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쿠팡이 '나중에 결제' 도입한 이유

[이슈진단+] 국내서도 부는 BNPL 바람...소비자 '락인 효과' 기대

인터넷입력 :2021/09/03 16:52    수정: 2021/09/04 07:54

이미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나중에 결제', 일명 'BNPL(Buy Now Pay Later)'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도 조용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네이버와 쿠팡이 베타 서비스를 통해 나중에 결제를 일부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면서 소액결제 시장까지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마존도 BNPL 스타트업인 어펌과 함께 나중에 결제를 도입한다고 알려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BNPL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용카드나 할부 서비스가 잘 갖춰져있는 국내에서는 미국과는 다른 방향인 '소비자 락인'을 목표로 나중에 결제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쿠팡·네이버, 후불 결제 선도하나 

BNPL은 소비자가 물건값을 나중에 내거나 할부로 내는 것을 돕는 서비스로, 쉽게 말해 후불 결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없는 소비자들이 일정 수수료를 내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미국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호주의 애프터페이, 스웨덴의 클라르나, 미국 어펌 등이 잘 알려진 BNPL 회사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나중결제'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 내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쿠팡이 직접 매입하는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등의 구매에만 적용된다. 미국처럼 수수료를 내고 이용하는 것은 아니고, 쿠팡이 직접 매입한 상품에 한해서만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쿠팡의 나중결제를 이용하려면 주문시 결제수단에서 나중결제를 선택하면 된다. 상품을 구매하면 이미 등록된 출금계좌에서 다음달 15일에 자동이체 된다.

연체시에는 일 0.03%(연12%)의 연체수수료가 발생되고, 장기 연체 시 관련법령에 따라 채권추심이나 매각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해당 서비스는 만 19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고, 쿠팡페이의 데이터로 서비스 대상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는 일부 로켓와우 가입자를 대상으로만 시범 운영 중이다. 한도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쿠팡의 나중결제 서비스는 당장 현금이 부족한 소비자나 소액결제가 막힌 소비자에게 유용하게 쓰인다. 급하게 생필품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고, 쿠팡이 제공하는 특가 상품을 선점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네이버의 후불결제 서비스는 신용거래가 곤란한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금융소외계층에도 소액 신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혁신금융 서비스다. 올해 4월부터 일부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중이다. 나중의 결제를 선택하면 부여된 한도 내에서 이용할 있으며, 매월 5일이나 15일, 25일 중 가입자가 선택한 날짜에 등록된 계좌에서 미리 결제된 가격이 빠져나간다. 보유 포인트를 모두 사용해야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으며, 후불결제 이용시에도 1% 네이버페이포인트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연체시 일 0.03%(연 12%)의 연체 수수료가 부과된다. 다만 시범 기간 중에는 납부일로부터 5일 이내에서 연체수수료 부과를 유예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범 운영 중이라 대상자가 많지 않고, 한도도 크지는 않지만 사회 초년생이나 주부, 신파일러 등을 대상으로 운영중이다"라며 "당장 소액을 결제해야 하는데, 네이버페이 포인트 충전이 부담스럽거나 귀찮은 가입자들이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쿠팡 나중 결제

소액결제 대신 나중에 결제 선택하는 소비자 늘듯

네이버와 쿠팡이 제공하는 나중에 결제 서비스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BNPL과 성격이 다르다. 해외는 신용카드 발급이 한국보단 까다로운 편이라 MZ세대를 중심으로 후불결제, 할부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발급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고, 카드사별로 할부 서비스도 잘 돼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네이버와 쿠팡은 왜 나중에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려는걸까. 업계에서는 이들 서비스가 휴대폰 소액결제를 즐겨하는 소비자들에게 유용할 수 있고, 좀 더 다양한 결제 수단을 제공하면서 소비자 락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예상한다.

네이버와 쿠팡에서 상품 구매 시 결제에 대한 불편함과 허들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쿠팡은 특히 생필품과 신선식품 판매에 강점을 보이고 있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비자에게 상품을 빠르고 부담없이 제공하려는 노력이 포함됐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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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마찬가지 소비자 편의성 측면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며 휴대폰 소액결제 대안으로 자리잡으려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해외처럼 BNPL 서비스가 잘 알려져있지 않고, 개인신용정보와 대안신용평가시스템 등으로 일부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체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며 "적은 금액으로 후불 결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 락인 효과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