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와 정부가 네이버, 카카오, 쿠팡, 야놀자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을 향해 ‘규제의 칼끝’을 겨누고 있다.
규제 논거를 요약하면 해당 기업들이 시장 지배적인 힘을 이용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높은 수수료 정책과 가격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상공인들을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이슈는 매년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있거나, 주요 선거철이 다가오면 반복돼 왔다. 국회와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애환을 듣는다며 ‘잘 나가는’ 기업 오너들을 불러다 꾸짖거나, 비즈니스 모델에 손을 대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주역으로 촉망받던 플랫폼 기업들은 국회의 힘자랑과 정부의 표심 잡기가 필요할 때마다 샌드백이 돼 ‘침소봉대’ 당해왔다. 여기에 일부 언론도 앞장서 왜곡된 보도로 대중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했다.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국회의 ‘묻지마 반감’은 지난 7일 국회 토론회 때 나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2015년 45개였던 카카오그룹 계열사는 2020년 118개로 증가했다”며 “카카오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기업을 자부하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기간 내 계열사가 빠르게 증가했고, 카카오가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들을 확대해 나간 것이 골목상권 침해로 이어졌다는 것으로 읽힌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등 일부 사업에서 무리한 수익화와 서비스 확장으로 업계와 여론의 비판을 받은 사실이 있지만, 이를 마치 카카오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 하는 발언이었다.
또 송 대표의 말은 글로벌 기업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인 플랫폼 기업의 특성과 산업 생태계를 감안하지 않은 일방적인 지적이기도 했다. 모바일 서비스 특성상 서비스가 세분화 되고 전문화 되면서 이를 담당할 계열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모든 것이 연결되는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일상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플랫폼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는 현상을 특정 기업의 욕심으로만 몰아간 것도 없지 않아 보인다.
최근 경기도는 도내 숙박업체들이 광고비와 수수료로 매달 평균 293만원씩 지출하면서도 광고 노출 등 거래조건이 불투명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요약하면 모텔, 팬션 등 영세 숙박사업자들이 야놀자, 여기어때 등에 많은 금액의 광고비와 수수료를 지급하면서도 광고 노출순위 등은 알 수 없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송부하고, 국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통과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숙박업체들이 광고비와 수수료를 지급해, 그러지 않았을 경우보다 얼마나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없다. 단순히 많은 수수료와 광고비를 지출해 힘들다는 식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의 외출이 적어진 때에, 온라인 예약이 가능한 숙박 플랫폼들로부터 받은 도움이나 혜택은 설문 결과에 포함돼 있지 않다.
나아가 한 방송사는 얼마 전 모텔업주를 인터뷰 하면서 직원 인건비(2천만원)와 은행대출이자(2천200만원)를 포함시켜 결국 숙박업소에 수수료와 광고비까지 지급하면 적자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또 3% 정도만 사용하는 최대 광고비(300만원)를 마치 평균치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 숙박 플랫폼의 광고비와 수수료 문제를 키우고자 잘 보이지 않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과거 배달앱에 대한 수수료 문제를 지적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익 단체들은 음식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전단지 광고비는 쏙 빼고 어느 날 갑자기 배달앱에 지출하는 수수료와 광고비가 생겨나 전체가 피해만 본 것처럼 배달앱들을 악덕 기업으로만 몰아 세웠다. 배달앱으로 늘어난 주문량과, 골목 깊숙이 숨어 이용자들 발길이 뜸했던 맛집을 발굴한 공은 잘 눈에띄지 않았다. 이에 국회와 정부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식의 달콤한 답을 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국경 없는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레이스’ 한복판에 선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모든 것을 다 잘 챙길 수는 없다. 투자사의 압박도 크고, 속도 경쟁에서의 조바심이 자칫 잘못된 수익화 시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시민단체와 국회, 정부, 나아가 소비자들이 감시해 브레이크를 걸어주고, 잘못했을 때 따끔한 회초리를 드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일부의 문제라 하더라도 개선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게 맞다. 플랫폼 기업들도 속도 경쟁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 일부 형식적이던 상생 기조와 정책을 훨씬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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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규제 논의를 시작하려는 계기부터 공정하지 못하고, 단면만 보게될 때에는 그 해결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없다. 지금 플랫폼 규제 논의가 그런 것처럼 보인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예나 다름없이 규제 주도권과 표심을 얻으려는 정부와 국회가 무리해서 칼날을 세우려는 것으로 비춰진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 AI시대, 메타버스 시대 등 곧 다가올 미래 또는 이미 와버린 미래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규제에 대한 논의의 시작과 그 진행 과정이 여전히 과거 어느 때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