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공급망 재편…국내기업에 위기 아닌 기회

무협, ‘이차전지 공급망 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과제’ 보고서에서 강조

디지털경제입력 :2021/09/07 13:31    수정: 2021/09/07 14:20

미국과 유럽이 역내 이차전지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는 가운데, 글로벌 2위 생산역량을 갖춘 국내 업계가 이를 기회로 삼아 배터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원장 박천일)이 8일 발표한 ‘이차전지 공급망 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유럽 등 주요 전기차 업체는 부가가치가 높은 완성 전기차 개발에 효율적으로 집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전기차용 배터리는 해외에서 조달해왔다. 세계 배터리 산업 공급망은 한국·중국·일본 3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한·중·일 3국은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생산에서 세계 생산량의 80~90%를 차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K-배터리, 세계를 차지(charge)하다'에서 행사에 앞서 관련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원자재 채굴·가공에서 소재 가공, 셀·모듈·팩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사슬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지위가 날로 공고해지면서 미국·유럽 등이 배터리를 분업화한 데서 얻는 부가가치가 감소하자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왔다. 동시에 코로나19로 배터리 GVC 문제가 전기차 전후방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미국·유럽 등 주요국은 배터리·반도체 등 산업 핵심 품목을 자국(역내)에서 생산하도록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보고서는 “미국과 EU의 역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 움직임은 국내기업에 위기보다는 오히려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34.7%로 중국(37.5%)에 이어 2위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공급망 재편에 나선 국가나 완성차 기업들과 자유무역협정(FTA), 배터리 제조 파트너십을 맺으며 신뢰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경쟁자보다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셀·소재에 관계없이 공급망 재편 국면을 반기고 현지 진출을 확대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배터리 공급망 재편의 배경과 전망 (그림=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제시했다. 먼저, 안정적인 원료 공급선 구축이다. 배터리 생산 증가는 원료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 양극재 필수 원료인 리튬은 2012년 보다 이미 2배 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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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다음으로 로봇·도심항공교통(UAM) 등 배터리 관련 산업을 활성화 해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로 인한 국내 배터리 생산 및 수출 감소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또 시장규모가 큰 신흥국 전기차 보급에 맞춘 배터리 시장 진출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성대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19세기까지는 황금(골드러시), 20세기는 석유로 대표되는 에너지 자원(오일러시)을 쫓는 시대였다면, 기후변화와 포스트 팬데믹이 화두가 된 21세기는 유무형 자원을 놓고 데이터 러시와 배터리 러시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규모의 경제로 압도해야 하는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 간 우호 관계 형성과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파트너십을 다지는 노력도 중요한 과제”라며 민관 공동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