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암호화폐 채굴 제한 조치 이후 2개월간 내림세였던 그래픽카드 가격이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채굴 제한 조치를 피하면서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암호화폐, '레이븐코인' 채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레이븐코인은 암호화폐 채굴시 연산능력을 제한하는 엔비디아의 조치에 구애받지 않는다. 저장장치 기반 암호화폐 치아(Chia, XCH) 채굴에 뛰어들었던 업자들도 거래 가격이 7월 이후 정체되자 레이븐코인으로 눈을 돌렸다.
8일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지포스 RTX 3070 그래픽카드 가격은 30만원 이상, RTX 3070 Ti 그래픽카드 가격은 26만원 이상 올랐다. 2019년 출시된 지포스 GTX 1660 Ti 그래픽카드 가격도 70만원대로 폭등했다.
■ 레이븐코인, 3월 이후 가격 10배 이상 상승
레이븐코인(RVN)은 비트코인 소스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발행을 시작했다. 올 3월만 해도 개당 1.6센트(약 18.67원)에 거래되었지만 3월 이후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는 개당 11.35센트(약 132.35원)에 거래된다.
전용 반도체(ASIC)로 채굴할 때 효율이 더 좋은 비트코인과 달리 레이븐코인은 그래픽카드 채굴에 최적화됐다.
해시레이트(연산량)가 55MH/s인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 그래픽카드로 채굴할 경우 시간당 2.308RVN, 하루에 55.4031RVN이 채굴된다. 한 달(30일) 기준으로는 1662.0944RVN이 채굴된다.
그러나 이 그래픽카드를 30개 단위로 구성한 채굴장이라면 한 달에 4만9천862RVN이 채굴된다. 현재 시세로 계산하면 5천660달러(약 660만원)를 벌 수 있다.
■ 엔비디아 채굴 제한도 회피 가능
레이븐코인은 8월 초부터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채굴 과정이 비트코인에 비해 비교적 그래픽카드에 친화적인데다 엔비디아의 채굴 제한 조치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6월부터 암호화폐 채굴 제한 기능인 로우해시레이트(LHR)를 적용한 지포스 RTX 3080 Ti / 3070 Ti 탑재 그래픽카드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했다.
이들 그래픽카드는 이더리움 채굴이 감지되면 연산량을 절반으로 떨어뜨린다. 그러나 레이븐코인은 엔비디아 LHR 기능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로우해시레이트는 현재 이더리움 채굴에만 제한을 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암호화폐 치아(XCH) 거래 가격이 정체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치아는 저장공간을 이용해 보상을 받는 방식의 암호화폐지만 시세는 정체되어 7월 이후 개당 220달러(약 25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암호화폐를 찾던 채굴업자들은 채굴용 저장장치를 처분하고 레이븐코인으로 돌아서고 있다.
■ 구형 제품도 가격 상승...일부 수입사는 '모니터 끼워팔기'
레이븐코인이 주목받으면서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그래픽카드 시세는 다시 상승중이다.
중국 IT매체 마이드라이버스가 에이수스 지포스 RTX/GTX 그래픽카드 거래 가격을 추적한 결과, 이달 초 RTX 3070 Ti 모델 가격은 8월에 비해 600위안(약 11만원), RTX 3060 Ti 모델 가격은 350위안(약 7만원)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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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던 국내 그래픽카드 가격도 8월 말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다. 8일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지포스 RTX 3070 그래픽카드 가격은 30만원, RTX 3070 Ti 그래픽카드 가격은 26만원 가까이 올랐다.
2019년 출시된 지포스 GTX 1660 Ti 그래픽카드도 20여 만원 가까이 오른 70만원대 초반에서 거래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 조립PC업체 관계자는 "일부 수입사는 그래픽카드를 받아가려면 게임용 모니터까지 가져가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