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을 겨냥해 칼을 빼들었다.
이들은 시장 독점과 불공정 거래 등을 화두로, 입법 규제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는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규제 관련 법안 마련을 위해 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
금융당국 "네이버·카카오 금융 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 안 돼"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이 제공하는 금융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해선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발표했다. 판매를 전제로 한 보험 중개업에 해당하므로, 금융상품 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규제 근거로 제시했다. 플랫폼 기업이 비교적 느슨한 규제를 받거나 시장 진출이 용이한 까닭에, 자칫 업계 생태계에 교란을 줄 수 있단 우려다. 이에 네이버, 카카오는 이달 24일까지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정식 등록하지 않으면, 관련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정부·국회, 플랫폼 규제 움직임 활발
현재 국회에 계류된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은 8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월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공정화법안’ 등이 입법 예고됐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플랫폼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을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ICT 전담팀을 꾸려 경쟁 제한을 집중 감시하는 등 실태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조 위원장은 지난달 예고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플랫폼 사업자 금지행위를 규정하는 등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추진하고 있다.
집권 여당 목소리도 거세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에서 “최근 카카오 등의 과도한 사업 확장과 관련한 문제를 하반기 국회 주요 입법 과제로 선정했다”며 “부처 간 법규를 조정해 조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을지로위원회는 규제에 앞서 직접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을지로위는 민주당 소속 의원 74명이 속한 당내 민생기구다. 이들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규제 관련 현안을 다루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그후 지난 7일 쿠팡,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관계자를 대상으로 의견이 오갔다.
다음날에는 야놀자, 여기어때 등 숙박 업계 종사자들과 수수료 문제 등을 다뤘다. 을지로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 잇따라 등장했고, 이는 정보기술(IT) 혁신으로 이어졌다”면서 “그 과정에서 다수 피해 사례가 수반됐다. 이를 반영해 국감에서 다룰 예정”이라고 말햇다.
"즉흥적인 규제보다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논의 이뤄져야"
갑작스런 규제로 시장 혼란이 가중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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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유병준 교수는 “독점인지, 불공정한 거래인지 등 위법성을 점검할 부분이 있다면 즉흥적인 규제보다는 사전에 정치권과 플랫폼 사업자 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식의 압박은 곧 경제적인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규제 이전에 업계 흐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소비자 편의 제고와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힘쓰는 플랫폼 기업의 ‘공’보다 일부 성토에 따른 ‘과’가 두드러진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