랫폼 길들이기와 대선을 앞두고 '표퓰리즘' 전략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제조업 등 기존 산업들에 대한 이슈가 줄어든 가운데, 이용자와 자본이 몰리는 플랫폼으로 정치권과 규제당국의 관심사가 옮겨간 것이라는 의견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감과 대선 시즌이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이슈나 금융위원회의 네이버·카카오 등 금융플랫폼에 대한 규제로 부각이 됐다"면서 "정치권에서 서로 중소상공인이나 시민단체와 가깝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해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토종 플랫폼 건재한 유일한 나라…중국처럼 되면 안 돼"
중국발 플랫폼 기업 규제 리스크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이고 있어 주주들은 물론이고 업계도 걱정이 크다.
알리바바 주주인 소프트뱅크가 당분간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국내 크고 작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플랫폼 대기업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국정감사에서 플랫폼(카카오)의 사업확장의 문제를 강력히 지적하는 동시,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해 각종 규제법안에 대한 논의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들이 기존 제조업 기반 대기업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고, 국내 토종 플랫폼으로 외산 플랫폼이 내수 시장 장악을 막아주는 댐이자 방패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유럽에서는 토종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들어 미국 플랫폼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굳이 정부와 국회가 나서 토종 플랫폼을 규제 하려는 것은 관군이 동학농민군을 공격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시즌에 반응해 규제 압박 카드를 내놓는 것은 경제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