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방역과 환자 돌봄으로 사투를 벌이는 간호사들에게 추석은 먼 나라 이야기다.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17일 오전 정은경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오송역 동편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를 방문했다. 이날 정 청장 방문 이후 언론에 배부된 보도자료에는 다음의 한 줄이 실렸다.
“(정 청장은) 추석 명절인데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애쓰고 계신 의료진 등 현장 근무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운영 종료 시간에 맞춰 임시선별검사소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만난 흥덕보건소 소속 간호사는 “운영 시간이 끝나서 죄송하다”고 했다. 이들은 30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단검사를 지속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인터뷰를 할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에 SOS를 보냈다. 추석 연휴에 근무를 해야 하는 간호사 한 명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한참 만에 돌아온 대답.
“다들 일이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이 안 난대요.”
간호사들은 4종 보호복에 글러브, 서리가 끼어 잘 보이지 않는 페이스쉴드(안면보호대)를 닦아가며 주사를 놓고, 환자를 돌본다. 보호복 착용에 시간이 걸리는 탓에 물을 마시지 않아 용변을 참는 일은 예사다. K방역 최전선을 지키는 간호사의 업무는 추석 연휴라고 달라지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업무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업무량만 늘어나니까 퇴사자가 더 늘었다. 응급실 인력 47명 중 10년차 이상 경력간호사는 2명뿐이고 신규간호사는 23명이다.”
서울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의 말이다. 이달 중순 산별 파업 과정에서 열악한 노동실태를 고발하는 증언대회에서는 이밖에도 여러 말이 나왔다.
또 다른 간호사는 “중환자 간호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인력부족으로 체위변경 한번 제대로 해줄 수 없다”며 “대소변도 빨리 치워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K방역을 지탱하는 간호사들의 파업은 마무리됐지만, 그들의 상황은 단기간 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추석 연휴 이틀째 하루 확진자 수는 2천명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의료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은 점점 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