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게임사 표정관리

[이슈진단+]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세계 첫 통과

디지털경제입력 :2021/09/01 13:11

구글과 애플 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가 국내서 어려워진 가운데, 게임사의 수익성 개선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중소게임사들은 수수료 30%에 큰 부담을 느껴왔던 만큼 이번 개정법 통과가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의 경우 이번 개정법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종의 표정 관리다. 국내에 한정된 법으로, 구글과 애플의 해외 독과점 규제 여부를 지켜봐야한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구글과 애플이 국내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게 됐다.

국회는 지난 달 31일 본회의를 통해 인앱결제 강제 방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첫 앱 마켓 사업자에 대한 규제법 통과다. 

이번 개정법의 핵심은 구글과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의 결제수단 강요 행위를 금지하는데 있다.

또한 개정법에 모바일 앱의 부당 심사와 부당 삭제 행위 금지, 앱 사업자를 통신분쟁조정의 조정 대상에 포함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통신분쟁조정제도는 앱 마켓에서 이용요금 결제, 결제 최소, 환급에 대한 분쟁을 조정해주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구글 수수료 30% 확대 예고에 개정법 마련...앱 사업자 "환영"

이번 개정법이 마련된 것은 지난해 9월 구글 측이 게임 외 국내 사업자들에게도 인앱결제 강제를 확대하고 수수료 15%에서 30%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이후였다. 개정법이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도 불렸던 이유 중 하나였다.

개정법이 등장하자 구글 측은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게임 외 사업자에 인앱결제 강제 적용 시기를 지난 1월에서 10월로 연기하고, 수수료 인하 계획(웹툰 웹소설 등 일부 사업자 대상 수수료 15%) 등을 전한 게 대표적이었다.

국회의사당

그러나 구글의 이 같은 노력에도 개정법 통과는 막지 못했다. 사회적 분위기에 웹툰 웹소설 등 앱 사업자 등이 강한 반발을 드러낸 영향이다. 무엇보다 해외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독과점 규제 논의가 활발했던 것도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당일 날 환영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번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글로벌 최초로 한국에서 앱마켓 시장의 공정한 토대가 마련된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며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앱 개발사 스타트업과 창작자 모두 이 법을 통해 건강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게임업계는 표정 관리...환영하지만, 해외 규제 여부 지켜봐야

게임업계도 이번 개정법 통과를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결제 방식 다양화로 수수로 인하 경쟁이 촉발되고 이에 따른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1일 "이번 개정법 통과를 환영한다. 입앱결제를 강제하면 콘텐츠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일방적인 서비스 차단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사업자에게 경쟁력 저하시키는 부분이 있었다"며 "개정법을 계기로 수수로 문제도 개선돼 콘텐츠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선순환적인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각 게임사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미묘한 온도차가 있었다. 국내와 해외 매출 비중이 다른 게임사들은 표정을 관리하는 분위기였다. 국내 개정법 이슈로만 대응하기에는 눈치가 보여 구글과 애플의 해외 독과점 규제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는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과 영국 등은 구글과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을 우려해 국내 개정법과 유사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미국 워싱턴DC와 유타주와 뉴욕주 등 30여개 주는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미국 게임사인 에픽게임즈는 미국, EU, 영국, 호주 등에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인앱결제 방지법이 통과돼 한편으로 다행이지만, 당장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해외 빅시장에도 비슷한 법안이 시행된 이후 상황을 지켜봐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시장도 중요하다보니 마켓 사업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구글과 애플의 해외 독과점 관련 규제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앱결제 강제 금지에 따른 결제 방식 변화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면서도 구글과 애플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결제 방식은 강제하지 않더라도 수수료 부담은 그대로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3자 외부 결제 적용 늘지 주목

몇몇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개정법 통과와 함께 해외에서도 비슷한 규제 소식이 전해질 수 있는 만큼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외부 결제 솔루션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결제 방식 변화에 대한 선대응이었다.

특히 최근 애플이 앱 내 외부 결제 홍보를 가능토록 정책을 변경하면서 외부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인앱을 벗어난 외부 결제는 애플 뿐 아닌 구글 마켓의 게임 앱에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외부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는 엑솔라가 있다. 이 회사는 모바일과 PC 플랫폼 구분 없는 결제 솔루션과 기존 마켓 대비 낮은 수수료, 700여개가 넘는 결제 수단, 부정결제 방지 등을 통한 개발사 및 퍼블리셔사의 수익 극대화, 인플루언서 연계 마케팅 플랫폼 및 게임 투자 플랫폼 등을 운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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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NHN 자회사 페이코도 이번 기회에 더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코는 2017년 구글에 이어 애플 등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서비스 확대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게임사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에 환영하면서도 즉각적인 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진출도 고려해야해서다"며 "즉각 대응이 어렵다면 외부 결제 솔루션과 같은 다른 합법적인 방식을 적용해 분위기를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