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지 못했던 페이스북의 '투명성 보고서'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코로나19 백신 괴담' 들고 있다 뒤늦게 공개

데스크 칼럼입력 :2021/08/23 16:50    수정: 2021/08/24 08:5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페이스북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정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주로 퍼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런 정보 때문에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가 사람을 죽인다”면서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런 부담 때문일까? 

페이스북이 지난 주말 뒤 늦게 1분기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가장 많이 읽힌 게시물은 “백신 접종을 한 의사가 두 달 만에 숨졌다”는 소식을 전하는 기사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5천300만회를 웃도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기사는 사우스 플로리다 선 센티널이 최초 보도했다. 이후 시카고 트리뷴이 백신 접종을 한 의사가 어떻게 숨졌는지 상세하게 소개하는 후속 기사를 게재했다. 백신 접종이 의사 사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기사였다.

(사진=씨넷)

그런데 조사 결과 사망한 의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는 관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가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읽힌 셈이다.

의사 사망 관련 오보성 기사가 가장 많이 읽힌 게 페이스북의 잘못은 아니다. 그건 플랫폼 사업자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틀어쥐고 있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공개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알렉스 슐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비롯한 페이스북 고위 임원들은 회사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1분기 투명성 보고서 공개를 보류했다.

이 같은 사실은 페이스북 내부 이메일을 통해 확인했다고 뉴욕타임스 측이 전했다. 페이스북은 뉴욕타임스 보도 이후에야 1분기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2분기 보고서가 나온 지 며칠 뒤에 1분기 보고서를 공개한 셈이다.  

2분기 보고서 공개하면서 "친구가 올린 글들이 많이 읽혔다" 홍보  

2분기 보고서는 페이스북의 이미지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 “뉴스보다는 가까운 친구들이 공유한 글을 더 많이 본다”는 게 핵심 골자였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게시물도 낱말 퀴즈류의 흥미성 글이었다. 코로나19 관련 뉴스는 상위권에 없었다.

결국 페이스북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측은 “공정하지 않은 비판이다”면서 해명 글을 올렸다.

“언론사들이 사우스 플로리다 의사 사망 관련 기사를 썼다. 검시관이 사망 원인을 공개했을 때, 시카고 트리뷴은 원 기사에 그 내용을 추가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관련 오보이기 때문에 뉴욕타임스 기사를 제거하는 것이 옳은 조치일까?”

페이스북의 설명이 틀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의혹을 제기했던 기사를 뒤 늦게 모두 삭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은 ‘코로나19 괴담 같은 뉴스가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읽혔다는 점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사 결과를 감추려 했다는 점이 논란의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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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소식을 주고 받는 플랫폼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금 미국 정부와 의회는 플랫폼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투명하지 못했던 페이스북의 '투명성 보고서’가 더 눈에 띄는 지도 모르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